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멸치 해부 실습 해보셨나요?

시민기자 서형숙

Visit573 Date2015.08.26 11:20

서로 모르는 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며 음식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시간

서로 모르는 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며 음식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시간

서로 전혀 모르는 이들이 성수동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것도, 서로 친한 관계라도 약속을 지키기 힘든 토요일 오전 시간에 말이다. 이 날, 모임의 주최자는 김현숙 교수. 그는 현재 청강대학교에서 음식철학과 푸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모임을 마련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요즘 음식과 요리,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데 반해 음식의 역사, 철학, 문학(통칭 음식인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음식학(Food Studies)에 관련된 책을 읽고, 각자가 느낀 소감과 의견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미각교육은 단순히 음식에 대해서 아는 교육이 아닌, 곧 인성교육”이라고 운을 떼며 “많은 시민들이 식생활교육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참석할 있는 계기가 각 지자체에서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음식에 대한 미각교육의 기회가 아직 시민들에게 적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브런치를 즐기며 음식의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

브런치를 즐기며 음식의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

이 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로산진의 요리왕국’ 책을 기본도서로 하여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따끈한 수프와 갓 구운 빵(pot bread) 그리고 싱싱한 채소 샐러드(Jar salad)를 곁들인 브런치를 먹으며 음식과 관련한 영화, 역사,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로 친분도 쌓았다.

‘로산진의 요리왕국’에선 무엇을 이야기 할까

이날 모임의 지정도서 `로산진의 요리왕국`

이날 모임의 지정도서 `로산진의 요리왕국`

이날 모임에서는 함께 읽었던 책을 통하여 로산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배워볼 수 있었다. 로산진(北大路魯山人·1883-1959)은 도자기와 서예, 전각과 칠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 일본요리의 예술가이다. 그는 절대 미각으로 최고의 요리를 선보였지만, 독단적인 성격과 기행 때문에 희대의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혀끝으로만 음식을 맛본다. 하지만, 로산진은 미각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귀에서 눈으로, 다시 코로 온 감각을 동원해 ‘미’와 ‘맛’의 조화를 즐기는 것이 바로 ‘요리’라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나간 요리철학을 보여주고 있었다. 요리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맛만 추구한다면 주인이 던져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고 행복해하는 개나 고양이와 같다고 독설도 주저하지 않는다.

멸치를 해부해 보다

마른 멸치를 해부해보는 생소한 체험시간을 가졌다

마른 멸치를 해부해보는 생소한 체험시간을 가졌다

이 날 모임에서 ‘멸치해부’라는 생소한 체험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김현숙 교수는 다시 국물을 내는 굵은 대멸치를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사실 멸치해부 체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흔히 볶아먹고 국물에 우려먹는 흔한 멸치를 해부해서 뭘 배우고 느끼겠다는 건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작은 멸치를 대가리 몸통으로 잘라내고 부위별로 나누다보니 멸치에게도 뇌, 이석, 위, 장 등의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날 멸치해부를 위해 준비된 마른 멸치

이날 멸치해부를 위해 준비된 마른 멸치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멸치인데도 불구하고 그 체험을 통해 멸치도 사람처럼 뇌도 있고 심장이 있다는 점이 너무도 새로웠다.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추억이 있고, 그 재료가 되는 근본 속에 누구나 존중해줘야 할 소중한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것도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음식남녀 사람도서관이란?

그럼, 이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을까?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을 때, 우리의 삶과 일상이 더 풍성해질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음식남녀 사람도서관’ (www.wisdo.me/@/seoul-foodies)을 찾아보자. 이 곳, 사이트에 들리면 ‘음식’이라는 주제를 매개체로 한 다양한 모임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참여방법은 개설된 모임공지 중에서 참여하고 싶은 모임을 찾아 예약한다. 그리고 소정의 회비를 준비해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면 된다. 이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음식이라는 공동주제를 놓고 각자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지식을 공유하다보면 누구나 ‘사람책(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음식남녀 사람도서관은 다양한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 등 우리에게 유용한 음식정보에 대한 지식들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연령도 직업도 성별도 각기 다른 이들이 이 만남을 통해 서로 책이 되고, 독자가 되면서 지속적인 커뮤니티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위즈덤사람도서관: www.wisdo.me/
○ 식생활 사람도서관 음식남녀: www.wisdo.me/@/seoul-fo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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