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볶아주는 커피의 묘약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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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562 Date2015.08.06 10:23

을지입구지하도상가 ‘카페 브리이에’ 최태임 대표

수많은 직장인이 아침저녁 정신없이 오가는 을지입구지하도상가.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들의 손엔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하나씩 들려있다. 출근길에, 점심 먹고 들어오면서, 피하고만 싶었던 야근을 마주할 때 커피가 없는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맛있는 커피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커피 한 잔에 기분 좋은 웃음까지 얹어가고 싶다면? 카페 브리이에, 그곳에 당신을 커피의 마법에 빠지게 할 요정이 살고 있다.

최태임대표

카페 브리이에, 이름이 무척 독특하네요. 무슨 뜻인가요?

브리이에는 빛나다, 반짝이다는 뜻의 불어 ‘briller’에서 온 이름이에요. 졸리고 피곤할 때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눈이 반짝이고 그 순간이 마법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반짝이는 마법의 가게라는 컨셉으로 카페 브리이에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를 볶아주는 커피 요정이고요. (웃음)

요정이 볶아주는 커피라고 하니까 맛이 굉장히 기대되는데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우선 카페 브리이에는 매일매일 다른 8가지 종류의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제공해요. 커피처럼 향이 잘 느껴지는 음료가 없는 만큼 다양한 향과 맛을 손님에게 알려드리고 싶더라고요. 쿠체레, 예가체프, 시다모,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킬리만자로 등이 있고 오늘의 원두는 니콰라가예요. 로스팅과 블렌딩 역시 직접 하고 있는데요. 모두 생두를 들여와 매장 안에서 전기 반 열풍으로 볶은 원두와 제가 집에서 직화로 볶은 원두를 섞어서 사용한답니다.

종류가 정말 다양하네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많고요. 직접 로스팅을 해서 얻는 장점은 뭔가요?

똑같은 원두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만큼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가면서 제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어요. 전기 반 열풍 로스터기의 경우 시간만 설정하면 돼서 초보자도 다루기 쉽지만, 직화 로스팅의 경우 자기 감으로 해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냄새도 다른데요. 처음엔 풋내가 나다가 원두가 캐러멜화 되면 달콤한 냄새가 나요. 이 과정에서 언제 원두를 빼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에요. 그렇다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원두를 볶는 가치가 있죠. 개인적으로 저는 신맛보다 쌉싸래한 맛을 좋아해서 약하게 볶은 원두랑 오래 볶은 원두를 섞어서 사용하는 편이에요.

원두 하나에도 어마어마한 정성이 들어가는군요. 그런데 원두를 매일 바꾸면 남는 게 생기지 않나요?

한 번에 볶는 양이 많지 않아서 남는 건 거의 없는 편이에요. 또 일부는 더치 커피 블렌딩에 사용하면서 양을 맞추고 있고요. 더치커피 역시 카페 브리이에의 대표 메뉴 중 하나로 원두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커피이기도 해요. 상온의 물로 장시간에 걸쳐 우려내서 만드는 더치커피는 기계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맛이 깔끔해요. 카페인이 적으면서도 향미가 좋아서 커피의 묘약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매일 바뀌는 커피의 마법, 요정과의 한판승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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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커피 맛도 기대되는데요. 손님들 반응은 어떤가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잘 나가는 건 당연하지만, 신기하게도 브리이에에서는 일반 커피와 더치 커피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가고 있어요. 보통 더치커피는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인데 겨울에도 많이 찾으세요. 유리병에 담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구매해가시고요.

전문성과 다양성을 두루 갖추셨네요. 어떻게 처음 지하도상가에 자리를 잡게 되셨나요?

사실 지금 브리이에가 있는 자리는 제 어머니께서 처음 을지로 지하도상가가 생겼을 때부터 편의점을 운영하셨던 곳이에요. 거의 30년 가까이 일해오신 어머니의 젊음이 깃든 자리죠. 그러다 제가 2007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카페 브리이에를 운영하는 거고요. 원래 저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제품 교육이나 이미지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었는데요. 잠시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커피에 관심이 생기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처음 브리이에가 문을 열었을 때와 지금의 지하도상가는 조금 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상가 전체적인 모습을 보자면 초기엔 사무기기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 위주라 조금 어두운 느낌이 있었어요. 젊은 사람보다는 어르신이 많았고요. 브리이에가 같은 구역에 처음 생긴 카페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는 경쟁 상대가 없다 보니 장사도 정말 잘 됐어요. 지금 벌써 8년째 브리이에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초기 1, 2년이 가장 장사가 잘 되었던 시기예요. 그러다 하나둘씩 다른 카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청년들이 운영하는 젊은 감각을 지닌 가게도 늘어났어요.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상가 분위기가 밝아졌고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많이 생긴 편이에요.

브리이에 입장에서 보자면 경쟁 상대가 늘어난 셈이네요.

아무래도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사실 호황기가 지나면서 브리이에도 침체기가 왔었어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 상대들이 하나둘 들어오니 휘청거리게 되더라고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뭔가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내실을 다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죠. 그래서 브리이에만의 색을 만들기 위해 더치커피도 판매하고 로스팅도 직접 하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커피 외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정 컨셉도 잡게 된 거고요.

로스팅, 커피도 판매

각종 프로모션에도 브리이에만의 개성이 돋보이는데요. 한 번 소개해주시겠어요?

브리이에를 방문한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잠깐이라도 웃고 기분 좋게 가실 수 있도록 만든 것들인데요. 보통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도장을 하나씩 찍어주잖아요? 저희는 커피 요정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분들께는 도장을 하나씩 더 찍어드려요.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시지만 익숙해지면 손님들이 먼저 가위바위보 하자고 말씀하시기도 한답니다. (웃음) 도장 역시 ‘당신은 몹시 커피가 끌린다.’라는 글자 위에 찍어드리는데요. 총 11글자지만 한 글자는 서비스로 찍어드리는 셈치고 도장이 열 개 모이면 3,000원을 할인해드려요. 또 5만 원을 선결제하면 포인트로 6만 원을 적립해 드리는 등 단골손님들을 위한 할인 혜택이 있어요.

단골 고객도 확보하면서 브리이에만의 문화를 정립해가고 계시네요. 한편으론 서비스직이 쉽지 않은데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속앓이를 할 때도 많지만, 이제는 아예 마음가짐 자체를 바꿨어요. 예전에는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손님이 있으면 왜 저럴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확실하게 선을 긋는 편이에요. 말을 길게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건 해드리고 못 해 드리는 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려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으시다면요?

한 번은 더치커피를 내리는 기계 유리가 금이 간 적이 있었어요. 기계 가격이 20만 원 정도 되는데 한참 운영이 힘들 때였던지라 마음이 약해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속상해하고 있으니 단골손님 한 분이 오셔서는 20만 원을 주고 가셨어요. 자기 이름으로 달아두라고 하시면서요. 얼마나 고맙고 위로가 되던지 정말 큰 힘을 얻었어요.

역시 같은 자리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던 이유 뒤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네요. 앞으로 브리이에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요즘엔 많은 가게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추세잖아요? 그 속에서 브리이에는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카페가 되면 좋겠어요. 예전에 2호점을 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받았었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지금의 브리이에를 계속해서 운영하고 싶어요. 여긴 정말 저라는 사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거든요. 가끔은 해를 볼 수 없는 게 아쉽기도 하고 손목이 아파서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지만, 여전히 브리이에는 저에게 즐거운 공간이에요. 그런 것처럼 브리이에를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즐겁게 와서 커피 한잔 하면서 웃고 얘기할 수 있는 행복해지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글 이은수 · 포토그래퍼 강정호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2가 을지입구지하도상가 2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4, 5번 출구)
문의 : 02-777-3391 facebook.com/CafeBri

출처 : 매거진 G:HA[지하] 3호(서울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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