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에서 꿍따리 샤바라

문아람

Visit366 Date2015.04.21 17:29

[강원래와 함께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오늘은 부지런을 떨어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습니다. 가벼운 옷차림과 발에 꼭 들어맞는 운동화도 신고요.

모처럼 바지런히 움직인 이유는 4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주 1회, 총 5회 진행되는 이 행사는 6코스, 4코스, 3코스, 8코스, 2코스 둘레길의 일부를 걷는 행사예요. 대개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므로 누구든 가뿐하게 걸을 수 있고, 함께 둘레길을 걷고 난 다음에는 명사의 강연을 들은 뒤 점심도 나누어 먹습니다. 주제가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이니만큼 각 코스마다 촉각, 청각, 미각, 후각, 시각의 주제가 있는데요. 오늘은 촉각으로 만나는 소통의 길이란 주제로 강원래 씨와 함께 걸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잔뜩 찌푸린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참 좋습니다. 볕이 좋아 조금만 걸어도 정수리가 따끈따끈해지는 날씨예요. 오늘의 집결지 도림천역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서울둘레길

오늘 함께 걸을 분들입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늘 둘레길을 걷는 참가자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 서른 분이에요. 도림천역 앞 작은 공간이 모처럼 붐비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봄볕을 맞으며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모두의 얼굴이 무척 즐거워 보였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 도심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는 건 분명 신나는 일이지요.

열 시가 되자 인솔자분께서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신 다음 드디어 안양천 둘레길로 출발합니다.

서울둘레길

도림천역에서 인도를 따라 얼마쯤 타박타박 걸으면 안양천으로 빠지는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휠체어가 움직이기엔 불편한 길이에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비탈진 곳이 나오면 요 빨간 깃발을 등에 단 분들이 재빨리 뛰어 나와 휠체어 미는 데 힘을 보탭니다.

이분들은 앞과 뒤, 중간에서 무리를 살피고, 혹시 차나 자전거가 오는지 자꾸만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합니다. 살짝 물으니 장애인분들도 둘레길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는군요.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여러 둘레길을 답사하고 그중 제일 완만한 곳을 찾았다고 해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간호사분도 함께 둘레길을 걸었고요.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길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당장 오늘만 해도 경사와 불퉁한 길, 자전거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으니까요. 그래도 고심해서 길을 고르고, 눈을 번득이며 위험을 감시해준 이분들 덕분에 모두 수월하게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목적지에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정도로요.

서울둘레길

원래 안양천은 벚꽃길로 유명한 것 아시죠? 안양천 제방에는 90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벚꽃이 만발하면 꽃나무 터널이 생긴대요. 눈송이처럼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펼쳐진 모습이 정말 장관이라는데, 아쉽지만 저희는 그 풍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비바람 탓에 꽃이 다 지고 말았거든요. 그래도 꽃이 진 자리에 보송한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봄기운에 코가 다 간질거리더라고요. 바야흐로 진짜 봄! 볕에 마른 흙냄새, 빠끔히 얼굴 들이민 향긋한 쑥, 풀숲에 점점이 박힌 노오란 민들레, 탐스럽게 열린 조팝나무꽃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서울둘레길

봄볕에 취해 쭈욱 걸었습니다. 옆을 보니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가 총총 지나갑니다. 사람들이 반짝이는 봄날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고요. 요 며칠 날이 쌀쌀하고 비가 왔기에 이런 봄날은 누구에게나 반갑습니다.

중간에 신도림 전망대에서 잠깐 쉬며 사진을 찍고 물도 한 모금 꼴깍 마셨습니다. 앉아 있자니 여기저기서 들뜬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이분들의 외출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거동이 어렵기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하는 데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죠. 아무래도 다 함께 즐기는 이런 외출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그런 데다 오늘은 날씨도 이렇게 훌륭히 받쳐주잖아요?

서울둘레길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강원래 씨의 강연을 들었어요. 오랜만에 바람도 맞고 볕도 쬐니 기분 좋다고 말씀하시며, 강원래 씨가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국내에 등록 장애인의 수가 30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후천성 장애인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여러분도 맞혀보시겠어요?

1번 10%, 2번 50%, 3번 90%. 정답은 3번 90%입니다. 90%에 속하는 후천성 장애인인 강원래 씨는 사고를 겪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 아득한 고통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길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 인생에도 늘 고난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강원래 씨는 모두에게 부디 즐겁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꿍따리 샤바라를 외치며 즐겁게 살길 바란다고요.

강원래 씨의 나긋한 목소리가 귀를 울립니다. 그의 목소리가, 봄볕으로 충전한 기운이 당분간 하루하루를 즐겁게 붙잡아줄 듯합니다.

출처 :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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