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5.10.23. 15:48

수정일 2015.10.23. 21:25

조회 6,145

2015 서울건축문화제전시장

2015 서울건축문화제전시장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도시의 대로변에서 혹은 도시의 골목길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은 아무리 아름답고, 독특하다 할지라도 일반인들의 눈에는 건축가의 의미심장한 의도까진 파악하기 어렵다. ‘아, 좋다’, ‘멋지네’ 정도랄까. 하지만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진다면 생경했던 건축물은 더 친근하고 의미 있는 감동을 안겨준다. 2015 서울건축문화제 기간 중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울 곳곳에서 전문가와 함께 하는 ‘건축문화투어’가 열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건축문화투어는 전문가의 해박한 해설을 더해져 시민들이 서울에 산재된 건축물과 장소들을 답사하는 호사를 누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전시 기간 중 10개 건축문화투어 진행 – 공간과 건축물, 건축가의 마음을 읽다

10개의 테마로 진행되는 건축문화투어 일정은 지난 9일부터 시작됐으며, 시간의 기찻길-서교365를 통해 읽는 홍대앞(조한 홍익대 교수), 김수근 투어(이범재 단국대 명예교수), 강남 40년 초고속 성장사 돌아보기(배윤경 오기사디자인 실장), 서울 구도심 북촌의 나이테와 터 무늬(이주연 건축 평론가), 서울건축문화제투어(이경택 서울건축문화제 총괄MP)’ 등의 순서로 큰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다.

오는 24일부터는 ‘홍대앞 동네산책(10월 24일, 오상훈 씨티알폼건축 대표), 아파트에 질문을 던지다-아시아선수촌 1983(10월 25일, 조성룡 건축가), 서울로 들어오는 고려시대의 길(10월 31일. 최종현 통의도시연구소), 예술과 지역: 지역 문화 자생성을 위한 예술(11월 7일. 김성우 아마도미술공간 책임 큐레이터), 지역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요소들은 과연 무엇일까(11월 8일, 이광호 작가)’ 등의 일정으로 건축문화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건축문화투어는 개별 건축물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과 건축물에 대한 상호 연관성까지 폭넓은 정보를 전문가적 식견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번 2015 건축문화제에서 주목한 건축물을 몇 가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 건축상 신축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약 500여 미터를 가다보면 독특한 건물을 하나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다. 커다란 보강판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고 보강판의 안쪽에는 1969년 미국 알타몬트에서 있었던 롤링스톤즈의 무료공연 모습이 초대형 그래피티(Graffiti. 거리그림, 낙서그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스트리스 아티스트 JR의 작품이다.

현대카드 1층과 2층이 시원하게 뚫려 있다

현대카드 1층과 2층이 시원하게 뚫려 있다

8층의 본 건물 옆은 이태원에선 유일하게 뻥 뚫린 형태의 구조로 돼 있는데, 강북과 강남을 연결해 소통하자는 건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건물 옆 오픈 공간은 아웃도어 혹은 그라운드라 불리며 시민들에게 상시 열리는 공공성이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매일 오후 5시, 약 1시간 가량 어쿠스틱 공연들이 펼쳐지고 시민들은 삼삼오오 야외에 마련된 스폰지 느낌의 모던한 소파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다.

지하1층 스튜디오 공간

지하1층 스튜디오 공간

입구를 지나 지하에 위치한 언더스테이지 내부로 들어가면 지하1층에는 3개의 스튜디오와 지하 2층엔 3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스탠딩 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 지하1층과 2층을 관통하는 벽면이 또 다시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 벽면에는 빌스(Vhils) 작가의 거대한 그래피티 벽화가 자리 잡고 있다. 회벽 칠을 하고 조각하는 방식의 작품이 특징이다. 지하2층 공연장은 지하1층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클럽형 공연장의 느낌을 갖고 있다. 높이가 9~10m 정도 되기 때문에 소리가 확산돼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연엔 제격이다.

지상 2층과 3층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락, 소울, 재즈, 일렉트로닉, 힙합 등 대중음악 5개 장르의 음반을 선별해 구비해 놓았다. DJ가 음악을 틀어주고 있어 신청곡을 적어 낼 수도 있고, 본인이 직접 바이닐을 골라 턴테이블에 올려 헤드폰을 끼고 들을 수도 있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바이닐을 골라 들을 수 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바이닐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이곳에는 1만장의 바이닐(12인치, 10인치, 7인치 LP판을 통칭)이 있는데, 이 음반들은 전 세계를 돌며 하나하나 직접 구매한 것이라 한다. 또한 300장 정도의 희귀 바이닐도 따로 비치, 전시돼 있다. 전 세계에서 6개 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 바이닐도 소장하고 있다. 3층엔 많은 음악서적과 관련 자료들이 갖춰져 있고 1962년 1호 발행된 롤링스톤의 전체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2층 벽면을 가득 채우는 콜라주 작품

2층 벽면을 가득 채우는 콜라주 작품

이곳에서도 역시 빌스 작가의 콜라주를 볼 수 있었는데 도시에서 구한 전단지를 소재로 사용했다. 다른 한쪽 벽면엔 스피커가 벽 전체에 장식되어 있어 공간 자체가 음악적인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2~3층이 통으로 뚫려 있는 구조는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활용 가능하게 했다.

1930년대 지은 도시형 한옥건물 – 종로구 누하동 ‘화가 청전 이상범 가옥’

서촌에 위치한 이상범 가옥

서촌에 위치한 이상범 가옥

동양화가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가옥은 서촌의 소박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가옥은 그가 살았던 집과 작품 활동을 하던 화실로 구성돼 있다.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한국의 산천을 독자적인 화풍에 그려내 향토색 짙은 작품을 선보인 화가 이상범. 그의 가옥은 1930년대 지은 도시형 한옥 건물로 그가 43년간 거주한 곳이다. 가옥의 원형이 잘 보전돼 있는 것은 물론 오래된 가구와 생활 소품들도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마당 한쪽 벽엔 화가의 작품이 부조의 형태로 남아 있는데, 6·25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훼손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상범 가옥 내 화실

이상범 가옥 내 화실

청전화숙(靑田畵塾)으로 불리는 화가의 화실은 대지 20평에 시멘트 벽돌로 지은 8평 남짓한 단층 양옥 건물로 이상범은 사망하기 전까지 34년간 작품 활동을 했다. 가옥과 맞붙어 있으며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전 사용하던 그대로 아무것도 옮기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조금 전까지 작업을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붓이며 물감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림들이 훼손될까 봐 덮어 놓고 있다가 사람들이 오면 한 장 한 장 설명하며 보여준다고 한다. 2005년 4월 15일 등록문화재 제171호로 지정됐다.

건축가 김수근이 박고석화백을 위해 설계한 주택 – 종로구 명륜동 ‘고석공간(古石空間)’

건축차 김수근이 화가 박고석을 위해 지은 주택, 고석공간

건축차 김수근이 화가 박고석을 위해 지은 주택, 고석공간

명륜동의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멋스런 주택의 담 한쪽에 ‘고석공간(古石空間)–1983년 김수근(공간) 설계 작품’ 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적벽돌과 월넛 톤의 외관이 멋진 이곳이 다름 아닌 건축가 김수근이 화가 박고석을 위해 지은 주택이다. 현재 이곳에는 팔순이 넘은 화가 박고석의 부인(건축가 김수근의 누님)과 장남 박기태 KDA 대표(김수근문화재단 전 이사장)가 살고 있다. 건축가 김수근이 그의 외삼촌이 된다.

명륜동의 고석공간은 건축가 김수근이 가족을 위해 지은 주택인 만큼 집안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가재도구와 공간 자체는 건축가의 애정이 서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작은 앞마당은 크고 작은 돌들을 깔아 놓았고, 마당 구석엔 옹기 소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마당과 거실 사이 창문은 대형 격자 창호 문으로 돼 있고 북소리가 날만큼 견고해 보였다. 1층 거실의 천정은 큼직한 와플 구조로 멋스러웠고 벽은 붉은 벽돌로 돼 있었다. 이 가옥의 독특한 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아래 위 하나로 뚫린 하나의 원형계단이 각 층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고석공간 1층(좌)과 2층(우)

고석공간 1층(좌)과 2층(우)

원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나무틀에 앉혀진 커다란 통유리 창으로 햇살과 마당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왔다. 나무를 쪄서 오랫동안 말려 사용한 나무 문틀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를 맞아도 뒤틀림이 없이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통유리창 밑엔 견고한 레일을 깔아 쉽게 통유리 창문을 열고 닫게 돼 있다. 통유리 창문 안쪽으론 격자 창호 문이 하나 더 달려 있고 창문 밑으론 두꺼운 문틀의 폭 만큼 수납공간이 잘 짜여 있다. 안방에는 건축가 김수근이 짠 옷장도 그대로 남아 있고, 주방엔 그가 짠 식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화장실과 주방 천정에 자연 채광이 그대로 들어 올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았다.

고석공간 지하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박기태 김수근문화재단 전 이사장

고석공간 지하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박기태 김수근문화재단 전 이사장

지하 1층 역시 벽은 붉은 벽돌이었는데 독특한 점은 습기와 곰팡이로부터 취약한 지하라는 특성을 감안해 붉은 벽돌로 사방에 이중벽을 설치하고 위와 아랫부분엔 구멍을 뚫고 참숯을 넣어 놓았다. 이런 구조는 공기가 아래위로 순환해 습기는 안쪽 벽을 타고 밑으로 흘러 바깥 쪽 벽의 아랫부분에 넣어 놓은 숯이 악취와 습기를 흡수해 실내 정화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30년이 넘은 이 주택은 30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서울건축문화제`에 방문하려면?

위의 모든 곳을 만나볼 수 있는 곳, 바로 2015 서울 건축문화제다. 2015 서울건축문화제는 지난 10월 8일에 시작해, 오는 11월 8일까지 약 한 달간 옛 국세청남대문별관 터에 설치된 가설건축물 형식의 파빌리온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서울건축문화제에서는 서울시에서 발주하고 관리할 대형 건축프로젝트들이 전시된 ‘서울메타시티 2.0’,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서울시 건축상’ , 올해의 건축가인 ‘조성룡 전(展)’, 74명의 건축가가 지역별 동사무소의 변화에 참여한 ‘더불어 사는 세상-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프로젝트’, 일반 시민들의 시각으로 찾아내고 고른 ‘아름다운 건물 찾기’ 등을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자세한 일정은 서울건축문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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