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서북병원 앞마당의 작은 ‘소란’

시민기자 허혜정

Visit190 Date2015.05.11 16:22

지난 5월 8일 서북병원에서 열린 `사랑의 효 잔치 한마당`

지난 5월 8일 서북병원에서 열린 `사랑의 효 잔치 한마당`

5월은 활기찬 봄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한 달에 몰려있어 그런가 보다.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는 소소한 것들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은평구 서북부병원의 식구들에게는 작은 기쁨도 크게 느껴진다. 화창한 봄이지만 병마와 싸우고 있는 병원 식구들은 어쩔 수 없이 병상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5월 7일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병원 주차장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오후 3시가 되기도 전 무대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고, 왼쪽 가슴에는 붉은색 커다란 카네이션을 달고 야외로 삼삼오오 모여드는 환우들이 빈자리를 하나둘 채웠다.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 서북부병원은 서울특별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서울시 최초의 직영 노인, 치매 전문 의료기관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노령인구에 발맞춰 2004년에 건립된 전문 의료시설이다. 그리고 수도권 유일의 결핵 전문 치료기관으로 환자, 보호자, 자원봉사자가 가족처럼 생활하는 곳이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어 그런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환우들과 이들을 보살피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은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는 모습이었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함께 불렀고, 카네이션을 미처 달지 못한 환우에게 누구라도 먼저 다가가 곱게 꽃을 달아드렸다.

오후 3시가 되자 병원 식구들과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병원 앞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서울 서북부병원의 원장님을 비롯해 이번 행사를 함께 하기 위해 참석한 내빈들의 인사로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사랑의 효 잔치 한마당’ 1부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이해 따사로운 봄을 병원에서만 보내고 있는 환우들을 위로했다. 아픔은 잠시 잊고 오늘 하루는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예년과 달리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특별히 야외에서 함께하는 자리라고 한다.

덕산중학교 오케스트라 공연과 풍물패 공연

덕산중학교 오케스트라 공연과 풍물패 공연

먼저 사회자의 시범에 맞춰 팔과 손을 이용해 준비운동을 했다. 곧 이어지는 2부 순서로 흥겨운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병원 옆 은평구에 있는 덕산중학교 학생들의 동아리 흥겨운 풍물패와 타악기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아직 사춘기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각자의 악기를 최선을 다해 연주해, 환우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서북병원 오카리나 동아리의 연주

서북병원 오카리나 동아리의 연주

나무로 만든 손바닥만 한 작은 악기를 가지고, 흰 가운을 입은 병원 식구들이 무대에 올랐다. 피리의 한 종류인 듯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를 불며 화음을 맞춰나갔다. 병원에서 만든 오카리나 동아리는 이제 막 신설된 얼마 되지 않은 모임이지만, 완벽한 합주를 선보였다. 서북부병원은 결핵 전문병원으로 실제 환자들이 호흡을 하는 데에 오카리나가 큰 도움이 되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동아리다.

이예자 선생님의 노래 공연

이예자 선생님의 노래 공연

마지막 공연으로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예자 선생님의 구수한 노랫가락이 병원에 큰 울림을 준다. 시원한 목소리로 한 곡을 부르고 난 후, 짧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신도 어제까지는 환자였다가 어버이날을 맞이해 서울 서북부병원의 따뜻한 행사 소식을 듣고 퇴원을 해 달려왔다고 한다. 이어 선생님의 어머니가 암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매번 공연에 함께 했더니 2년을 더 사셨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병마를 이겨낼 것을 약속하며 이곳에 함께 모인 환우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인터뷰 하는 환우의 모습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인터뷰 하는 환우의 모습

입원한 환우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차례로 준비된 모든 공연을 즐거워하셨지만 흘러간 노래가 나오는 시간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랫말에 맞춰 흥겹게 어깨춤을 절로 추셨다. 앞으로도 이런 즐거운 행사가 많아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전을 울렸다.

행운권 추첨 시간

행운권 추첨 시간

흥겨운 공연의 순서가 모두 끝나고 마무리로 행운권 추첨을 하며 서북부병원 ‘사랑의 효 잔치 한마당’ 2시간 동안의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따뜻한 봄날 야외에서 함께 한 어버이날 행사로 환우들을 비롯한 병원 식구들은 병마로 인한 아픔을 잠시 잊고, 얼굴 가득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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