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곳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7.01. 15:24

수정일 2015.07.01. 16:10

조회 3,823

서울교육박물관 입구 ⓒjusinmh

서울교육박물관 입구

서울시 종로구 화동에 있는 정독 도서관과 바로 옆 건물에 자리한 서울교육박물관은 산책하기도 좋은 코스지만, 교육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정독 도서관 자리는 원래 1900년에 문을 연 조선에 단 하나뿐인 ‘관립 중학교’가 있던 곳. 1938년에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스팀난방 등 최신 건축방식으로 경기고등학교가 세워졌고 그 이후로 학교이전과 함께 지금의 정독 도서관으로 모습을 바꾸게 됐다.

서울교육박물관은 정독도서관 보다 19년 늦은 1996년에 개관했다. 개관 당시 명칭은 ‘교육사료관’이었다가 2011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두 곳 모두 근대건축물로서 보존가치가 커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정독도서관이 생기기까지 긴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듯, 서울교육박물관 또한 이름에 걸맞게 삼국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교육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사의 발자취를 따라 서울교육박물관으로 향했다. 학교가 있었던 곳인 만큼 언덕을 오르는 길목에는 울창한 벚나무가 숲 그늘을 이루고 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낯이 익은 모습이 보인다. 6.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했던 영희와 철수, 그리고 바둑이다. 그림판이지만 시대를 함께 한 인연에 반가움이 앞선다. 박물관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나뉜다. 유물과 전시자료 모형 등을 통해 시대별로 전시해 놓은 상설전시관에서는 교육사의 발전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살펴 볼 수 있다.

우리 교육의 뿌리가 되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교육제도를 비롯해 1885년에 설립한 배재학당과 한성사범학교, 소학교 등 개화기 학교들의 설립목적과 교육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 당시의 엄했던 가정교육도 사진으로 엿볼 수 있다.

회초리를 맞는 어린이 모습

회초리를 맞는 어린이 모습

일제 강점기 졸업식 사진 중에는 칼을 찬 일본인 교사의 서늘한 모습도 보인다. 민족저항기 유물인 ‘조선어독본’은 한일 합방 이후 1930년대 까지도 사용했던 우리글 교과서라고 하니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던 일제의 강압 속에서도 꿋꿋했던 교육의 의지를 가늠케 한다. 6.25 전란 중에도 교육은 이뤄졌다. 학교 건물이 파괴돼 운동장에서 천막을 치고 수업하는 광경이다. 폐허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한 떨기 꽃 같은 이 모형은 당시 서울에 있던 어느 학교의 수업현장 사진을 그대로로 본 뜬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천교실(좌), 6.25 당시의 교과서(우)

노천교실(좌), 6.25 당시의 교과서(우)

하지만 삶이 그렇듯 우리의 교육사에도 그늘이 있었다. 교육과정기의 유물인 ‘무시험 추첨기’가 사연을 담고 있다. ‘무시험 추첨기’가 등장하기까지 발단이 됐던 ‘무즙사건’얘기를 대략 간추려 본다. 이 사건은 1964년에 치른 서울시 중학교 입학고사 정답이 발표되면서 시작이 됐다. 문제가 됐던 문제의 정답은 ‘디아스타제’로 발표가 됐지만 ‘무즙’이라고 답을 낸 학생들도 있었다. 당시 교과서에는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무즙’도 정답이라고 당국은 재발표를 했다. 이 무즙 사건을 계기로 1971년부터 중학 무시험입학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학생들의 학교 배정을 담당했던 무시험 추첨기는 이때 등장했다. 과열된 교육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학교별 배지를 다양하게 수집, 전시하고 있다

학교별 배지를 다양하게 수집, 전시하고 있다

각 학교 배지와 여러 용도의 명찰도 전시돼 있다. 노란 색 주번 명찰을 달고 어깨를 으쓱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흑백 소풍 사진도 시선을 끈다. 소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밥도시락도 모형으로 전시됐다. 김밥뿐 아니라 선생님께 드릴 톡 쏘는 사이다까지 준비해 소풍 길을 따라나섰던 할머니 기억에 순간 콧등이 시큰해진다. 마을축제나 다름없던 큰 행사인 6,70년대 운동회 모습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다. 만국기가 걸린 푸른 하늘과 청군 백군의 함성, 부채춤과 박 터트리기, 딱총소리에 놀라면서도 횟가루가 뿌려진 선 따라 운동장을 힘껏 달렸던 기억들이 총총 살아나 울 것 같다.

난로 위에 데워 먹던 옛 도시락의 모습도 정겹다

난로 위에 데워 먹던 옛 도시락의 모습도 정겹다

기획전시관은 교실과 문방구 등 과거 우리 교육의 생생한 현장과 추억의 물건들이 있어 좀 더 생생하게 근현대교육사의 변화과정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교실 둘러보기와 시대별 교복 입어보기 등 몇몇 코너는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풍금이 있는 옛 교실에 들어서면 시간은 자꾸만 거꾸로 달려간다. 키 낮은 교실유리창 너머로 재잘대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꽁보리밥에 무짠지와 콩자반 일색의 도시락도 뚜껑을 열어 둔 채다. 장난감과 군것질거리에 한눈을 팔았던 학교 앞 문방구는 관람 마지막 코스다. 서울교육박물관의 전시품 중 대부분은 시민들이 기부한 것들이다.

옛날 문방구를 재현해 놓은 모습

옛날 문방구를 재현해 놓은 모습

어렵고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교육에 희망을 걸었던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교육의 참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서울교육박물관은 항시 열려 있는 공간으로 무료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요청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서울교육박물관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48

 ○ 운영시간: [평일] 오전 9시 ~ 오후6시, [주말]오전9시 ~ 오후5시

 ○ 휴관일: 매월 1,3주 수요일과 국정공휴일

 ○ 문의: 02-2011-5780~2

#서울교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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