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철회 가능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5.09.30. 13:20

수정일 2015.11.16. 06:16

조회 1,379

손

경제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118

올해 추석은 귀성길이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다고 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네비게이션이 잘 돼 있어 혼잡한 교통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었다. 이보다는 과거처럼 부모님을 찾아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심지어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 자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모를 잘 찾지 않는 세태, 결코 반갑지 않은 변화다. 이런 말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잘 봉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자식에게 남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식에게 재산을 일단 물려주고 나면 이후 얼굴을 비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생긴 씁쓸한 얘기다.

실제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8월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과 대한노인회가 공동주최한 ‘불효자 방지법’ 토론회는 그야말로 자식들의 패륜행위에 대한 성토의 자리였다고 한다.

그 중 한 사례. A씨는 평생 모은 돈 6,000만 원을 둘째 딸에게 줬다. 집을 사는데 보태주면 같이 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받은 둘째 딸은 이후 안면을 바꾸어 버렸다. 밥도 안주고 때론 문을 잠갔다. 아들에게 갔더니 “큰 아들에게 왜 돈을 안주느냐”며 역시 문전박대했다. A씨는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고 월 10만 원짜리 방에 산다.

앞으로는 이런 ‘패륜’ 불효자는 그 대가를 치룰 듯 보인다. 민병두 의원은 이른바 ‘먹튀’ 자식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인 ‘불효자 방지법’을 발의했다. 부모 학대나 그 밖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 등이 있으면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미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길이 거의 없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쓴 재산까지 토해 내야 한다. 월급을 압류할 수도 있다. “증여는 신뢰를 전제로 이뤄지는데, 자식이 배신하게 되면 증여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게 민 의원 얘기다.

효도하고 재산도 증여받는 것, 어쩌면 가장 행복한 재테크

대법원에 따르면 2003년 127건이던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은 2013년 25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2년 2월 대법원은 한 어머니가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매월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아들이 갖고 있는 재산의 기반이 상속에서 비롯됐다”고 근거를 들기도 했다.

과거에는 물려받을 재산이 없어도 부모 부양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안 모시려 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2002년만 해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여겼으나, 지난해 약 4명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이런 세태에 노인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먼저 주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해외에선 훨씬 엄격하게 증여 받은 자식에 대해 봉양 의무를 규정한다. 독일 민법 530조는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한 현저한 배은 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프랑스 민법 953조에도 증여 철회 조항이 있다. 증여를 받은 자가 증여자에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해를 가하거나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는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 중국, 싱가포르는 불효를 저지를 경우 처벌까지 할 수 있는 법조항이 만들어져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식을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불효처벌법’이 시행중이다.

법으로 효도를 강제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부모 봉양으로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부모 재산까지 ‘덤’으로 증여받고 행복하게 가족의 정을 나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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