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와 지하도상가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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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395 Date2015.08.12 13:26

모자

시티스타몰 ‘밀라노’ 류용복 대표

예로부터 젠틀맨의 상징이던 중절모, 화가의 아이템에서 최근 현역 군인들의 머리 위에까지 얹힌 베레모. 부족한 외모를 커버하는 용도로 설명하기에는 모자에 깃든 멋이 너무도 깊다. 을지로 지하도상가의 초입인 시티스타몰에 위치한 모자가게 ‘밀라노’는 그래서 시민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시절에 따라 유행도, 환경도, 인기도 변하는 법. 2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모자, 그리고 지하도상가의 명암과 함께하고 있는 류용복 대표를 만났다.

시티스타몰 `밀라노` 류용복 대표

모자만을 취급하시는 게 신선합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모자 상점을 하게 되셨나요?

시작한 건 1992년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죽점퍼나 서류가방, 여행 가방 등을 판매하려고 가게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퍼를 진열하려면 마네킹이 있어야 하잖아요? 마네킹을 장식하느라 시장에서 모자를 가져다가 마네킹에 씌웠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모자를 살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부터 모자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어찌 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신 거네요.

그렇죠. 사실 저는 전문 지식도 없었어요. ‘이태리상사’라는 모자 전문 업체가 있었는데, 당시 유명 백화점에 입점되기도 했고 본사는 남대문에 있었거든요. 지인을 통해 그쪽 관계자를 알게 되어서 그곳 모자를 많이 가져다가 판매했어요. 그러다 보니 도매상에도 다니게 되고, 공장에서도 자기네 물건도 팔아달라고 연락이 왔죠. 1994년에서 1995년쯤부터 모자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되었어요.

이곳 시티스타몰에는 어떻게 자리 잡게 되셨나요?

그때는 새서울지하도상가였어요. ‘새서울지하도상가-시청지하도상가-시티스타몰’로 개명이 여러 번 됐죠. 1968년에 지하도가 생긴 것으로 아는데, 이 길은 2호선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83년인가 84년인가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같은 상가의 중앙만 제일 오래된 곳이고요. 을지로는 전역이 이렇게 2호선이 생기면서 같이 조성된 거예요.

어쨌든 제가 여기 들어온 지는 25년 정도 되었어요. 당시 저는 구두공장도 하고 양화점도 했었는데, 시청지하도상가에서 구두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을 썼었어요. 거래처인 곳이다 보니 자주 오게 되고, 자주 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된 거죠.

당시에 상가가 엄청나게 활기찼나 봐요.

네, 저도 경쟁을 뚫고 이 가게에 들어왔거든요. 그때에는 전자 시스템이 없어서 전자기계가 아닌 제비뽑기 같은 걸 했었어요. 바구니에다가 손 넣고요. (웃음) 그때 여기와 이 옆 가게만 신설되어서 입찰을 했죠. 당시 입주 희망자가 굉장히 많았어요.

밀라노

사장님은 당시의 높은 경쟁률을 뚫은 행운의 사나이시네요. 그만큼 밀라노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모자 전문 상점이라는 점도 그렇고요.

지금은 남대문이나 청계 7가, 평화시장에서도 모자 도소매를 하지만, 전에는 모자만 취급하는 가게가 많지 않았어요.

밀라노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손님으로 오시나요?

젊은 사람들은 많지 않고요. 중년부터 노년까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찾으세요. 그중에서도 옛날에 모자를 좀 써보신 분들, 모자로 맵시를 낼 줄 아는 분들이 주로 오시죠. 제가 구매해서 갖추어 놓는 게 대부분 연세 있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자주 찾는 손님들에게는 모자가 필수적인 아이템인가요?

필수죠. 머리숱이 없으신 분들의 경우 여름에는 햇빛에 따갑고 겨울철에는 머리가 시리니까요. 보온을 하는 등 머리를 보호하는 용도로도 쓰시는 거예요.

단순한 패션 이상의 아이템이겠네요. 어르신들이 모자를 구매할 때도 유행 같은 것이 존재하겠죠? 어떤가요?

일단 계속 쓰는 분은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으세요. 젊은 사람들이 옛날엔 야구모자 밖에 안 썼지만, 지금은 일본말로 도리우치라고 하는 헌팅캡 같은 것도 쓰거든요. 스타일이 좀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유행시키니까 연세 있으신 분들도 잘 쓰시더라고요. 의상의 유행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요. 옛날에는 경조사에 복장을 다 갖추고 갔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산소나 납골당에 가도 등산복 등 아웃도어를 입고 가요. 일터에서의 복장 문화도 많이 변했고요. 복장에 따라서 모자도 달라지는 거예요. 옛날에는 중절모 등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캐주얼한 쪽이 더 주목받고 있어요.

모자

사장님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모자는 어떤 건가요?

기본적으로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쓰는 분에 제일 잘 어울려야 제일 좋죠. 디자인으로만 보자면 우리나라 제품들도 요새는 잘 나오는데, 유럽 쪽에서 나오는 모자가 좋고요. 일본 모자도 괜찮아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입점 직후와 지금의 상가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왜 지금과 그때가 다른 건가요? 무슨 큰 변화라도 있었나요?

있었죠. 당시에는 소공이나 광화문 쪽으로 나가는 길도 없었어요. 시청역으로 내리면 1호선이든 2호선이든 다 이 통로를 지나야 했죠. 롯데백화점 같은 랜드마크도 이곳을 통해서만 갈 수 있었어요. 광화문 같은 경우는 5호선이 생기기 전까지 그랬고요. 지하철역도 다양해지고 출구도 많아지면서 지금은 여기가 시청역과 정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많은 유동인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도시가 편리해지고 발달한 것이 오히려 밀라노에는 안 좋게 작용한 것이군요.

아쉬운 점은 이 상가의 위치가 시청 바로 밑인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다는 거예요. 노인이나 장애인은 진입하기조차 어려운 거죠. 거리는 지하철과 멀지 않아도 오히려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잘 안 되는 거고요.

점포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더 그런 것도 같아요. 회현이나 명동, 소공 지하도상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없는 편이었어요.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편의시설이 생기면서 활성화된 부분이 있죠. 저를 비롯한 이곳의 상점 주인들은 현재 이곳이 유동인구를 늘릴만한 환경이 안 된다는 걸 가장 아쉬워하고 있어요.

명동이나 회현 지하도상가도 보면 다들 어렵다고 하시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활성화에 대한 필요도 많이들 느끼시고요. 또 같은 상가라도 업종에 따라서 상황이 각각 다른 것 같기도 해요.

물론 그렇죠. 사실 그런 건 개인의 능력이라고 봐야죠. 아무리 경기가 호황이고 활성화가 됐어도 부도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어려운 상태라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밀라노와 이곳 시티스타몰이 어떤 곳으로 남길 원하시나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 수 있게끔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상가가 훨씬 더 활기를 찾고, 젊은 친구들이 점주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해야 상가도 더욱 활기가 넘칠 것 같아요.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들이 머리가 더 빠르게 돌아가잖아요. (웃음) 아무쪼록 이곳 상가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오수희 · 포토그래퍼 강정호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56 시티스타몰 626호(1,2호선 시청역 6번 출구)
문의 : 02-776-4732

출처 : 매거진 G:HA[지하] 3호(서울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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