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족의 천국, 천호동 자전거 거리

시민기자 김종성

Visit7,547 Date2015.03.24 13:27

두 바퀴로 떠나는 서울여행 (36) 자전거족이 사랑하는 천호동 자전거 거리

얼마 전 자전거 동호회 라이딩 번개 모임에서 만난 친구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를 들었다.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그 친구 동네에 ‘자전거 거리’가 있다는 거다. 흔히 ‘ㅇㅇㅇ 거리’ 라고 불리는 지자체에서 조성한 특성화 거리는 아니고, 이삼년 전부터 자전거 관련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자전거 거리란다.

자전거 거리답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나 있다

자전거 거리답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나 있다

한결 부드러워진 봄바람을 타고 한강 남단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한강 시민공원 광나루 지구에서 천호 공원 방향의 나들목으로 들어서면 바로 자전거 거리가 나온다. 자전거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같은 건 없지만, 도로 양편에 각종 자전거 가게들이 모여 있어 저절로 자전거 거리임을 알게 해주었다. 자전거 거리답게 인도 옆으로 자전거 전용 길이 펼쳐져 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자전거 길이다. 제주도나 창원시에서나 볼 수 있는 인도 옆에 독립적으로 나있는 자전거 도로다. 한강변에서도 가깝고 차도에서 안전하게 이런 자전도도로까지 갖춰 있으니 참새들이 방앗간 찾듯, 오며가며 한강을 달리던 자전거족들이 들르기 쉽겠다.

고장난 자전거 수리를 하는 `자전거 병원` 직원 아저씨

고장난 자전거 수리를 하는 `자전거 병원` 직원 아저씨

한강 나들목으로 들어서서 마주친 자전거 거리에서 맨 처음 만난 자전거 숍은 ‘바이크 메딕’, 쉽게 말하면 자전거 병원이다. 자전거 매장을 갖춘 판매점이 아니라 온갖 자전거들의 병을 고쳐주는 전문숍이다. 특히 전용 도구를 이용해 자전거 세차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단돈 8천원이면 자전거의 체인, 페달이 돌아가는 크랭크, 뒷바퀴를 굴리는 스프라켓(구동계) 등을 장총처럼 생긴 세차기로 깨끗이 청소해 준다. 지난겨울 몇 달 동안 먼지와 함께 기름때가 뭉쳐있는 자전거의 주요 부위를 닦아내니 말끔해져 새 자전거가 된 것 같다.

지난 겨울동안 묵은 때를 벗기는 자전거 세차

지난 겨울동안 묵은 때를 벗기는 자전거 세차

자전거 거리엔 10여 곳의 자전거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는데, 자전거 판매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리 전문점에서부터 자전거 의류만 취급하는 가게, 자전거 가방이나 랙등 자전거 용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 심지어 자전거 매장과 커피숍을 같이 하는 가게들도 있었다. 자전거 구경도 하고, 큰 창밖으로 자전거 거리가 펼쳐지는 커피숍의 커피 값은 대부분 2000원~2500원으로 한강 라이딩 후 편안히 앉아 쉬어가기 좋았다.

특히 자전거 의류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디자인의 옷들이 많아 눈이 즐겁기만 했다. 때가 잘 묻지 않지 않는 시커먼 컬러나 몸에 찰싹 붙는 쫄쫄이 바지 같이 보통 남성 라이더들이 입는 단순한 자전거 의류에서부터,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자전거 의류까지 모두 맘에 들었다. 마침 이월상품을 50% 할인하길래 베이지색 봄 바지를 장만했다. 다른 옷들처럼 자전거 의류도 시즌오프라고 불리는 겨울 전후에 구입하는 게 좋다. 디자인이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보니 자전거 동호회에서 팀복을 맞추려 자주 찾는단다. 이렇게 가격대가 다른 여러 브랜드와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갖추고 있어 자전거족이 원하는 용품과 옷을 한 자리에서 쉽게 고를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

평소 보기 힘든 예쁜 자전거 의류 전문점

평소 보기 힘든 예쁜 자전거 의류 전문점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는 자전거 의류를 사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사이즈의 옷을 다 갖추기가 어렵고, 재고 부담이 커서 자전거 가게들이 옷을 많이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 동호인들은 인터넷으로도 많이 구입을 하는데, 인터넷에서 사면 입어볼 수 없기 때문에 반품 처리 등의 귀찮고 어려운 과정이 생기기 쉽다. 특히 이 매장은 여성고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아직까지는 자전거족들에 남성들이 많아서인지 보통 자전거 매장에서는 여성들이 직접 옷을 입어보기가 어렵다. 이곳에서는 여성 직원들도 있고 여성 고객들이 편하게 옷을 입어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자전거 거리 가게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 애마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 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 자전거도 구경하고 윈도우 쇼핑에 빠질 만했다. 판매하는 자전거 또한 저렴한 가격의 생활 자전거에서부터 자전거 선수들이나 탈 것 같은 국내외 고가의 자전거 브랜드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어느 해외 자전거 수입 매장은 자동차 매장처럼 멋진 쇼룸(Show Room)까지 갖추고 있었다. 자전거 가게 주인장에 의하면 국내외 자전거 브랜드는 하나만 빼고 다 들어와 있단다.

자전거 거리인의 어느 가게나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자전거 거리인의 어느 가게나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작게 접히는 앙증맞은 미니벨로 자전거에서 고풍스런 디자인의 클래식 자전거, 트렌디한 픽시 바이크, 자전거계의 스포츠카 로드 바이크, 산을 탈 수 있는 MTB 자전거까지… 다채로운 자전거 세계에 내내 눈 호강이다. 몇 시간 동안 한강 가를 달려온 피로가 모두 가시는 기분이다. 역시 도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거리의 가게들이다.

거리 양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가게들, 개성 넘치는 간판은 일종의 갤러리로 도시 생활인에게 위로를 전해 주기도 한다. 흔히들 표현하는 삭막한 도시라 함은 가게들이 사라진 텅 빈 거리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인기 있는 거리엔 보통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데 천호동 자전거 거리는 탈거리, 입을 거리까지 풍성하니 자전거 애호가에겐 천국같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내가 타고 간 자전거 브랜드숍도 있어서 가게에 들어가는 기분이 어색하지 않고 친근해서 좋았다. 이렇게 본인이 타고 간 자전거 브랜드숍이 있다는 건, 자전거 가게들 사이에 가격할인 경쟁과 불필요한 반목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동네에 있는 자전거 가게나 자전거 가게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견학을 올 정도라고 한다.

별별 자전거들이 많아 자전거족들의 눈이 즐거운 곳

별별 자전거들이 많아 자전거족들의 눈이 즐거운 곳

이런 분위기다 보니 자연스레 어느 자전거 가게 사장님이 자전거 거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강동구청에 특성화 거리로 지정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단다. ‘자전거 거리’로 지정되려면 관련 업체가 더 많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자전거 천국에 푹 빠져 거리를 쏘다니다가, 해질녘 한강의 노을이 발갛게 달구는 강변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머지않아 서울의 대표적인 ‘자전거 거리’명소가 탄생할 것 같다.

ㅇ 교통편 : 수도권 전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에서 약 500m 직진

김종성 시민기자김종성 시민기자는 스스로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라 자처하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매일 보는 낯익은 풍경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을 꽤나 알고 있는 사람들, 서울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칼럼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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