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김별아(소설가)

Visit363 Date2015.05.15 13:10

한강 메세지ⓒ뉴시스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은 당위적 덕목으로서 휴머니즘을 실천해왔다면 이제는 공감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로 투사되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던 그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형경 《천개의 공감》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74

소싯적에 까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는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몇 가지 내가 통제하고 조절해서 결과물로 내놓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기를 쓰고 감추어서 용케 숨긴 나의 단점까지 인정하고 사랑하기란 아무래도 힘들었다. 나는 그렇게 못마땅한 자신을, 부끄러운 ‘진짜 나’를 은밀하고도 열렬하게 미워했다.

후일 많은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흉터가 되어 아물어가면서 비로소 깨달은 것은, 사랑은 본디 `Doing(행위)`이 아니라 `Being(존재)`에서 비롯되며, 그래야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나,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이러이러한 일을 (잘)해서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바로 그곳에 (살아)있기 때문에 사랑스럽다는 것! 소설가 김형경의 말대로 “자기를 사랑하라”는 것은 곧 “자기의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까지 모두 사랑하라”는 뜻이기에.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선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Doing(행위)`를 평가하는데 쏟는다. 외모와 성적과 키와 학벌과 직업과 하다못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행위, 그 중에서도 과정이 아닌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들이 무수하다. 끊임없이 평가하고 평가당하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자신까지도 평가의 대상으로 놓는다. 날카로운 평가자의 눈으로 보면 장점이나 강점보다는 단점과 약점이 확대되어 보이기 마련이고, 나 자신에게조차 그처럼 짜고 박한데 타인에게 너그럽고 후할 리 없다. 기실 까칠한 사람들, 남들에게 공격적이고 냉정한 사람들은 지적하는 손가락 끝의 타인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과잉 행동의 시대를 산다. 한없이 여리고 섬세한 영혼의 속살 같은 존재를 돌볼 틈이 없다. 그 속에서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애에 충만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진실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의 구도 속에서 한 치라도 밀릴까 봐 아등바등하는 것이 그 명백한 증거다. 존재는 경쟁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수 없다.

나를 사랑한다고 단번에 대단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의 풍경은 180도로 바뀐다. 비로소 나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고, 울어줄 수 있다. 우리는 평생토록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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