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단풍여행, 가까운 이곳 어떠세요?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11.12. 17:02

수정일 2015.11.12. 17:08

조회 2,455

홍제천과 포방교

홍제천과 포방교

깊어가는 가을, 서울 속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참새 무리와 직박구리 몇 마리가 갈대밭을 소란스럽게 들쑤시는 이곳은 홍제천이다.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와 맑은 공기가 그리울 때 가끔 가보는 곳이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속하는 홍제천은 북한산 계곡에서 흘러 내려 내부순환도로를 따라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하천이다. 북한산은 물론 북악산과 인왕산과도 인접해 있어 홍제천 물빛은 단풍이 드는 이때쯤이면 더욱 맑고 투명해진다. 때마침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물에 비쳐 홍제천 주변의 풍광은 수려하기 그지없다. 물가로 몰려다니는 송사리떼와 징검다리, 너럭바위 등 도시에서는 보기가 드문 풍경을 이곳에선 볼 수 있다. 왜가리와 청둥오리들이 유유자적 노닐고 수면에 비친 그림 같은 가을 단풍 길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을 쉼터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40여 년 전만 해도 홍제천에는 빨래터가 있었고 멱을 감기도 했다고 전했다. 겨울철에는 아이들의 신나는 썰매장이 되기도 한단다. 북한산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는 역시 맑고 시원해 보였다. 졸졸 흐르는 냇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송사리떼, 마을을 잇는 징검다리, 너럭바위 등 도시에서는 여간해서 보기기 드물고 자연적인 개천 풍경을 보여준다.

홍제천의 왜가리와 청둥오리

홍제천의 왜가리와 청둥오리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겹겹이 두른 북한산자락 아래 홍제천을 구심점으로 양편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림 같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홍제천을 따라 상류로 쭉 올라가다 보면 ‘포방교’라는 아주 이색적인 이름을 가진 다리와 만난다. 전해진 바로는 포방교가 있는 이곳은 한국전쟁 때 퇴각하는 북한군을 쫓기 위해 대포를 설치했던 곳으로 군사적으로 중요한 격전지이기도 했다. 이후로 줄곧 ‘포방터’로 불렸고 1970년대에 시장이 형성 되고 다리도 놓이면서 각각 ‘포방터시장’과 ‘포방교’란 명칭을 갖게 됐다. 홍제천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홍은동과 홍제동으로 마을이 나뉘지만 어디까지나 지역적 구분일 뿐 두 마을 사람들은 포방교를 통해 막힘없이 왕래한다. 두 마을을 이어주는 것은 포방교만이 아니다. 징검다리가 있어 이 마을 저 마을로 정을 담뿍 실어 나른다.

포방터시장

포방터시장

포방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앞이 포방터시장이다. 전통시장으로서 작년에 인정을 받게 된 포방터시장은 쉬엄쉬엄 걸어 한 바퀴 돌아도 채 30분이 안 걸리는 작은 시장이다. 일요일에 찾아간 시장은 한산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가보니 시장모퉁이 붕어빵집 앞이다. 생선 박스를 나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오후 세 네 시가 돼야 저녁 찬거리 사러 많이들 나온다”고 말했다. 아케이트 설비를 아직 갖추지 않아 비 오는 날에는 비설거지 하느라 북새를 떠는 불편함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시장이 아닐까?

시장을 빠져나와 언덕을 오른다. 차 소리, 매연, 시야를 막는 장벽 같은 아파트, 큰 덩치의 건물 등 대도시에 의례 있어야 할 것들이 이곳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선지 아이가 리코더 부는 소리조차도 정겹게 들린다. 도시와는 완전히 차단된 듯 평화로운 딴 세상이 펼쳐져 잠시 영화 속 ‘샹그릴라’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홍은 중앙로’로 시작되는 번지수를 읽어 가며 언덕길을 오르는 동안 무언가 눈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담장에 꽃처럼 피어난 벽화가 손짓한다. 벽화는 오밀조밀한 골목길 따라 쭉쭉 이어진다. 빨강, 파랑, 노랑, 주황의 화사한 빛깔로 채색된 담벼락에 서면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하다. 달덩이 같은 호박이 그려진 담벼락부터 북 치는 아이들, 비행접시, 꽃무늬 등 다양한 모습이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과 우체통도 예외가 아니라는 듯 곱다랗게 단장을 했다. 언덕 중간 지점에 올라 이쪽저쪽 골목길을 굽어보니 이 일대 온 골목 모두가 벽화 단장을 마쳤다.

호박골 벽화

호박골 벽화

마을사람들이 호박을 많이 심어 팔게 되면서 ‘호박골’로 불리게 된 이곳은 홍제천 상류에 형성된 마을이다. 한때 재개발 문제로 인해 서로 갈등을 빚은 적도 있지만 주민들은 2013년부터 시작된 마을가꾸기 사업 일환으로 벽화그리기에 동참하면서 뭉쳤다. 호박골 골목골목을 다니며 벽화를 그리면서 다정한 이웃으로 거듭났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벽화그리기 사업에는 여러 회사의 직원들과 대학생, 시민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녹이 슨 철대문에 페인트칠을 하고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지붕도 다시 잇고, 금간 벽은 시멘트로 덧바르는 등 너나 할 것 없이 팔소매 걷어붙이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집집마다 대문 밖 빈터에 꽃을 심거나 하다못해 화분을 놓기도 해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 가꾸기에 정성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벽화가 있어 마을이 밝아졌고 벽화구경 삼아 놀러 오기도 한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산기슭 암자에 꼭 둘러보고 가라는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을 잊지 않고 산사로 향했다. 산기슭 암자(옥천암) 경내에는 불상이 홍제천을 바라다보듯 자리 잡고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마애보살좌상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불상으로 몸체가 바위에 비해 유독 희다. 미소 띤 부드러운 눈매의 다소 여성스러운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2014년 대한민국 보물 제1820호로 지정된 ‘백의관음’으로도 부르고 있는 이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은 좌우, 앞면이 트인 각(閣)을 세워 보호하고 있다. 불자들 몇몇이 엎드려 불공을 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산사에 이는 청량한 가을바람이 어느덧 마음속 상념을 멀찍이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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