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날자 분수 뿜는 호수공원!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5.19. 15:01

수정일 2015.05.19. 17:46

조회 839

호수를 배경으로 양천예술제 공연이 한창이다. 데크에 앉아 관람하는 시민들

호수를 배경으로 양천예술제 공연이 한창이다. 데크에 앉아 관람하는 시민들

입하(5월 6일)를 지나자,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연일 도시를 달군다. 거리엔 반팔 티셔츠 차림의 사람들이 늘었고, 엊그제 탑승한 시내버스에선 에어컨 가동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더위가 시작된 요즘, 시원한 물줄기만큼 반가운 것이 또 있을까. 유명 워터파크 정도는 아니지만,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히 달래줄 동네 수경시설을 찾아 때 이른 더위를 식혀볼만하다.

신월정수장을 재활용한 서서울호수공원

신월정수장을 재활용한 서서울호수공원

비행기가 호수 위로 날 때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가 있는 양천구 신월동의 서서울호수공원을 찾았다. 이곳 공원은 산비탈에 있어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바람의 냄새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원래 이곳은 신월정수장이었다. 1959년에 문을 열었고 이후로 줄곧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 후 2003년에 서울시 정수장 정비계획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재탄생한 시기가 2009년이니 공원으로서의 나이는 아직 어린 편이다.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과 인근 능골산을 합한 부지 20만여㎡의 큰 규모다. 정수장 시절 취수를 위해 파놓았던 웅덩이 주변에 수생식물을 심고 호수로 탈바꿈해 호수공원이 됐다.

공원의 명소 `100인의 식탁`

공원의 명소 `100인의 식탁`

서서울호수공원은 물과 재생을 테마로 한 친환경 공원으로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위쪽의 호수와 아래쪽의 잔디밭과 재생정원, 놀이시설 등이다. 농구장과 축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체육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 공원에는 옛 정수장의 시설물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쓰는 것이 많다. 수돗물을 가라앉히던 콘크리트 침전조는 화단과 수생식물원으로 변신했고 옛 정수장의 수직의 돌담은 또 다른 정수장의 구조물과 짝을 이뤄 수직과 수평의 선으로 유명한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몬드리안정원'이 됐다. 직경 1m의 녹슬은 수도관은 원형 그대로 멋진 조형물로 남았고, 수도관들로 벤치와 자전거보관대도 꾸며져 더욱 이채롭다. 이 밖에도 간편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성한 100인의 식탁, 어린이를 위한 큐브놀이터 등 독특한 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비행기 소음이 들리면 작동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소리분수

비행기 소음이 들리면 작동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소리분수

그러나 서서울호수공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소리분수대이다. 호수 한중간에 열을 지어 늘어선 분수대는 인근 김포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날 때마다 자동으로 작동해 일제히 물줄기를 뿜어낸다. 김포공항이 가까워 오가는 비행기 소음이 항상 골칫거리인 신월동 일대에 '소리분수'라는 멋진 볼거리를 안겨준 아이디어가 놀랍다. 얼추 10여 분 간격으로 비행기는 지나다니는데, 참을 수 없는 이 소음문제를 시원한 분수를 통해 멋지게 희석시킨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원에서 만난 신원초등학교 4학년인 이선우 양은 "비행기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 분수가 나오기 때문에 한편으론 비행기 소리가 반갑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비작업 중으로 분수 가동이 잠시 중단된 상태이다.

사회적기업 장터 `해뜰마켓`

사회적기업 장터 `해뜰마켓`

호숫가 한쪽에는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된 문화마당이 자리 잡았다. 높낮이가 다른 데크는 편안한 객석 구실을 한다. 많은 이들이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여러 문화공연을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취재한 이날은 마침 클래식 공연팀으로 구성된 양천예술제와 사회적기업들의 홍보 장터인 '해뜰마켓'이 동시에 열려 성황을 이루었다.

해질 무렵 산책로 풍경

해질 무렵 산책로 풍경

산그늘이 지는 저녁은 호수공원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울 때이기도 하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이때쯤 들리는 개구리울음소리도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는데 한 몫을 한다. 650m의 호수 주위 트랙 산책로는 호수와 숲이 주는 수려한 경관으로 운동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능골산은 양천, 구로, 부천과도 이어져 서서울호수공원은 모두 한동네 이웃사촌이 되는 화목한 쉼터 구실도 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고된 일을 맡아 하다 은퇴한 뒤에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공원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서서울호수공원이 참으로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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