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고가도로와 서울역 고가도로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5.10.27. 14:14

수정일 2020.12.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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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서울역 고가 위를 산책하고 있다

시민들이 서울역 고가 위를 산책하고 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47) 녹색도시와 사람중심 교통을 위한 결단의 순간

현재 서울시의 주요 현안 중 하나는 바로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이다. 그런데 이 고가도로를 보고 있으면 2003년에 사라진 청계 고가도로가 떠오른다.

실제로 두 고가도로는 유사한 점이 꽤 많다. 1년 간격으로 개통(청계고가: 1969년, 서울역고가: 1970년)되었으며, 주요한 교통시설과 연결(청계고가: 지하철 1, 2호선 등, 서울역고가: 철도 서울역)되어 있다. 더불어 고가도로 주변에 청계천 주변 상가, 남대문 시장 등 상공업이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12년 전 마무리된 청계천 복원 사업을 되짚어보면 현재 추진중인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즉 ‘서울역 7017’ 사업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청계천 복원을 하면서 고가도로를 철거한다고 하자,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목소리가 바로 교통대란이었다. 하지만 지금 청계천 주변과 서울 도심이 교통대란 상태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서울 도심답게 차가 어느 정도 막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혼잡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시민들이 삶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

지난 5월에 열린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


사실 이것은 평소부터 너무 자극적인 단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언론 탓도 있다. 교통대란이란 말은 그렇게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진짜 교통대란이라고 할 만한 일은 지난 2004년 3월 5일 폭설이 내리면서 경부와 중부고속도로가 차단되고, 1만 여대 차량과 2만 여명의 승객들이 최대 24시간 동안 고속도로에 고립되었던 상황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청계천 고가를 철거했는데도 교통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서울시가 추가적인 교통대책을 시행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도시교통 스스로가 복원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밖에서 보면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한 것만 보이지만, 실제로 서울시는 고가도로 철거에 맞추어 수많은 교통대책을 시행했다. 마치 물 위에는 한가로운 백조의 모습만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열심히 물을 젓고 있는 백조의 발이 있는 것과 같다. 당시 시행된 대책만 해도, 각종 교통 우회 대책, 대중교통 대책, 신호조절, 일방통행 등 종류도 많고 양도 많다. 이같은 교통대책이 함께 시행되었기에 고가도로 철거라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도시교통의 복원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도시교통은 길 하나에 차 몇 대가 있는 애들 장난감같은 시스템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가 참여하고 있으며, 수많은 갈래의 길들이 있다. 그 조합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사람들은 그 중에서 저마다 최적의 길을 골라 통행을 한다. 도로가 하나 없어지는 충격을 받았다고 무너질 정도로 약한 시스템이 아니다. 한쪽이 막히면 사람들은 다른 길을 찾으며, 특정지역의 늘어난 혼잡은 다른 길로 분산된다. 길이 막힐 것 같으면 아예 지하철을 타는 사람도 늘어난다. 오죽하면 교통방송에서 어떤 길이 막힌다고 방송했더니, 그 길이 더 잘 뚫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갔다는 것이다. 그만큼 도시교통이란 외부의 충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최고의 균형을 찾는 영리한 생물 같은 존재이다.


서울시는 근, 원거리 교통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는 근, 원거리 교통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를 대비한 교통대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역 동서간의 연결만큼 이를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칠패로-남대문로’나 ‘칠패로-통일로-퇴계로’의 직진운행이 불가능한데 이것이 가능해지도록 협의중이다. 이 경로는 서울역 동서횡단기능 역할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청계천 복원 당시 큰 효과를 보았던 원거리 우회대책도 시행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도로는 단순통과하는 차량만 5대 중 3대에 이른다. 이들이 서울역 근처를 피해가면 효과는 크다.

대중교통 대책에도 주목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의 성공 원인에는 편리한 대중교통도 있었다. 특히 대중교통은 차량을 줄이고 사람을 끌어들이니,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상업도 발전시키는 일거양득이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편도 회차노선이라 불편했던 104, 463, 507, 7013A(B)번 버스를 왕복으로 바꾸고, 604, 7011번은 우회구간을 줄여 편리성을 높인다고 한다. 특히 광역버스 2개(9701, 9709)와 공항버스 1개(6019신설)를 퇴계로 축에 넣는다는 데에 기대가 크다. 퇴계로 상권과 남대문시장이 광역적, 국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교통은 경찰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법규의 영역이고 교통공학이라는 고도의 학문의 영역이기도 하며,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생활의 영역이기도 하다. 새로운 교통의 변화가 생길 때는 언제나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필요한 것은 셋이 조화를 잘 이루어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과 의심, 선입견을 갖기 보다는, 구성원들끼리 신뢰와 이해를 갖고 큰 그림을 공유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서울역고가 #서울역7017 #청계천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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