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7.27. 13:39

수정일 2015.07.27. 14:57

조회 1,137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17) 희망을 담은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사람들, ‘리드릭’

영등포구 당산동에는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리드릭`이 위치하고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는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리드릭`이 위치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 아직 남아 있는 편견 탓에 불편한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구슬땀으로 일궈낸 이들의 삶터에는 장애와 어려움을 이겨낸 감동이 가득하다.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좌충우돌 부딪치며 함께 하는 공동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리드릭을 찾아갔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리드릭은 복사용지 생산 및 인쇄업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증진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 기업계에서 리드릭으로 통용되는 이곳은 2006년 설립되어 디자인, 인쇄, 복사용지제조, 하청임가공, DM발송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리드릭의 전체 직원 77명 중에서 장애인은 52명, 그 중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이 40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직원 대부분을 중증장애인으로 채용하고 있는 리드릭은 다른 장애인 고용 사업장과 견주어 볼 때 보기 드문 케이스다. 소외계층 가운데서도 더 힘겨운 중증 장애인을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더운 7월 초순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사업장에 다다르니 건물 1층 작업장으로 속속 들어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요란하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작업장에 들어서는 이들은 대부분이 지적장애인으로 리드릭 사원들이다. 재단기 눈금을 맞추는 등 기계 상태를 점검하고 이런저런 준비 작업을 한 잠시 뒤 “위잉~” 기계음 소리와 함께 기계가동이 시작됐다.

복사용지 작업장은 가장 넓은 작업장이다<

복사용지 작업장은 가장 넓은 작업장이다

이곳은 복사용지 작업장으로 리드릭의 작업장 중 가장 넓은 작업장이다. 커다란 종이(복사용지 재료인 백산지)를 재단기에 넣자 순식간에 종이가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용지 재질이 치밀해 종이먼지가 많이 날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지게차로 작업 완료된 복사용지 박스를 나르거나 재단된 복사용지를 박스에 담는 비닐포장 등 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의 손길 아래 탄생한 제품 복사용지가 작업장에 높다랗게 쌓여있다.

복사용지 제조 외에도 정기간행물, 달력, 다이어리, 카탈로그 등 인쇄물 제작도 하고 있다. 2009년 리드릭 3기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복지사업팀 하늘(지적장애 3급) 주임은 “가끔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을 할 때 등에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지칠 때도 있지만 서로 도우며 일하다 보면 금세 고달픔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우편물 발송을 하는 DM 작업에 직원들이 열중하고 있다

우편물 발송을 하는 DM 작업에 직원들이 열중하고 있다

우편물 발송을 하는 DM작업은 이곳에선 가장 손쉬운 작업에 속한다. 단순 노동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지만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이마저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DM발송팀에서 일하는 정현정(지적장애3급)씨는 작업장 식구들의 자상한 언니와 누나로서 ‘미소천사’로 통한다. 늘 미소를 머금고 있다는 정씨는 입사한지 올해로 입사 7년이 된 베테랑으로 손놀림이 무척 빠른 편.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우편물 종이를 접어 비닐봉투에 넣는 작업만큼은 쉴 틈이 없었다. 현재 사내커플로서 남자친구와 열애 중이라는 정씨는 스스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가 있어 좋고 앞으로 임금을 더 받아서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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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위한 미술치료 시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지적능력과 사회생활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이곳에서는 지적장애 사원을 대상으로 자기표현과 자립역량 등에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리드릭 직업재활팀장인 사회복지사 방종혁씨는 “정서적 안정과 표현력,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미술치료를 월 2회 운영하고 있다”면서 “좁은 공간에서 네다섯 시간을 작업해야하는 사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미술활동 후 서로 간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사용지 작업장 바로 옆은 하청 임가공을 하는 곳이다. “요즘 주로 콘센트를 조립하고 있다”고 방팀장이 말했다. 보통 10가지 정도의 부품으로 상판과 하판을 조립한 뒤 결합해 완성하는 콘센트 조립은 종류에 따라 약간씩 조립방법이 다르다. 부품이 순서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집중력과 지구력이 필요한 만큼 사원들은 진지하게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이곳 하청가공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명구(지적 장애3급)씨는 “조립 과정에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때가 있는데 그 공구를 사용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리드릭 김정열 대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 복사용지 사업을 늘렸다고 말했다

리드릭 김정열 대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 복사용지 사업을 늘렸다고 말했다

리드릭의 사업은 크게 인쇄와 복사용지 나뉜다. 사업초기에 인쇄업에 집중했지만 몇 년 새 복사용지 사업을 대폭 늘렸다. 이유는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경증 장애인은 장애인 고용촉진법에 따라 일정 비율 일자리가 생기지만 중증 장애인을 위한 사회의 취업 문턱은 아직도 높습니다. 게다가 복사용지 사업은 중증장애인의 생산물 품목으로 분류가 되어 단순조립보다 이윤이 큰 장점도 있고요.” 리드릭 김정열 대표가 차근히 설명을 해주었다.

리드릭은 모 법인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장애인 인권운동에서 시작해 일자리까지 확대된 케이스다. 연구소가 장애우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면, 리드릭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고 장애인의 자립 기반을 형성한다. 좋은 예가 장애인복지법 제정과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 도입이다. 이 법 제정으로 공공기관에서는 매년 구매하는 사무용지의 5% 이상을 장애인 생산품으로 우선 구매해야 하며 또 매년 구입하는 물품 역시 ‘중증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중증 장애인 생산품으로 충당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로 지정받아 400여 곳에 전단과 책자 카탈로그 등을 납품하고 있다.

영등포구 장애인생활체육대회 참가 모습

영등포구 장애인생활체육대회 참가 모습

또, 리드릭은 직업을 갖기 어려운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자아를 실현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에 지역과 매우 밀접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의 고용문제는 주로 영등포 구청이나 동사무소와 협조를 요청하므로 이곳 사원의 절반은 영등포 거주민이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로 지정받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의 혜택을 입고 있다. 현재 400여 곳에 전단과 책자 카탈로그 등을 납품하고 있다.

오후6시까지 근무가 원칙이나 오래 지탱하기가 힘든 지적장애사원들을 배려해 1시간 앞당겨 퇴근시키는 등 회사는 이들을 보듬고 다독인다. 김대표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선입견의 차이일 뿐 일반인이 만든 것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 물건을 생산하는 만큼 비용이 더 들어 제품 또한 값이 조금 더 비쌀 수 있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윤리적 소비’로 생각한다면 보람된 일이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한 일터이자 정을 나누는 삶터인 작업장에서 만난 사원들은 맡은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고 하나같이 밝은 모습들이었다. 장애인, 그중에서도 지적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리드릭’에 사회적기업의 미래가 있다.

■ 리드릭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양산로 96 산경물산216호

 ○ 전화: 02-2269-1912

 ○ 홈페이지: www.ridrik.com

#사회적기업 #리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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