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고개’ 구름다리 아래의 예술극장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5.11.19. 13:20

수정일 2015.11.19. 13:24

조회 1,969

당신은 철삿줄로 두 손 꽁꽁 묵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

미아리고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한국 전쟁의 슬픔을 담은 트로트 곡인 ‘단장의 미아리고개’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아리고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성북구 돈암동 미아리고개의 가장 윗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구름다리 아래 위치한 소극장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을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미아리 고개의 유래가 쓰여 있는 기념비

미아리 고개의 유래가 쓰여 있는 기념비

1998년 활인소극장으로 출발하여 2008년부터는 지역의 공공극장으로서 예비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팅장소로 사용되었고, 2012년 성북문화재단 출범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연극협회와 함께 젊은 예술가들과 지역예술가들의 활동공간으로 운영됐다. 2015년 현재 지역의 예술가들, 기획자들, 주민들과 같이 운영하는 미아리고개의 마을극장을 목표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미아리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아래에 있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성북구 돈암동에서 미아리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아래에 있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아리랑아트홀에서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라고 이름도 새롭게 바꾸고, “앞으로 잘 부탁해”라는 주제로 지난 7월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11월에는 ‘돌아온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란 테마로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의 개관을 축하하는 신개념 주민 참여형 네트워크 예술파티를 마련하였다. 일요낭독극장, 어린이워크숍, 연극공연, 예술가참여워크숍, 토크콘서트, 시민문화연극교실발표 등의 프로그램이 11월 한 달간 무료로 진행된다.

일요낭독극장에 참여한 아이들이 걱정종이를 작성하고 있다

일요낭독극장에 참여한 아이들이 걱정종이를 작성하고 있다

11월 15일 일요일 오후 4시,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는 일요낭독극장이 펼쳐졌다.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 ‘오방장군’이 무대에 올랐다. 장군이 누나가 시집가기 전날 밤, 소문난 장난꾸러기 장군이와 걱정 조각을 먹고 사는 걱정 귀신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함 속에 들어있던 오방주머니를 화르르 태워버린 것이다. 이들은 일을 되돌리기 위해 현무, 주작, 백호, 청룡 등을 찾아 판타지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낭독극장은 말 그대로 낭독을 하면서 이뤄지는 공연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도 없고, 배우들의 땀 흘리는 액션도 없이 그저 자리에 서서 대본을 읽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뿐이다. 그런데도 장군이와 걱정 귀신과 함께 하늘 위를 나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군이의 마음에 울컥하기도 한다. 공연 중간 중간 배우들과 공을 던져서 주고받기도 하고, 공연 전 써두었던 걱정종이를 날리면서 근심을 모두 날려버리기도 하며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극본을 낭독하는 배우들

극본을 낭독하는 배우들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전해주었던 함 속의 오방주머니. 검정, 하양, 파랑, 빨강, 노랑. 그 속에 들어 있는 새색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긴 우리네의 전통이 서려있다. 아이들은 오방주머니가 신기한지 공연이 끝나니 무대로 나와 한참을 들여다본다. 사라져 가고 잊혀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시간이,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었다. 남은 11월의 절반에도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는 흥미로운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고 사전신청은 필수이다.

◯ 문의 및 예약 : 070-5023-1941 성북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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