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사업장 아세요?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5.07.08. 15:09

수정일 2015.07.08. 18:06

조회 1,836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7) 전국 최초의 장애인근로사업장, 정립전자

정립전자 내부 공정 모습, `We can do it!` 이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정립전자 내부 공정 모습, `We can do it!` 이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사회의 도움만 받던 장애인들이 취업하여, 세금도 내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바로 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에서 운영하는 ‘정립전자’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전자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1989년 7월부터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설립된 장애인근로사업장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정립전자는 현재 전체 직원 160여 명 중 약 80%가 장애인, 노숙인 등 소외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입구 쪽에 자리 잡은 정립전자 건물의 첫 인상은 중견기업과 같은 규모였다. 건물 한쪽 입구에서는 출하된 물품을 선적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사회복지사 출신의 김현국 대표와 사회적기업인 정립전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정립전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정립전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정립전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이전까지 많은 장애인들은 사회로 진출하기 어려워서 그냥 집에만 있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정부 보조금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되면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기만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이분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던 사람에서 오히려 세금을 내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정립전자는 한국소아마비협회에서 장애인재활시설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긴 장애인근로사업장이에요. 장애인들이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장애의 유형에 맞는 작업을 찾고 훈련을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처음에는 대기업의 임가공 형태로 일을 시작했어요.

Q. 장애인근로사업장의 모태가 되는 곳인데,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는 대기업의 임가공 형태의 일을 받아서 운영을 했었어요. 하지만 대기업의 사정으로 일감이 끊겨 버리면서 공장이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되었어요. 계속해서 부채가 쌓이고 직원들의 임금도 체불되고, 각종 소송에 휘말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죠. 공장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였지만 시도했던 것이 계속 실패하면서 부채만 더욱 쌓이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도 했어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중증장애인들만 남게 되었고, 직원과의 불신도 굉장히 커졌어요.

Q. 공장 존폐의 위기를 어떻게 다시 극복하셨는지?

저는 원래 전문경영인이 아니고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업무를 하던 사람인데, 회사를 운영할 사람이 없으니까 회사 내부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서 급하게 사무국장으로 옮겨왔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전문경영인들이 실패를 거듭하자 회사 사정을 아는 제가 우여곡절 끝에 대표까지 맡게 되었어요. 경영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직원들도 제가 공장을 청산하러 온 줄 알고 인사도 잘 안 했어요.

서울시 선정 우수 사회적 기업 `정립전자`

서울시 선정 우수 사회적 기업 `정립전자`

그런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먼저 냉정하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평가했어요. 노후화된 설비로 제품을 생산하니 불량품이 많아서 주문을 받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우리의 살길은 ‘사회적 기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신청을 해서 공장설비와 인건비 지원을 받았어요. 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달라고 무작정 대기업에 장문의 손편지를 썼어요. 그래서 연락이 온 유일한 곳이 POSCO였어요. LED 조명 분야가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 LED 전구 한 모델의 기술 이전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다시 재기의 길을 걷게 되었죠.

정립전자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LED 조명

정립전자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LED 조명

영업을 할 때도 LED 조명이 어디에 많이 쓰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수원, 발전소 같은 곳에 문을 두드렸죠. 마침 한전 ‘셧다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LED 전구 수요가 많아졌구요.

Q. 지금은 회사가 안정화되고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

제가 처음에 회사를 맡았을 때는 부채만 약 20~30억 원이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1년 만에 부채를 다 청산했어요. 이제는 회사가 좀 안정화되었지만 요즘은 저희 회사를 모델로 하는 다른 경쟁기업들이 많이 생겨서 조금 힘들어요. 저희 직원 160여명의 급여를 밀리지 않게 주려면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후발주자들도 저희의 주력 생산품인 LED, CCTV 제품을 생산하니 그만큼 저희가 주문 받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죠.

Q. 앞으로 회사의 경쟁력 발전을 위한 계획은?

장애인재활시설 최초로 PC를 생산하고 있다

장애인재활시설 최초로 PC를 생산하고 있다

후발주자보다 먼저 신제품을 개발해서 먼저 시장에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애인근로사업장 최초로 PC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리고 하반기에는 다른 제품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니 차별화되는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Q. 그런데 시중에서 정립전자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저희가 만든 제품은 중국에서 저가로 대량으로 들여온 제품과는 가격경쟁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주로 공공기관으로 상대로 영업을 해요. 공공기관은 품질이 우수해야 하는데, 저희는 3년 동안 A/S를 해주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정립전자 자랑 한 마디 하신다면?

저희는 사회복지시설이라서 이윤의 100%를 환원하는 구조예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직원들 복지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많은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다니는 것도 힘들고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우수직원을 선발하여 해외연수를 하는데,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하계휴가비도 지급하고 건강검진을 해서 건강이 많이 개선되었으면 포상금도 지급하구요. 식당 아주머니들도 60세가 넘으신 분들도 많은데, 건강하다면 정년이 지나서도 다닐 수 있다고 모든 직원들에게 말해요.

정립전자 추계야유회(좌), 직원 체력 증진을 위해 탁구대(우)

정립전자 추계야유회(좌), 직원 체력 증진을 위해 탁구대(우)

일반인들도 취업이 힘들고, 정년을 보장 받기 힘든 요즘 사회. 한 번 취업하면 안정적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정립전자는 모범적인 장애인근로사업장이라는 것을 취재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한 기업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출발이 조금은 다른 정립전자에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복) 한국소아마비협회 사업단 ‘정립전자’

 ○ 전화번호: 02-446-8536

 ○ 홈페이지: www.junglip.or.kr

 ○ 업종 및 업무:

  - 장애인재활시설

  - 비영리제조, 사회복지사업, 컴퓨터 주변기기, LED 조명, LED 전광판, CCTV 카메라, 방송장치 A/V 시스템, 지폐계수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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