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이가 일하던 소주방, 다시 문 열다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5.05.18. 17:20

수정일 2015.05.18. 17:47

조회 1,407

경복궁 소주방 외경

경복궁 소주방 외경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 '대장금'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이끌었고,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장금' 초반의 배경은 궁중 음식을 만드는 궁중 부엌, '소주방'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진귀한 재료들로 임금님의 수라와 궁중의 잔치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경복궁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경복궁 소주방이 복원 공사를 마치고 5월 2일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1915년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철거된 지 10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익히 봐 왔던 소주방은 상궁들이 궁중 음식을 만들던 장소로,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이영애의 사진으로 담장을 두르고 소주방 복원공사가 진행됐다. 화려하고 진귀한 궁중음식을 만들던 소주방은 그 당시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난 2일 경복궁에서는 '소주방, 백년의 문을 열다' 개관식을 가졌고, 10일까지 '소주방의 하루'라는 특별행사를 개최하여 시민을 맞았다고 한다.

간식, 다과를 만드는 생물방 부엌

간식, 다과를 만드는 생물방 부엌

소주방은 내소주방, 외소주방, 생물방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내소주방은 임금의 수라를 외소주방은 궁중의 잔치, 고사 음식을, 생물방은 임금의 간식인 다식, 죽, 과일, 떡을 차리던 곳이다.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 외국인 관광객까지 북적이는 경복궁 내 다른 곳에 비하면 아직 소주방 주변은 한산하고 조용해서 관람하기 좋았다. 단순히 건물만 복원한 것이 아니라 장독, 소쿠리, 쟁반 등 음식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품도 전시하고, 모형으로 잔칫상도 재현해 놓아 조선시대 임금님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임금님은 일반적으로 아침과 저녁에는 수라상을 들었고, 점심에는 면상으로 하는 낮것상, 식간에는 다과상, 새벽에는 죽상, 밤에는 야참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경복궁 소주방의 음식 모형은 예전에 궁중에서 직접 일을 했던 상궁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먹는 초조반상은 자릿조반이라고 하며, 죽이나 응이, 미음 등을 올리고, 조석수라는 12첩 반상으로 수라와 탕을 두 가지씩 하여 기본찬품과 함께 12가지 찬물들로 구성된다. 수라상의 음식은 조리법이나 주재료가 겹치지 않게 준비한다고 한다. 수라상은 둥근 상 큰 것과 작은 것, 네모진 책상으로 총 3개의 상으로 차리는데, 네모난 책상반은 전골상으로 옆에 화로를 놓고 즉석해서 조리해 드셨다고 한다.

고종시기 1874 건기 재현 사찬상(좌), 임금님의 낮것상(면상)(우)

고종시기 1874 건기 재현 사찬상(좌), 임금님의 낮것상(면상)(우)

과연 '임금이 한 번에 다 드실 수 있을까'라고 할 정도로 높게 쌓인 양 많은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것 같았다. 임금님의 수라상은 왕의 식성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졌는데, 영조는 검소하여 참을 들지 않고 하루 세끼만 드셨고, 정조는 음식수를 7가지로 제한했다고 한다.

경복궁 장고 입구

경복궁 장고 입구

소주방을 다 둘러보고 경복궁 향원정으로 향하는 길에는 각종 장이 담긴 항아리를 보관하는 '장고'가 있다. 음식을 만드는 가장 기본양념인 된장, 고추장, 간장이 있는 곳이 바로 음식 맛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독대가 아닐까 한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고 하여 예전부터 장을 정성들여 담그고 보관하는 작업에는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일반 민가에서는 '장독대'라고 부르는 것을 궁중에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장독대라 하여 '장고'라고 부른다.

경복궁의 장고는 2005년에 복원했는데, 지난 4월부터 시작하여 10월말까지 개방한다고 한다. 경복궁의 장고는 원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현재 서쪽의 장고만 복원되어 있다. 큰 잔치가 있을 때는 임시주방인 '숙설소'가 장고 가까운 곳에 설치되고, 장고마마가 장고 주변에 기거하면서 세심하게 장독대를 관리하였다고 한다. 조선말 궁중에서 생활했던 이완길 상궁은 장독대 옆 기와집에서 새 각시 2~3명을 데리고 살며 간장과 고추장만 전담하는 장고상궁이었는데, 별명이 '장꼬마마님'이었다고 한다. 날이 밝으면 몸을 정갈하게 씻고 항아리를 닦고 살피는 게 임무로, 간장독 50개가 항상 가득 채워져 있도록 끊임없이 만들어 부었다고 한다. 드라마 대장금 속에서 여윤계씨가 맡았던 역할이 바로 장고마마이다.

장고의 입구에는 고추를 엮은 새끼줄이 걸려있다. 예로부터 장맛을 변하게 하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서 장독대 주변에 걸었다고 하는데, 궁중에서도 같은 의미로 걸어놓은 것 같다. 경복궁의 장고는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가운데 부분은 '한국의 아름다운 독' 오른쪽은 '지역별 독 전시', 왼쪽은 '용도별 독 전시'라는 주제로 구분되어 전시되고 있다.

각 지방의 특색이 묻어나는 다양한 독

각 지방의 특색이 묻어나는 다양한 독

숨 쉬는 항아리라고 불리며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닌 공기가 드나들면서 장맛을 더욱 좋게 한다는 한국의 독은 지역에 따라 형태와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중부지방의 독은 입지름이 비교적 넓고 몸통이 날씬하며, 영남지방은 입지름과 밑지름의 넓이가 거의 같으며 몸통이 둥글고 풍만하다. 호남지방은 일조량이 많아서 어깨부분이 발달하고 아래로 갈수록 훌쭉한 형태이고 제주도 독은 화산재 성분으로 붉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의 겉면에는 풀꽃, 나비, 동심원 등 여러 가지 문양을 장식하기도 한다.

보통 궁궐을 관람하면 왕을 중심으로 한 정치역사나 건축에 대해서만 보게 되는데 이번 시민들에게 개방된 소주방과 장고는 왕실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자꾸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들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복궁 #궁중음식 #소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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