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정석 정석

Visit392 Date2015.10.29 11:55

낙역ⓒ동쪽에 별

정석 교수의 서울 곁으로 (2) 서울만의 가치를 발견해보세요

광고인 박웅현.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이고, <진심이 짓는다>, <생각이 에너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같은 기발한 광고를 만들어낸 사람. 그가 어느 방송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은 쫓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행복은 멀리 달아나고 있어서 황급히 쫓아가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일상 속에 숨겨져 있단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찾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란다. 광고 아이디어도 다르지 않단다. 기발한 아이디어 역시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란다.

아파트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180도 바꾸었던 <진심이 짓는다> 광고도 어느 인턴 사원이 툭 내뱉은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단다. 기획회의를 시작하면서 광고의 광자도 모를 인턴사원에게 물었단다. “요즘 아파트 광고들 어때?” “싫어요, 그 아파트에 살 것 같지도 않은 유명 연예인이 걷기 힘들 만큼 긴 드레스를 입고 나와 샴페인 잔을 들고 미소를 짓는 광고는 그냥 싫어요.” 인턴사원이 던진 이 말을 유심히 듣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기존 광고와는 전혀 다른 참신한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단다. 행복이 쫓아가 잡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들의 삶에도 그대로 통하고, 우리가 사는 마을과 도시에도 잘 들어맞는 말이다.

<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북 콘서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도시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내가 행복하려면 내방, 내 집, 내 사무실, 내 가게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과 우리 도시 또한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해야 한다. 내방에서 내 집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우리는 마을과 도시에서 보낸다. 우리 마을과 나의 도시가 내 삶을 잘 품어주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 마을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서울이 힘들어지면 서울에서 살아가는 내 삶도 고달파진다.

마을과 도시에서 행복하려면 남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가 잘 가꾸어야 한다. 내가 우리 마을의 주인인 ‘주민’이 되고, 우리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마을과 도시를 연인처럼 자녀처럼 부모처럼 아끼고 돌보며 사랑해야 한다.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도시는 아름답다. 사랑 듬뿍 받는 사람처럼 생기가 넘치고 매력적이다. 서울시민인 우리들이 서울을 사랑해주어야 서울이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또한 아름다워질 것이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가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서울시민들의 서울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광고인 박웅현의 말처럼 ‘발견’하는 데서 시작하면 어떨까? 서울만의 특별한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는 일부터 말이다. 내가 사는 마을과 도시의 가치를 안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 마을과 도시의 가치를 모른다면 사랑하기 힘들 것이다.

서울의 가치를 찾아보자. 어디에나 있는 것 말고 서울에만 있는 특별한 매력을 찾아보자. 런던에도, 파리에도, 뉴욕에도 없는 게 서울에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서울의 가치 아닐까? 서양 도시들은 물론이고 북경과 동경에도 없는 게 서울에는 풍부하게 있다면 그게 바로 서울의 매력 아닐까? 서울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의 가치와 특별함을 오히려 쉽게 찾는데 서울에서 늘 살아가는 우리들만 그 가치를 모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사는 우리 마을의 가치도 찾아보자. 마을을 걸으면서 우리 마을의 보물을 찾아보자. 뒷산과 작은 개울, 오래된 나무,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풍경, 오래된 건물, 함께 오래 살아온 이웃들…내가 찾기만 한다면 많은 보물들을 마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은 설악산에만 내장산에만 오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을 뒷산에도 단풍은 온다. 이미 왔을지 모른다. 멀리 쫓아가지 않아도 된다. 가까이 있는 걸 볼 줄 알고 느끼고 즐길 줄 알면 된다. 화려한 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수수해도 아름답다. 빼어난 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저마다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 단풍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마을과 도시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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