딱히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

강원국

발행일 2015.11.23. 15:20

수정일 2015.12.29. 11:57

조회 1,097

도서관ⓒ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7) 어디 산뜻한 글감 없을까?

발상이 참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고 그런 얘기, 누구나 하는 얘기는 쓰지 말라고 한다.
글쓰기 강조점 중의 하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미 많은 사람이 제시했다.
큰 틀에서 보면 세 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달리 보기다.

이면을 들추거나, 까칠하게, 낯설게, 비틀어 보는 것이다.

1. 관점을 달리 해서 본다.
대표적인 예가 “잔에 물이 절반밖에 없네.”와 “잔에 물이 절반이나 남았네.”이다.
옆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 아래서 보는 것은 다르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보수와 진보의 관점은 확연히 다르다.
다각도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2.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당연하게 여긴, 상식적인 생각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흐른다.”
공부 못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야기,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가는 이야기가 재밌다.
선입견도 대표적인 고정관념이다.

3. 가정과 전제를 바꿔본다.
‘개미와 배짱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모두 부지런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런 전제와 가정을 부정하고, “부지런한 인생은 불행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때는 부지런 하면 여유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두 번째는 뒤집기다.

전복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4. 가장 쉬운 뒤집기 대상은 통념이다.
사회적 통념이 많다.
“명문대 나온 사람은 머리가 좋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은 가정형편이 나쁠 것이다.”
통념을 제시하고 그것을 뒤집는 방식으로 쓰는 글이 많다.
누군가 그랬다.
통념을 뒤집으면 통찰이 나온다고.

5. 입장 바꿔 생각하기다.
역지사지 하라는 뜻은 아니다.
시인들이 많이 활용한다.
스스로 연탄재가 되어 보고, 꽃이 돼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새라면, 내가 물이라면.

6. 역발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맨발로 다니므로 신을 팔지 못한다.”
→ 모두가 신발이 없으므로 신발 판매의 블루오션이다.”
“새벽 시간에는 다니지 사람이 없으므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 24시간 편의점을 하면 사람들이 새벽에도 돌아다닐 것이다.
남들이 강점에 주목하면 약점을 파고들고, 장점을 강조하면 단점을 찾아본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불황 때 더 투자하는 식이다.

세 번째는 구체화하기다.

7. 거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미시적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 - 중소기업 - 인형을 만드는 중소기업 - 동물인형을 만드는 중소기업
숲을 보면 다 비슷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는 모두 다르다.

8. 구름에 떠다니지 말고 땅을 짚고 선다.
이론 말고 실제, 의도 말고 실행, 원칙 말고 실천, 명분이 아니라 실리,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생각해 본다.
이론, 의도, 원칙, 명분, 이상은 모두 고상하다.
그러나 구태의연할 수 있다.
실제, 실행, 실천, 실리, 현실은 늘 새롭다.
머리 보다는 손발에 구체성이 있다.

9. 개별적인 것이 신선하다.
객관 보다는 주관, 현상 말고 해석, 일반이 아니라 나, 즉 내가 개입해야 비로소 특별해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류에 관해 쓰지 말고 한 인간에 대해 쓰라.”고 했다.
한 인간도 막연하다.
나에 관해 써야 한다.
내 생각을 써야 한다.
그것은 나만의 것이니 독창적일 수밖에 없다.

끝으로, 현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을 찾고, 종합하기 보다는 분석해서 보는 방법도 있다.
현상이나 공통점, 종합은 두루뭉술하다.
그러나 현상을 확대·축소하거나, 차이점을 찾고, 분석하면 뾰족해진다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 혹은 생각난 게 참신하지 않을 때, 위에 열거한 10개의 체에 한 번씩 걸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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