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최고봉, ‘습지’를 볼 수 있는 곳

시민기자 박동현

발행일 2015.10.14. 13:17

수정일 2015.10.14. 17:19

조회 2,130

주말을 맞아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2년만이다. 2009년부터 격년으로 방문했으니 올해로 네 번째다. 시골 고향을 복사해 놓은 듯하고, 풍기는 내음이 유사해서 좋다. 서울 도심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나 행운이다. 그래서 정감이 더하고 잊지 않고 때 되면 찾게 된다. 예년엔 귀 시린 한 겨울에 방문해 한강을 찾은 철새를 많이 관찰 할 수 있었는데, 올핸 일찍 방문한 탓에 많은 철새를 관찰 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공원 내 습지 위로 설치된 목데크 탐방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공원 내 습지 위로 설치된 목데크 탐방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그대신 공원 탐방로를 따라 산책하며 주변 식물과 습지 관찰로 재미가 쏠쏠했다. 탐방로는 목데크길, 황토길, 잔디길, 갈대길 등 다양하게 조성됐다. 코스가 그리 길지 않아 공원 내 전체 길을 돌아보아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그보다 주변 생태를 곁눈질하며 걷다 보면 어느 새 그 곳에 흠뻑 빠져들어 피곤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도심과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도 맛볼 수 있으니 공원이 주는 또 하나의 서비스다.

주말이라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 간혹 정겨운 연인들을 볼 수 있고 학교 동창, 직장 동료들도 눈에 띈다. 엄마 아빠 손을 꼭 붙잡은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다.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운 채 끌며 공원 탐방로를 산책하는 효부도 눈에 띄었다. 며느리는 주변을 잘 못 보는 시어머니를 위해 먼저 주변을 쭉 훑어보고는 다정히 얘기를 건넨다. 시어머니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탐방로를 걷는 효부 며느리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탐방로를 걷는 효부 며느리

첫번째 목데크길을 지나 끝점 한강 맞닿은 곳으로 가면 눈에 띄는 작은 건물을 만난다. 나무 판자를 이어 만든 철새조망대다. 눈높이로 한강 철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구멍을 군데군데 뚫어 놨다. 관찰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철새들의 사진과 특징을 간단히 담은 사진도 부착했다. 어린 두 여자 아이가 조망대를 통해 철새를 관찰한다. 먼발치서 오리 몇 쌍이 헤엄치며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고는 귓속말로 속삭인다. 조망대 우측에 펼쳐진 웅장한 방화대교의 아름다운 자태도 볼거리다.

철새조망대에서 전경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 자매

철새조망대에서 전경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 자매

그 사이 산책 시민의 인기척에 공터에서 꿩 두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갈대 숲속으로 사라진다. 암수가 데이트 중이었나 보다. 그 자리엔 까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먹이를 찾느라 부산하다. 지나던 한 시민은 이른 아침 조망대 좌측 공터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노는 것을 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길에 들어서자 강서습지생태공원의 자랑이기도 한 맹꽁이 서식지에 다다른다.‘맹~꽁 맹~꽁’하며 간간히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원 내 곳곳을 수놓은 고개 숙인 은빛 물결 갈대

공원 내 곳곳을 수놓은 고개 숙인 은빛 물결 갈대

공원 곳곳, 길 주변으로 우거진 갈대와 억새 군락이 장관이다. 햇볕에 반사돼 넘실대는 은빛 물결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을 하늘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나비와 잠자리가 갈대 끝을 맴돌며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한다. 폭신한 잔디길을 따라 가면 어느 듯 아마존 밀림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잘 보전된 울창한 생태 숲이 높은 절벽을 이룬다. 밀림 폭포를 연상케 하는 곳으로 장관이이다. 아래 습지에서는 백로 한 마리가 외로이 먹이를 찾고 있다.

한편 탐방로 입구마다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소독 발판’을 설치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지나던 아이가 소독 발판을 밟으며 뭐냐고 묻는다. 아이 엄마는 바로 옆 입간판에 적힌 관련 내용을 차근히 읽어준다. 탐방로 변에 핀 들국화며 이름 모를 꽃들이 아이에겐 신기하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 모두 높은 가을 하늘아래 은빛 물결 갈대와 억새, 방화대교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남기기에 바쁘다. 공원 곳곳 선 자리가 포토존이다.

공원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

공원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

차가운 바람이 불면 이곳 철새도래지로 많은 철새가 날아들 것이다. 그 이전에 공원 내 습지와 탐방로를 걸으며 습지생태공원의 가을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식물 서식 천국인 강서습지생태공원은 한강 전반 자연성을 회복하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한강 생물자원의 보고이다. 가까이로는 행주산성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 부럽지 않은 습지공원 내 장관 이룬 밀림

아마존 부럽지 않은 습지공원 내 장관 이룬 밀림

강서생태습지공원은 안정된 생태공원으로 도심 가까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게다가 장시간 산책해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산책하기에 딱 좋은 시점이 찾아왔다. 주말에 사랑하는 가족, 연인, 동료들과 이곳 공원을 찾아가 가을을 만끽하자.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찾아 동식물 서식현황과 실태를 관찰하기에 좋다. 자전거타기를 좋아한다면 공원 탐방 후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한강을 끼고 주변 도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다.

■ 강서생태습지공원 찾아오시는 길

지하철 5호선 방화역 하차.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탑승. 종점에서 내려 지하도를 통과하면 강서습지생태공원과 이어짐(방화역에서 10분 소요)

#철새 #강서습지생태공원 #방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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