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카페’ 하나로 동네가 달라졌어요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5.08.25. 16:50

수정일 2015.08.26. 10:07

조회 3,697

도봉동 새동네 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

도봉동 새동네 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

오전 11시경,  4명의 나이 지긋한 동네 할머니들이 카페에 들어와 빙수를 시켜 먹으며 일상적인 담소를 나눈다. 건너편 테이블엔 할머니와 엄마, 딸 삼대가 커피와 음료수를 시켜 놓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한 무리의 마을 청년들은 카페 앞 빨간 파라솔 밑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 아저씨 둘은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무척 심각해 보인다.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손짓이라도 하듯, 카페의 전면과 옆면의 접이식 유리문은 모두 활짝 열려 있다. 골목길에서 두세 걸음만 내딛으면 바로 카페 안이다. 문턱이 낮아도 무척 낮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커피도 마시고 가볍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커피도 마시고 가볍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올해 2월 문을 연 도봉동 새동네 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의 흔한 월요일 오전 풍경이다. 다양한 연령층이 격의 없이 어우러진 모습. 상업적인 로드카페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카페지기 김지현새동네협동조합 팀장

카페지기 김지현새동네협동조합 팀장

“우리동네커피집에선 흔한 광경입니다. 이곳은 마을주민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간이거든요. 아침 드시고 삼삼오오 모여 나오시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마을 안에 있는 작은 공원을 산책하다 들어오는 엄마와 아이들도 있고, 친구가 찾아 온 마을 청년들이 찾기도 합니다. 우리동네커피집이 있어 너무 좋다고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충성 고객들이 많아요. 동네에서 가깝고 커피 값도 싸고 편하다 하시죠.” 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의 운영지기이기도 한 새동네협동조합 김지현팀장의 설명이다.

마을의 변화, 그곳엔 주민들이 있었다

서울 동북부의 끝자락 도봉구 도봉동 새동네는 도봉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마을이다. 2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인 주택가 앞쪽으론 등산객들을 위한 상가가 즐비한 곳이다. 연간 1천만 만 명의 등산객이 마을 앞과 마을 골목을 거쳐 간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마을 구석구석에 뒹굴고, 주말이면 동네는 정말 시끄러웠어요. 평일엔 좀 조용한지만 변두리인 새동네엔 즐길 거리가 전무했습니다.” 10년 전 시댁이 있는 도봉동 새동네에 들어와 살게 된 김지현팀장이 느낀 새동네의 모습이다.

변화가 없을 것 같던 동네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2년 새동네마을이 서울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시범구역으로 지정됐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추진되면서 초창기 컨설팅을 맡은 용역회사는 주민들을 모아 설명회와 워크숍을 진행했고, 주민들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개선 요청 사항들을 쏟아냈다. 주민들과 전문가, 공공이 함께 주민워크숍과 주민회의 등을 거듭하던 중 ‘우리 동네를 우리의 의지대로 디자인하고 바꾸자’는 주민 의견이 나왔다.

12명의 주민대표들은 새동네마을공동체운영회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회의와 협의를 거쳐 주민주도형 마을계획을 수립해 나갔다. 12명의 주민대표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을 중심으로 블록을 나눠서 블록장을 맡아 설문지와 동의서를 들고 약 10집을 방문했다.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고, 마을의 공간 재생에 주민들의 의견은 속속 반영됐다. 주민들은 더 활발하게 마을공동체 형성에 자발적 참여 의지를 보태기 위해 새동네협동조합(조합이사장 윤사노)을 결성했다. 마을공동체운영회 회원들 대부분이 조합원이 됐다.

마을회관 새동네 어울누리, 마을의 심장이 되다

과속 운전을 방지하는 곡선 형태 일방통행로(좌), 새로 정비된 가로공원(우)

과속 운전을 방지하는 곡선 형태 일방통행로(좌), 새로 정비된 가로공원(우)

2014년 3월 공사가 시작됐다. 새동네 마을을 양분하고 등산객들이 쓰레기를 버리던 가로분리대는 주민과 등산객들을 위한 가로공원이 됐고,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 곳곳엔 CCTV가 설치됐다. 지저분했던 전선과 전봇대는 전선 지중화로 땅속으로 들어가면서 마을이 환해졌다. 노후화 된 경로당 건물을 철거하고 주민공동이용시설인 마을회관을 신축하게 됐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론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마을카페 파티홀 내부

마을카페 파티홀 내부

1층은 도봉산경로당과 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이, 2층은 마을학교와 우리동네 파티홀이, 3층은 도봉산의 자연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원형의 데크와 옥상정원으로 꾸며졌다. 공간 인테리어 비용을 위해 구비 보조금과 마을조합이 함께 출자해 책임지고 마을회관 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2014년 12월, 새동네 주거환경재생사업이 마무리 됐다.

옥상데크에서 바라본 도봉산

옥상데크에서 바라본 도봉산

마을회관인 새동네어울누리는 마을의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의 거점이 됐다.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마을학교가 운영 중이고, 주민들을 위한 열린공간인 파티하우스와 커뮤니티 공간인 마을카페, 마을 노인들을 위한 공간인 노인정은 마을사람 모두에게 활짝 열렸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인 만큼 주민들이 직접 마을회관의 운영을 맡아 마을회관의 자립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있다.

“공간이 만들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점차 모이네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오고, 마을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가족모임이나 동창회 혹은 엄마들 모임을 마을회관 파티하우스에서 하기도 해요. 파티하우스 사용료(외부인 10만원/ 주민 무료-5시간 기준)만 내면 주방과 홀, 숯과 그릴이 제공 됩니다. 도봉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관 좋은 옥상은 인기예요. 파티하우스는 한 달에 두세 건의 예약이 잡혀 있어요.” 사람들이 이전보다 서로서로 한결 가까워지고,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며 김지현 팀장이 신이 나서 설명했다.

마을의 긍정적 에너지, 마을을 살게 하다

작년 10월부터 도봉구마을학교의 지원을 받아 실버영어교실, 도예교실, 천연화장품만들기 교실을 시범적으로 진행했다. 천연화장품 만들기 교실 수강생들은 주민재능기부를 통해 자체 동아리가 만들어져 지금껏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여명의 주민들은 2주에 한 번씩 마을회관에 모여, 미생물활성액(EM용액)을 만들어 실생활에서 사용하며 사용 정보를 꼼꼼히 나누고 있다.

옥상에서 진행하는 블루베리키우기 프로젝트

옥상에서 진행하는 블루베리키우기 프로젝트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도봉구 함께그린마을만들기지원사업 중 블루베리키우기 프로젝트를 마을회관 옥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자줏빛 블루베리가 8월의 태양을 머금고 익어가고 있다. 신청한 주민들에게 나만의 블루베리를 정해주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마을회관에 와서 블루베리에 물도 주고 주민들끼리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누자는 소박한 취지가 실현 중이다. 감자나 옥수수를 삶아와 이웃들과 나누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마을학교가 새동네 행복학습센터로 지정받아 국비 지원도 이뤄져 8월부터 실버영어, 도예교실, 오카리나 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저분했던 거리가 가로공원으로 변신하였다

2015 대한민국 경관대상 시가지 경관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도봉동 새동네

마을이 활기차게 변하니 경사도 생겼다. 도봉동 새동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국토교통부에서 주최하고 한국도시설계학회 등이 공동 주관한 2015 대한민국 경관대상 시가지경관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을 경관의 형성, 관리, 보전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긍정적 평가를 받은 셈이다.

“처음 우리가 만들어 가고자 했던 취지대로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마음 편한 공간이 마을의 심장부에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김지현팀장의 말처럼 마을주민들이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하고도 부러운 일이다. 도봉산에 등산 올 일이 있다면 마을회관 새동네어울누리에 꼭 한번 들려 보시길.

○ 새동네마을카페 우리동네커피집 : blog.naver.com/coffeejiib | 02-954-1223

#도봉동 #우리동네커피집 #새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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