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들판, 인쇄 디자인 잘 하는 곳이구나!”
발행일 2015.07.14. 15:49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9) 디자인으로 세상에 말을 건네는 '노란들판 유한회사'
장애인 고용과 노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 그들만의 작업장 만들다
‘노란들판 유한회사(이하 노란들판)’은 인쇄출판디자인전문 사회적기업이다. 현재 직원 15명 중 장애직원이 8명이다. 이 중 6명은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디자이너들이다.
노란들판의 출발은 한 학교로부터 시작됐다. 기본적 교육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성인 중증장애인들이 만학의 꿈을 안고 찾았던 노들장애인야학학교는 1993년에 개교했다. 검정고시로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성인 장애인들은 사회로 나가고 싶었지만 취업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안타까움과 문제의식을 느낀 노들야학 교사들은 야학 졸업생들의 취업을 고민하게 됐고, 이들의 노동권과 생활 자립을 위해 장애인야학 부설로 작업장을 만들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란들판은 2006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일터이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나누는 삶을 꿈꾸다
“현수막 출력은 기계조작이 어렵지 않아 약간의 숙련기간만 거치면 기계조작이 가능하고 행사 현수막 디자인은 기본 포맷도 있고 해서 까다로운 디자인이 아니었어요. 제품을 만들어 납품만 잘 할 수 있다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생각에 야학 졸업생들을 모아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시작했죠. 이렇게 직업체험프로그램과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거친 교육생 중 숙련된 이들은 2명씩 혹은 1명씩 노란들판의 디자이너로 선발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현수막 인쇄부터 배너, 어깨띠, 폼보드판넬 등 홍보용 출력물을 만들었어요.” 양현준 경영이사의 설명이다.
장애인이 노동의 주체로서 당당하게 일하는 일터가 꾸려지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장(場)이 만들어졌다. 장애인 고용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 노란들판은 실사출력전문 1호 사회적기업으로 2008년에 인증 받았다. 꾸준히 직업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은 일취월장해져만 갔다. 고객과 직접 소통이 어려운 청각·언어장애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 고객과 대리소통을 하는 간접지원 업무도 진행됐다. 전 직원이 무리 없이 작업 현장에서 자신의 몫을 해 냈다.
교사와 학생으로 만난 10년, 탄탄한 공동체 의식은 위기 극복의 원동력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종료된 2011년 말,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총지급비용이 충족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장애사원 10명을 포함한 15명의 직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비용절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용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식대와 물품비용을 줄이고 팀별로 핵심 인력만 빼고 무급순환인력으로 인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체직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장애직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결의에 차 있었죠. 그 모습을 보며 ‘기사회생하지 못하면 진짜 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생결단을 내야 했어요.” 양현준 경영이사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전 직원이 합심한 결과 6개월 만에 5천만 원의 흑자전환을 이뤄내며 점차 자생력을 키워 나갔다. 전 직원 정규직화도 추진됐다. 외부 지원이 없어도 해마다 순이익은 높아졌고 작년엔 1억 흑자가 났다. 근속 연차에 따라 경영 성과급이 30~50만 원씩 지급되는 신나는 일도 있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가자’는 결의는 상생의 일터를 지켜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직원들은 서로 더 의지하고, 더 긴밀한 유대를 쌓는 계기가 됐다.
“노란들판, 인쇄 디자인 잘 하는 곳이구나!”
“사회적약자나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 실력은 없고 착한 일만 하는 기업으로 인식될까봐 불만입니다. 제품의 깔끔함을 무기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거든요. 능력만큼 표현해 내고 능력만큼 일하는 기업입니다.”
양현준 경영이사는 노란들판의 품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외부에 의뢰해 기업 워크숍은 물론 장애직원들의 기능보수교육도 실시하고, 디자인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전문가 채용도 계획하고 있다. 처음엔 현수막 인쇄부터 시작했지만 직원들의 역량과 디자인 구력이 쌓임에 따라 전반적인 인쇄 디자인 전문회사로 성장 중이다.
‘2012 성북구 사회적경제박람회 슈퍼서바이벌 투자컨테스트’에서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2013, 2015 서울시우수사회적기업’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회사가 안정화 되면서 근속수당과 각종 수당이 적용된 급여체계가 만들어졌고, 직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30~200만원에 해당하는 급여가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산업디자인전문회사 자격을 보유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고용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는 노란들판은 양질의 고용을 지향한다. 장애사원들이 ‘일터에서 행복한지를 끝임 없이 질문하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 민주적인지, 시스템은 건강한지’ 를 늘 염두에 두는 질적인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란들판은 장애인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에게 해마다 1천만 원씩 기부한다. 이는 장애인 고용과 장애인 문제의 시스템을 하나씩 바꿔 나가는 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애 편견 없는 구성원간의 두터운 공동체 의식과 결코 뒤처지지 않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10년을 훌쩍 넘겨온 노란들판의 저력이 아닌가 싶다. 땀 흘린 만큼 풍성하게 거두고, 열심히 일해 얻은 만큼 공평하게 분배하는 가치를 실현해 내고 있는 노란들판. 장애인고용문제를 잘 해결해 가고 있는 이곳처럼 제2, 제3의 노란들판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 노란들판 유한회사 : 성북구 장월로 175-1(장위동) 다림빌딩 4층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