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둘레길 지나, 서래섬 메밀꽃밭 가는 길
발행일 2015.10.08. 16:10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지난여름의 그 지겹던 찜통무더위의 기억도 떨쳐버릴 겸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찾아 나섰다. 먼저 찾은 곳이 지난 9월 24일 개통한 보라매둘레길(☞“맨발로도 걸어요” 보라매 둘레길 24일 개통)이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서자 오른편으로 샛길이 이어진다. 보라매공원 입구에서 왼편 숲길로 들어섰다. 나지막한 와우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높이가 낮아 오르기가 매우 쉽다. 앞에는 근처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 몇이 즐겁게 담소하며 걷는다.
도심이지만 숲이 울창하여 느낌이 정말 싱그럽다. 길 곳곳에는 정자와 벤치 등 쉼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일행들의 발걸음 속도가 느려서인지 몇 사람이 옆으로 지나쳐 앞서 걷는다. 잘 정비된 길은 오르락내리락 정답기만하다. 산 위에서 주변의 경관과 산 아래 공원을 내려다보는 맛도 일품이다. 보라매공원은 옛 공군사관학교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을 1986년에 공원으로 조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원 안에는 잔디광장, 연못, 다목적 운동장 등과 한국청소년연맹과 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동작구민회관, 서울시립장애인복지관, 시민안전체험관, 보라매병원도 자리 잡고 있다. 조깅트랙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걷고 뛰는 모습이 활기가 넘친다. 농촌 체험장과 농기구 전시관, 과수원, 논과 밭 등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농촌 풍경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안녕하세요, 이 길은 인사하는 길이랍니다” 맞은편에서 다가온 아주머니들 3명이 정답게 인사를 건넨다. 와우산 산책로는 ‘웃으며 걷는 길’ 북동산 산책로는 ‘이웃과 인사하는 길’로 이름이 붙여져 오가는 사람들과 정다운 미소를 나누며 걷는 길이었다. 또 공원 기존 산책로 곳곳에 정겹고 포근한 시골 흙길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음악분수 옆 맨발공원에는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는 건강 황토길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렇게 느긋하게 40여분을 걷는 길이 3킬로미터, 정답고 아름다운 둘레길이었다.
보라매둘레길을 돌아보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4호선 동작(현충원)역에서 내렸다. 반포 서래섬 메밀꽃밭(☞[포토] 서래섬에 하얀 눈처럼 내린 ‘메밀꽃’)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동작역 2번 출구로 나와 동작대교 아래 광장을 지나 오른편으로 나서자 너른 풀밭이 펼쳐진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들과 함께 하얗게 피어난 쑥부쟁이 꽃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잠깐 걷자 서래섬으로 건너가는 서래3교가 나타난다.
“우와! 저 하얀 꽃밭, 모두 메밀꽃이잖아? 멀리 힘들여 봉평까지 갈 필요 없겠네” 일행들이 환호성을 터뜨린다. 다리를 건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참으로 황홀했다. 전에 읽었던 소설의 한 구절이 퍼뜩 떠오른다.
‘밤중을 지날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물론 소설 속의 풍경과는 달랐다. 산허리가 아니고 강변이었고, 밤이 아니라 햇볕 쨍쨍한 한낮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밀꽃 특유의 정감은 고스란히 가을감성을 파고들었다. 강물이 출렁이는 풍경과 대조적으로 메밀밭 한편에 늘어서 있는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펼쳐진 메밀꽃밭이 그리 곱고 멋질 수가 없었다. 비록 기다랗고 작은 섬이지만 그 섬을 가득채운 메밀꽃들이 정말 녹색 멍석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물가에 긴 목을 세우고 서있는 새 한 마리가 눈길을 붙잡는다. 축제기간이 지나서인지 찾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족끼리, 또는 연인,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메밀밭 작은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이 정겹다. 꽃밭 옆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평창군과 서울시가 함께 가꾼 꽃밭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가을, 서울둘레길이 완공되어 서울시민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매우 좋은 걷기 코스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제주 올레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래 지방마다 둘레길이 많이 생겨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여가관리에 아주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 우리 서울도 서울둘레길은 물론 자치구마다 많은 둘레길들이 개발되었다. 이번 가을엔 최근에 개통된 보라매둘레길과 반포 서래섬 메밀꽃밭길을 걸으며 가을낭만에 젖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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