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둘레길에는 향기가 난다

문아람

Visit1,387 Date2015.05.12 14:15

[허브 박사 조태동 교수와 함께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요즘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날이 좀 더 더워지면 선크림을 잔뜩 발라도 강한 볕에 얼굴을 태울 것만 같으니, 5월 중순이 오기 전에 바지런히 걷고 싶달까요. 특히 요즘은 조금만 걸어도 흰 꽃이 잔뜩 매달린 이팝나무와 아까시나무가 보여 자꾸만 걷고 싶습니다.

걷기에 딱 좋은 오늘은 4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매주 1회씩 진행되는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행사의 네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후각으로 만나는 자연의 길’이란 주제로 가정주부, 여성 직장인 30여 명, 조태동 교수와 함께 둘레길을 걷습니다.

한국환경과학회 회장이기도 한 조태동 교수는 국내에 처음으로 허브를 소개한 분이에요. 일본 유학 시절 흐드러지게 핀 라벤더 꽃밭을 보고 허브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하는데요. 한국에 돌아와서 허브 재배를 장려했지만 당시 허브라는 식물은 무척 생소했기에 그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강한 향이 나는 이색적인 허브를 어디에 쓰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몰랐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제 허브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식물이 되었습니다. 요리할 때 똑똑 떼어 쓰기 위해 작은 허브 화분 한두 개쯤 키우는 집도 많아졌고요. 이처럼 허브가 두루 알려지는 데 공헌한 분과 숲길을 걷는다니, 그 어느 때보다 향기로운 산책이 되지 않을까요?

서울둘레길

오늘 걸을 곳은 서울둘레길 8코스인 북한산입니다. 북한산에는 누구나 북한산을 즐길 수 있도록 완만하게 조성된 ‘북한산둘레길’이 21곳이나 있는데요. 오늘 우리가 걸을 곳은 서울둘레길 8코스이며, 북한산둘레길 1구간인 소나무숲길입니다.

오전 10시에 우이령길 입구에 모여 소나무숲길로 걸음을 옮깁니다. 어머니들의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옷이 마치 꽃처럼 흙길을 수놓습니다. 길에는 색이 바랜 솔잎이 깔려 있어 모두의 발걸음이 가뿐합니다.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가볍게 발을 내딛습니다. 북한산둘레길 가운데 청아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어요.

서울둘레길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소나무숲길로 불리는 이 구간은 사실 3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짧은 길이에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나 조태동 교수는 주위를 충분히 둘러보고, 숨을 맘껏 들이쉬며, 폭신한 땅을 가만히 느끼면서 걷는 산책을 권합니다. 빡빡한 도시의 삶에 물기가 배이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여기저기 숨은 식물의 이름을 헤아리고, 그 식물의 숨은 이야기를 들으며 느리게 걷다 보니 열한 시가 훌쩍 넘어 도착지인 솔밭근린공원에 닿습니다.

서울둘레길

솔밭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태동 교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몰약, 유향, 라벤더 등의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린 시향지를 맡아가며 향기의 유래,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각 향이 다른 만큼 효과도 달라 어떤 것은 마음의 안정을, 또 어떤 것은 연인과의 사이를 더욱더 좋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이 냄새, 저 냄새 맡느라 모두의 코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람이 살랑 불어 싱그러운 향기가 퍼지자 제 코도 이리저리 벌름거립니다.

서울둘레길

강연이 끝나갈 즈음 슬슬 배가 고픕니다. 둘레길을 걸으면 항상 입맛이 돌고 밥맛이 좋아요. 오늘도 둘레길을 걸은 덕분에 도시락을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한쪽에서 라벤더와 일랑일랑 에센스가 만들어지고 있네요. 밥을 먹고 돌아갈 때 모두가 에센스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오늘은 향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때때로 저는 어떤 특별한 날을 향으로 기억합니다. 누군가를 향으로 기억하기도 하고요. 오늘의 라벤더 향은 봄날의 숲길을 떠올리게 할 거예요. 여러분은 5월을 어떤 향으로 기억하실 건가요? 그게 아까시나무의 향이길, 솔숲의 맑은 향이길 바라봅니다.

출처 :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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