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커피현상소'의 남다른 커피향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5.07.10. 13:46

수정일 2015.07.10. 16:20

조회 1,328

동작문화복지센터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어르신 카페 `커피현상소`

동작문화복지센터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어르신 카페 `커피현상소`

“아메리카노 2,000원"

“커피 찌꺼기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카페 외부에 세워진 작은 안내 피켓에 적혀 있는 안내 문구에 정감이 넘쳐흐른다. 바로 동작구 문화센터 맞은 편 골목에 위치한 작은 커피숍의 외부풍경이다. 건물 외부 앞에 붙여진 현수막은 이곳이 일반 카페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커피주문을 받아 준비하는 차봉순 바리스타

커피주문을 받아 준비하는 차봉순 바리스타

‘커피현상소’라는 이 카페는 지난 6월 22일에 문을 연 카페로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근무시간은 월 30시간. 만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1일 3시간씩 10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운영방식은 동작구에서 경비를 지원하며 (사)한국씨니어연합에서 수탁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공간이 매우 아담했다. 3~4개 정도의 테이블이 놓인 이 작은 공간은 그 자리를 다 메워도 열댓 명 내외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까 말까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서비스 메뉴는 매우 알찼다. 메뉴판에 나열된 품목 수나 종류만 살펴봐도 일반 카페에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했다.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커피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카푸치노, 카페모카, 아메리카노 등 17종의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요즘은 여름철이라 눈꽃송이 팥빙수도 판매하고 있다고.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은 긍지가 넘쳐흘렀다.

이제 근무하지 열흘이 약간 지났다는 바리스타 차유순 씨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며 말했다. “하루 3시간씩 나와서 일하고 있는데 이 나이에 일터가 있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인지 몰라요.”

차유순 씨와 같이 바리스타일을 하고 있는 하봉순 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나이에 어디서 이런 좋은 일자리를 구해 일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노인 일자리를 마련해 준 동작구 정책에 감사할 뿐이지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하는 일터의 모습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하는 일터의 모습

어르신들이 일하는 곳이기에 연세 지긋한 바리스타들만 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젊은 청년이 그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어르신 바리스타들과 함께 일하는 청년은 커피현상소의 지점장 노한울 씨. 그는 30대 초반의 청년사업가로서 함께 일하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에게는 자식뻘 되는 연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점장으로서 그를 대하는 어르신들의 태도는 매우 깍듯했다. 평균연령 65세의 어르신들이지만, 그가 메뉴 제작법도 알려주고 각 메뉴의 특성도 설명해주는 꼼꼼한 직장 상사이사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노 지점장에게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면서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반색을 한다.

“다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려워하지 않고 물어보시고 뭐든 최선을 다해 일하시려고 하는 모습들에 놀랐습니다. 근무시간이 끝났는데도 남아서 더 도와줄 일은 없는지 챙겨도 주시고요. 연륜이 있으셔서 그런지 찾아오는 손님들과 덕담도 나누고 좋은 조언들도 들려주는 모습들이 보기 좋습니다.”

노 지점장은 커피현상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경험한 노하우를 정리하여 청년 창업층에게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지만, 인근에서 입소문을 듣고 하나 둘씩 찾아드는 손님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고.

커피현상소에 담소는 나누는 손님들

커피현상소에 담소는 나누는 손님들

마침, 주문한 카푸치노와 라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손님들이 있어 그들에게 이곳을 방문한 소감을 물어봤다.

“찻집이 빌딩 숲속의 작은 사랑방 같아요.”

“좋은 카페인 것 같아요. 지인들과 가서 커피를 마시고 와도 왠지 좋은 일 하고 온 느낌. 분위기가 아담하고 좋아서 제 SNS도 올렸네요.”

노량진 2동에 사는 장정자 씨와 신대방동에서 왔다는 이은정 씨의 말이다.

커피현상소를 관리하는 (사)한국씨니어연합 관계자는 이곳에서 판매한 수익금은 직원들의 급여와 운영경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피현상소의 수익금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운영경비로 지급된다

커피현상소의 수익금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운영경비로 지급된다

어르신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생각으로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동작구는 현재 ‘커피현상소’외에도 노년층의 다양한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 예로 ‘행복한 커피나눔터’,’빵굼터’ 등을 통한 창업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있다. 이처럼, 앞으로도 노년층과 젊은 층들이 스스럼없이 한데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지역 곳곳에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커피현상소

 ○ 전화: 02-817-8081

 ○ 위치: 동작구 상도로 30길 8 (동작문화복지센터 맞은 편 골목)

 ○ 운영시간: 월~토 / 오전 8시~오후 9시 (매주 일요일 휴무)

#카페 #동작구 #어르신 #커피현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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