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말고 허밍웨이도 있습니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5.05.21. 14:09

수정일 2015.05.21. 17:32

조회 2,885

허밍웨이 간판

허밍웨이 간판

5월의 한강변은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다양한 시민들로 넘쳐난다. 그 중 반포지역 한강시민공원으로 가려면 지하철 4호선, 9호선 동작역에서 내리면 된다. 동작역 1번 출구를 나오면 '허밍웨이'라는 문틀 모양의 안내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듯 보이지만 다시 보면 참 생소한 이름이다. 혹시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의 이름을 혹시나 잘못 쓴 건 아닐까?

이수사거리 반포본동 쪽의 허밍웨이 입구와 산책로

이수사거리 반포본동 쪽의 허밍웨이 입구와 산책로

이런 궁금증은 기자의 발걸음을 '허밍웨이'로 향하게 했다. '허밍웨이(Humming Way)'는 반포천 제방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의 이름이다. 지하철 동작역 1번 출구에서부터 이수사거리까지 길이가 500미터에 이른다. 산책로로 들어서면 '당신의 콧노래를 들려주세요'라며 특별한 주문을 해온다. 산책로 '허밍웨이(Humming Way)'만의 독특한 메시지이다. 직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에도 이 길은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직장인 이기명(42, 강서구 등촌동)씨는 "아침마다 빼곡한 지하철에서 지쳐 짜증이 나다가도 이 길을 따라 회사까지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상쾌해진다"며 "회사까지는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일부러 이 길로 출퇴근 한다"며 자랑했다.

음표와 오선 모양의 펜스와 쉼터 모습

음표와 오선 모양의 펜스와 쉼터 모습

원래 이곳은 철재 담장과 잡초들이 무성하여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반포천 뚝방길이었는데, '반포천 제방길 Redesign Project'에 따라 2009년 지금의 산책길로 다시 태어났다. 특별히 콧노래를 시각화한 디자인 모티브로 '음표와 오선(五線)' 형태의 울타리를 세웠고, 바닥은 고무재질의 우레탄을 깔아 폭신하게 만들었다. 산책로 좌우측에는 각종 꽃과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개나리꽃-벚꽃-찔레꽃-아카시아꽃이 자신의 계절을 찾아 봄 부터 순서대로 꽃을 피운다. 또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갈아입으니 이미 서울에서 소문난 '낙엽의 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콧노래란 들릴 듯 들리지는 않으나 흥이 있는 노래'인 것처럼 이곳 디자인 역시 튀지 않게 주변 환경과 동화되도록 꾸며 '자연과 닮은 길-허밍웨이'를 완성했다.

또한 이수사거리 반포본동 쪽 '허밍웨이' 출입구에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여행(女幸)길'이라는 연분홍 안내판이 걸려있다. 보행자 쉼터, CCTV 등 여성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 여성친화 보행로로 만들었다. '여성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여행(女幸) 프로젝트(Women Friendly Project)'의 슬로건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여행길 표지판

서울시가 지정한 여행길 표지판

"칭얼거리며 울어대는 아기 달래기는 정말 힘든데, 이럴 때 얼른 유모차에 태워 이 길에 오면 폭신한 우레탄 길이라 덜컹거리지 않아 아기 재우기에 이만한 특효약은 없는 것 같아요." 기자가 만난 아기엄마 정예숙(32세, 반포동)씨의 말이다.

'허밍웨이'를 걸어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강시민공원과 서래섬'으로 나가보자. 쉼 없이 흘러가는 한강물 위에 드리워진 빌딩의 그림자는 수묵화를 만들어 낸다. 또 건너편을 올려다보면 애국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이 있다. 곧 호국의 달 6월이 다가오지 않는가. 이 밖에도 서리골공원, 누에다리, 몽마르뜨 공원으로도 이어지니 5월의 가족나들이 코스로 '허밍웨이'를 추천하고 싶다. 자연과 닮은 길 '허밍웨이'를 걸으면 당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은은하게 퍼질 것이다.

허밍웨이 오시는길 ⓒ네이버

허밍웨이 오시는길

■ 허밍웨이 오시는 길

 ○ 지하철 4호선/9호선 동작역 1번 출구

 ○ 이수사거리 반포본동 블럭 반포천 입구

 ○ 반포 한강시민공원에서 동작역 역사건물 아래 진입로

 ○ 자세한 위치 : 지도 참조

#산책길 #허밍웨이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