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무지개빛 축제

시민기자 박장식

발행일 2015.06.29. 15:23

수정일 2015.06.29. 15:27

조회 2,143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드링크 바 ‘스톤월 인’에 경찰이 급습했다. 성소수자를 현장에서 체포하기 위해서다. 이 사건은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궐기하는 스톤웰 항쟁으로 번졌는데, 이로 인해 성소수자의 인권이 급격히 증진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정확히 1년 뒤인 1970년 6월 28일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고자 성소수자들이 모여 최초의 게이 퍼레이드를 뉴욕 한복판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나, 2000년에는 첫 퀴어문화축제를 시작하게 되었고, 첫 번째 게이퍼레이드가 있은 지 45년 뒤인 2015년, 서울의 심장인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게 되었다.

포토존에는 방문자들이 써놓은 낙서로 가득하다

포토존에는 방문자들이 써놓은 낙서로 가득하다

지난 28일,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는 무지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의 일곱 색깔 무지개와는 다른, 6개 색깔의 무지개였다. 퀴어를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특히 사람들은 선글라스 등을 쓰고 나와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컸던 행사였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광장이자 또한 시민들의 권력에 대한 저항, 차별에 대한 저항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한 스태프는 “아시아에서 열린 가장 큰 퀴어 축제가 바로 여기 서울 퀴어문화축제라고 하네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귀띔해주었다. 실제로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었고, 이날 중국과 일본의 성소수자 단체도 참여할 정도이다.

퀴어문화축제의 중심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는 여러 기업들과 성소수자단체, 여성단체, 그리고 각 국 대사관이 서울도서관에서 뻗어나가는 형태의 U자 모양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중앙의 잔디광장 앞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행사자들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축하공연이 이어지는 무대가 열렸다.

퀴어퍼레이드의 행렬이 명동역을 지나고 있다

퀴어퍼레이드의 행렬이 명동역을 지나고 있다

행사가 무르익고 있는 5시에,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서울광장에서 을지로, 명동역, 남대문시장 앞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2.4km 코스였는데,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 행렬에 동참하거나, 신기한 듯 사진을 찍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고, 특히 행진 중에 EXID의 ‘위 아래’가 울려퍼지자 모두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무지개 색에 동참하였고,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이 무지개는 커다랗게 퍼졌다. 7시가 되어 축하 공연으로 성소수자로 이루어진 밴드와 댄스 팀이 버스킹을 하고, 모든 분위기를 마무리 지으며 끝내려는 순간, 한 스태프가 “가장 높은 곳에 걸린 우리의 무지개 깃발이 있다. 한번 알아맞히어 보라”며 수수께끼를 내었다.

시청역 앞 호텔의 한 객실에 성소수자의 무지개빛이 빛나고 있다

시청역 앞 호텔의 한 객실에 성소수자의 무지개빛이 빛나고 있다

정체는 시청광장 앞의 호텔의 창문에 붙여놓은 무지개 깃발이었다. 모두가 수수께끼를 풀고 난 뒤에 행사는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구호와 함께 ‘Over the Rainbow’ 노래를 틀며 모든 행사가 끝났다.

2만 여 명의 참가자들이 시민들이 함께하고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친 사랑의 평등 목소리는 1년 뒤를 기약한 채로 끝나게 되었다. 6색의 무지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채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퀴어의 정신을 각인시켜주었다.

#서울광장 #퀴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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