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바람, 고등학교에도 불어와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5.09.09. 15:14

수정일 2016.10.11. 15:31

조회 1,544

함께 서울 착한 경제 (29) 독산고에서 열린 `2015 사회적경제 학교 장터`

서울의 학교 현장에도 ‘사회적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영림중, 독산고, 삼각산고, 선사고, 삼성고 등과 같이 실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사회적경제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이 뜻 모아 설립한 학교협동조합은 1인 1표로 동등하게 의견을 나누며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협동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한다. 또한, 학교가 진정한 지역교육공동체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데, 독산고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학교 장터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가 한자리에, 사회적 경제 학교 장터

지난 28일, 금천구에 있는 독산고등학교에서는 `2015 사회적 경제 학교 장터`가 열렸다. 각종 먹거리와 상품이 소개되는 여느 프리마켓과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학교 장터이니만큼 방과 후 프로그램과 각종 체험 및 상담 프로그램, 수학여행, 급식 자재와 도시락 등 학교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에코살림에서 천연화장품 만들기 시연을 보이고 있다

에코살림에서 천연화장품 만들기 시연을 보이고 있다

에코살림 대표 김나나 씨는 전문 강사들과 함께 천연 비비크림, 선크림, 립밤, 수분크림 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화장을 한다는데, 이처럼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며 유해성분을 알리는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달그락 고민 우체국 복면가왕 상담소

달그락 고민 우체국 복면가왕 상담소

또 다른 인기 부스는 금천교육복지센터의 ‘달그락 고민 우체국 복면가왕 상담소’였는데,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유쾌한 상담소였다.

“함께 화내주는 ‘욱상담가’, 무슨 대답이 나올지 몰라 ‘엉뚱한상담가’, 뭐든지 들어주는 ‘일단말해상담가’, 흥이 많은 ‘흥상담가’ 이렇게 4가지 버전의 상담가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선택해오면 고민을 들어주고 있어요. 주로 성적, 애인, 연애, 담임선생님과의 불화 등을 고민으로 털어놓는데, 제가 욱상담가라 같이 화내다 보면 속 시원하다고 해요.” 사회복지사 송현주 씨가 말했다.

이날 학교 장터에는 각종 음료도 맛볼 수 있었는데, 금천구에 있는 청소년 휴카페 지기들이 준비한 것이었다. 이들은 서울시립금천청소년수련관 내에 있는 대안학교의 ‘원두’라는 곳에서 나왔는데, 바리스타 교육 과정과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금천청소년수련관 대안학교 원두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금천청소년수련관 대안학교 원두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 등을 진행한다

대안학교 길잡이 교사 장지희 씨는 2학기 신입생 모집 홍보 차 나왔다는데, 대안학교 소개서를 읽고 간단한 퀴즈를 맞히면 핸드드립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금천구에 있는 또 다른 청소년 휴카페 ‘꿈꾸는 나무’에서도 수제 레몬에이드와 자몽에이드, 공정무역 아이스초코 등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바리스타 복장까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이들 중엔 독산고 재학생도 있었다.

청소년진로직접체험센터 `꿈꾸는나무`에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청소년진로직접체험센터 `꿈꾸는나무`에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저희는 휴카페 수익금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있는데요. 청소년이 직접 벌어서 청소년한테 장학금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휴카페는 청소년들이 모든 일을 맡아 하는데요. 이렇게 카페 운영은 물론, 계획과 홍보, 행사 진행까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전국에서 저희가 유일하다고 해요.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재미있어요.”

엄고은(독산고 1년) 양은 바리스타 일에 흥미를 느껴 여기서 일을 시작했다는데, 1년 6개월 경력의 고참 바리스타로 카페 운영팀 대표를 맡아 일하고 있다.

마을의 자랑이 된 학교, 사회적 경제와 함께

사회적경제 학교 장터를 축하하기 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경제 학교 장터를 축하하기 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5 사회적경제 학교 장터에는 작은 무대도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기념식에 이어 마술공연을 선보였다. 클라리넷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마술 공연이라 더욱 풍성한 느낌이었다. 또한, 참가 업체 소개도 이어졌는데, 모두 금천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었다.

파우치, 앞치마, 에코백과 같은 수공예품을 생산·판매하는 마을기업 ‘민들레워커협동조합’, 신선하고 건강한 달걀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자 유통업자들이 모여 설립한 ‘서울계란협동조합’, 친환경 유기 농산물과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금천한우물아이쿱생협’ 등 30여 개 이상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마음의 숲’ 오경훈 사회공헌사업 팀장은 학교 장터에 맞게 ‘MBTI 성격유형검사, 진로적성검사, 그림검사’ 등 청소년을 위한 심리검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과 진로를 찾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학생이 몰렸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에서 건고추, 건고사리를 판매하고 있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에서 건고추, 건고사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 옆으론 건강한농부협동조합도 눈에 띈다. 이번 장터에서는 모종과 각종 씨앗, 친환경퇴비, 다용도 미생물 등과 함께 건고추, 건고사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귀농한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라니, 더욱 믿음이 간다. 그런데 ‘이런 농산물이 학교장터에서 잘 팔릴까?’ 슬며시 걱정이 앞선다.

“여기 독산고 학교 협동조합이 우리 지역에서 큰 자랑거리거든요. 그런데 해마다 하는 사회적경제 장터를 여기서 한다길래 참여했습니다. 애들한테는 사회적 경제를 알려주는 마당이 되는 거고, 참여하시는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은 단골손님이 될 수 있으니, 많이 팔진 못해도 더 의미 있는 행사라 생각합니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 김선정 이사장의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울러 독산누리협동조합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이 뜻 모아 만든 학교협동조합 ‘독산누리 사회적협동조합’

“빅뱅, EXID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협동조합도 이렇게 5명(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똑같이 뭔가를 필요로 해야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FC바르셀로나는 만들어질 때 시민이 16만 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참여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역축구팀이 축구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지역을 위해서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필요를 느껴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에요.”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우예빈(여)과 한석현(남)학생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우예빈(여)과 한석현(남)학생

건물 안쪽에서는 ‘나도 선생님–협동조합 10분 강의’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강사가 다름 아닌 독산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학생이사인 우예빈, 한석현 학생이었는데, 막힘없이 또박또박 협동조합을 설명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석현 학생은 “사회적경제 같은 경우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니까, 민주주의 정치체제와도 잘 맞고 따뜻한 경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협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한다. 경영학과 지망생이라 그런지, 고민의 깊이도 남다른 듯싶다. 간혹 사회적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조차 구별하지 못해 망신스런 상황을 연출하는 어른도 있는데, 이들 청소년에게 좀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학생들은 협동조합 10분 강의와 함께 다양한 전시·홍보 행사도 진행했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판매하고,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을 알리는 OX 퀴즈, 협동조합이나 공정무역 등을 소개하는 전시, 에코옷장과 관련된 홍보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매점 (오른쪽이 김은진 씨)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매점 (오른쪽이 김은진 씨)

독산고 내 학교매점 역시 협동조합 형태이다. “저희는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 학생 네 주체가 조합원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협동조합입니다. 현재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여기서 매점 등을 통해 버는 이익금은 다 학교에 환원해 학생들 복지에 쓰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점에서 만난 학부모 조합원 김은진 씨의 설명이다.

학교협동조합 매점에서는 운영에 대한 주요 결정은 이사회나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물품 판매와 같은 실제 운영은 학부모 조합원들이 자원봉사 차원으로 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은 매점 운영과 함께 교복+재활용 사업인 에코옷장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세상을 바꾸는 마개 2g운동, 미리내 백원. 캔모아 축구공 등 다양한 행사에도 함께 참여해왔다. 이처럼 학교협동조합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함께하며 경제를 배우고 민주주의의 원리와 협동의 가치를 배우는 배움터가 되고 있다. 독산고 사례처럼 사회적경제와 만나 삶의 배움터가 된 학교, 지역 주민들의 자랑이 된 학교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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