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여행’ 해보니, 마을이 다르게 보이네~
발행일 2015.09.21. 16:32
‘서울마을박람회’와 ‘마을만들기전국대회’가 서울혁신파크와 시청, 서울의 각 마을에서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됐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살이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마을은 사람들과의 필요충분한 관계망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또 마을살이를 하면서 함께 고민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에 대해 다양한 테마로 풀어 놓는 시간이 되었다.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라는 주제 슬로건처럼, 마을살이의 확장된 면면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예전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서울의 마을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마을여행’은 이번 축제의 백미였다. 21개 마을여행이 준비됐고, 사전 신청을 통해 코스별로 선착순 15명 내외의 신청자들은 축제가 열리는 4일 동안 서울 곳곳의 마을들을 돌아보았다.
노원구 공릉동꿈마을로의 특별한 마을여행, 함께 하실래요?
지난 9월 10일 오후2시,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정문 옆 경춘선 (구)화랑대역 앞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노원구 공릉동꿈마을로 마을여행을 떠나기 위해 사전 신청한 사람들이다. 12명의 마을여행 신청자들은 경춘선 복선화로 2010년 12월 20일로 폐역이 된 경춘선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구)화랑대역(등록문화재 제300호)의 아담한 역사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비대칭의 박공지붕(책을 뒤집어 펼친 모양)을 가진 이 간이역은 하루에 총 7번의 기차가 서곤 했던 곳이다. 서울에 남아 있던 경춘선의 마지막 간이역은 이젠 추억의 공간이 돼 있었다.
“화랑대역 마지막 역장은 당시 폐역이 되기 전 이곳으로 공릉동 주민들을 초청해 사진전시회도 열고, 작은 음악회도 열고, 가을이면 낙엽을 모아 태우는 낭만적인 행사들도 했었어요. 역사 내부에 기증 받은 피아노와 책장도 갖다 놓고, 아무 때고 마을 주민들이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 커피포트, 커피를 준비해 놓곤 했었죠. 커피 값은 100원이었는데 주민들이 자주 들려 화랑대역의 운치를 즐기곤 했죠. 하루에 기차가 7대 밖에 지나가지 않으니, 잠깐씩 선로에 나가 걸어보는 낭만도 허락됐죠. 화랑대역에 대한 각별한 추억이 있던 사람이나 방문객들을 위해 여러 권의 방명록까지 준비해 놓아 각자의 추억들을 기록해 보도록 했었답니다.”
공릉동꿈마을 해설을 맡은 국순혜 마을여행 해설사의 세세한 설명에 마을여행자들은 잠시 옛추억에 젖었다.
해설사를 따라 추억과 낭만의 경춘선 철길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마을여행자들의 탄성이 터졌다. 철길 양옆으로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한가득 피어 있었고, 철길은 아득한 곳까지 양쪽으로 닿아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해졌다. 코스모스의 낭만과 함께 폐역의 흔적을 말해 주듯 방향을 알리던 표지판들은 녹이 슬어 마음을 조금 아쉽게 했다. (구)화랑대역에서 용사촌과 북카페 다락 입구까지 가는 동안 긴 철길을 걸으며 (구)화랑대역사와 주변이 공원화되고, 옛 역사는 전시관으로 꾸며진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가 만드는 매력 있는 마을 공릉동꿈마을
붉은색 벽이 인상적인 용사촌은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한 용사들의 자활 자립 공동체로 마을의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 앞쪽으로 공공기숙사가 있고, 1층엔 북카페 다락이 있었다. 다락방이 연상되는 내부엔 책이 가득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공간도 있었다. 이곳은 공릉동꿈마을의 커뮤니티공간으로 독서와 바느질모임이 열리는 주민사랑방과도 같은 곳으로, 작지만 마을사람들이 애용하는 공간이었다.
북카페 다락의 맞은편으로 느티나무와 메타세콰이어가 길게 늘어 선 길이 나타났는데 이곳을 마을사람들은 ‘느티나무시원바람길’이라 했다. 한여름에 걸어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시원한 이 길은 조선시대에는 하마비가 있던 ‘비선골’로 이곳에선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서 태릉과 강릉으로 능행을 갔던 길이었다. 바람길을 지나며 능행길을 닦던 인부들과 관리의 밥집인 새술막에 대한 옛 이야기와 능행 때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게 사또가 백성들의 입을 막아,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다는 벙어리골에 대한 마을유래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마을의 유래를 들으며 태릉초등학교와 공릉중학교 앞길에 도착하자 해설사는 ‘꿈나르샤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 길은 2011년 청소년들의 진로와 고민들을 축제로 푸는 데서 시작해 지금은 온 마을이 참여하는 ‘꿈나르샤 축제’가 정착되어 매년 열리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꿈나르샤는 ‘청소년의 꿈을 지역사회가 응원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공릉동마을축제이다. 마을주민 모두가 우리 미래 그 자체인 청소년들에게 꿈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청소년들이 꿈을 생각해보고,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 것이다.
마을의 거점이 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마을공동체 운동의 마중물 역할 해 내
꿈나르샤길 끝엔 15개의 지역협의체가 합심해서 공릉동꿈마을공동체를 이뤄 지역네트워크를 확실하게 형성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 낸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있다. 공릉동꿈마을공동체는 2012년 9월 8일 꿈마을 선언과 꿈나르샤 축제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꿈공동체, 학습공동체, 문화공동체, 행복공동체로 만들어가기 위해 2012년 7월 결성된 공릉동지역협의체이다. 마을공동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구심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청소년활동과 도서관활동, 마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유스카페, 도서관, 청소년휴카페 꽃다방 등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놀이와 휴식, 배움의 공간이다.
마을여행 길에서 만난 바이에른제과점은 마을축제인 꿈나르샤 축제 때 ‘꿈빵’ 을 팔아 그 수익금을 마을청소년들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았다는 착한 빵집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소박한 곳이었다. 마을의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바이에른제과점을 조금 지난 곳엔 의미 있는 마을카페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마을의 다양한 소모임,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 등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복합커뮤니티공간 ‘공간이음’ 이다. 이곳이 더 특별한 것은 새터민들의 자립을 위해 그들이 운영에 동참하는 공간이란 점이다. 마을여행자들에게 새터민공간지기들은 북한 음식인 ‘속도전’을 만들어 대접했다. 옥수수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 것으로 굽거나 찌지 않고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쫀득한 것이 떡 같았다.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니 재밌다.
공간이음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가노라니, 노원구의 가장 큰 재래시장 공릉동도깨비시장이 나왔다. 단속반을 피해 장을 열었다 닫았다 해서 도깨비시장으로 불렸던 이곳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하면 없는 것 없이 무엇이든 다 나오는 시장이라는 재밌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추석을 2주 앞둔 터라 시장은 고객 맞을 준비를 현수막으로 먼저 하고 있었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공릉동도깨비시장은 재래시장 특유의 생동감과 분주함이 살아 있었다.
마을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시장 앞으로는 (구)경춘선 철길이 지나가던 곳임을 알 수 있도록 길바닥에 철로를 그대로 놓아 둔 상태로 보도블록 작업을 마무리 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로 옆 차단기가 있던 자리엔 멈춤이라 쓰인 철제 조형물이 그대로 남아 이곳이 과거 경춘선 철길과 철길 건널목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마을의 역사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 마음이 돋보였다.
공릉동꿈마을에서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열정과 그들이 만든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마을이야기와 현재 주민들이 마을살이를 하면서 만들어 가는 현재의 마을이야기가 서로 만나 풍성하게 어우러지는 ‘공릉동꿈마을’ 은 다양한 매력이 마을 곳곳에 곳곳에 숨어있는 곳이었다.
■ 공릉동꿈마을 마을여행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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