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4가 지하상가 ‘벤츠양복점’의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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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725 Date2015.10.02 11:40

옷이 날개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The tailor makes the man’이다. 그렇다. 남자의 완성은 수트. 오죽하면 영화 아이언 맨의 토니스타크가 아이언 맨이 되는 붉은 갑옷까지 수트라 불릴까. 소년에서 남자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자이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만들어주는 맞춤복을 만날 수 있는 벤츠 양복점을 소개한다.

양복

종로4가 지하도상가 ‘벤츠 양복점’ 송광용 대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네 시 무렵, 가봉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부자가 벤츠 양복점을 찾았다. 칠순을 넘긴 아버지와 40대 중반의 아들, 1970년대부터 벤츠 양복점을 찾았다는 이들은 철이 바뀌어 평상복을 맞추러 왔다고 했다.

차례로 시침질로 재단한 원단을 이어 붙여 만든 가봉 옷을 입어본 부자 위로 송광용 대표는 돋보기안경을 쓰고서 마지막으로 치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처음 매장을 방문해 치수를 재고 원단을 고른 후 가봉 단계를 거쳐 한 벌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주. 이제 가봉 과정이 마무리되었으니 봉제 작업에 들어간 후 섬세한 손놀림으로 단추 달기와 안감 마감 등의 수작업을 마무리 지으면 완성이다.

40년 경력의 마스터 테일러 송광용 대표가 운영하는 벤츠 양복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된 단골들이다. 옷을 정말 좋아하는 멋쟁이 손님 몇몇은 1년에 20벌 가까이 양복을 맞추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가장 주문이 많은 시기는 환절기로 특히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무렵 손님이 많다. 한여름은 날이 더워서인지 가장 여유로운 기간이다.

단순한 재봉틀 작업을 제외하고 간단한 손바느질부터 단추 하나 다는 일까지 약 600 공정에 달하는 과정을 송 대표는 모두 혼자서 감당한다. 그만큼 많은 양의 주문을 감당할 순 없지만, 심사숙고해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마음가짐으로 한 벌 한 벌에 정성을 다한다.

`벤츠 양복점` 송광용 대표

기본적으로 벤츠 양복점의 모든 옷은 1인 1 패턴으로 원단 선택부터 깃의 모양까지 모두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비스포크 방식을 따른다. 한 패턴으로 몇 백 벌을 찍어내는 기성복과 가장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기성복에 사이즈 단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장은 착용감이 중요한 옷인 만큼 맞춤 양복의 섬세함을 따라올 수 없다. 기성복을 사서 고쳐입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옷은 고치면 고칠수록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다.

그래서 신체적 특징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맞춤복을 찾는 경향이 있고 그만큼 한 번 빠져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맞춤 양복,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송 대표가 처음 테일러계에 발을 들인 건 10대 후반이었다. 배곯는 시절을 지나야 했던 그때, 다들 기술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곧잘 그림을 잘 그렸던 그는 양복점에 들어가 재단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10년간 기술을 익힌 후 독립해 자신만의 상점을 오픈했다. 좋은 옷을 많이 만들었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7080세대에게 맞춤복이란 당연하고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기성복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고 모든 옷을 맞춰 입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의 물결과 함께 맞춤복은 점차 자취를 감춰갔다.

양복

여기에 IMF의 풍파까지 밀어닥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맞춤복의 흐름이 한 번 오고 가는 동안 양복업계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남들과 달라 보이지 않기 위해 묻어가는 스타일을 추구했다면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옷에서도 드러내고 싶어 한다. 평균 신장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체형이 바뀌었고 외국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신체 조건이 우수한 사람도 늘어났다.

아버지 양복 같던 통짜 바지는 몸에 딱 붙도록 폭이 좁아졌고 처진 어깨를 대신해 각을 세우느라 잔뜩 넣었던 패드는 빼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맞춤 양복을 입는다고 했을 때 역시나 가장 부담이 되는 건 가격이다. 이 점에서 벤츠 양복점만은 실속있는 지하도상가의 장점을 살려 중저가를 지향한다. 평균 가격은 1벌에 80만 원으로 고급 기성복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여기에 벤츠 양복점은 종로4가 지하 혼수쇼핑센터에 자리 잡은 덕에 예복을 맞추러 오는 손님도 적잖이 있는 편이다. 식이 끝난 후에는 평상복으로 입을수 있도록 옷을 수선해주기도 한다.

끊임없는 열정의 마스터 테일러

상인의 면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장인 정신이 투철한 송광용 대표는 지극히 옷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틈만 나면 백화점을 돌아다니거나 외국 잡지를 들여다보며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남성패션문화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이유 역시 사람들과 꾸준히 교제하며 자극을 받기 위해서다. 옷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른 만큼 10년 동안 해마다 맞춤 양복 패션쇼에 꾸준히 작품을 내온 것은 물론 대만과 함께 개최한 마스터 테일러 기술교류 친선 경기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소상공인기술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하도 상가에 둥지를 튼 청년 상인들과 함께한 특별한 추억도 있다.

양복, 상

한복과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이들은 어느 날 송광용 대표를 찾아와 옷에 대한 가르침을 한 수 청했고 지도과정의 끝에 팀을 이루어 소상공인기술 경진대회 일반 부문에 참가하기도 했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젊은이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송 대표 자신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이렇듯 올해 58세인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벤츠 양복점을 운영할 생각이지만 슬슬 그동안 테일러의 삶을 정리하는 책을 한 권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양복의 유래부터 체형에 맞게 옷을 입는 방법까지 말 그대로 양복의 모든 것을 다뤄보고 싶다. 미리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자면 옷을 잘 입는 것보다 바르게 입는 법을 전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양복과 셔츠, 넥타이의 톤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셔츠가 화려하다면 양복은 무늬가 없는 게 좋죠. 양말 색도 양복과 어긋나지 않게 신어야 해요. 외국에서 드레스 셔츠는 속옷 개념인 만큼 수트 안은 최대한 가볍게 입고 자켓 소매는 셔츠가 1.5cm 정도 보이도록 입는 게 좋아요.”

10대 소년이 마스터 칭호를 얻은 테일러가 되기까지 40년. 평생을 바쳤다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시간 동안 벤츠 양복점이 좋은 옷을 만드는 곳이었다고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송광용 대표의 마지막 바람이다.

송광용 대표

글 이은수 · 포토그래퍼 강정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지하81 종로4가 지하쇼핑센타 69호
문의: 02-2271-0136

출처 : 매거진 G:HA[지하] 4호(서울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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