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화곡동 바리스타’ 이야기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2.24. 16:00

수정일 2015.02.24. 16:09

조회 1,322

2월 4일,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더치커피 전문점 `더치숲`이 화곡동에 문을 열었다.

2월 4일,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더치커피 전문점 `더치숲`이 화곡동에 문을 열었다.

"더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맛이 아주 부드럽고 구수합니다."

앞치마를 단정히 두른 채 쟁반에 받쳐 든 커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바리스타의 말씨엔 북한의 사투리가 배어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공동체가 되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 '더치숲'이 지난 2월 4일 강서구 화곡동에 문을 열었다.

'더치 숲'은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지원을 목적으로 마련한 카페다. 강서지역 자활센터와 통일부 산하 남북 하나재단의 도움을 받아 북한이탈주민 6명이 더치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테이블이 4개로 규모가 작고 인테리어가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이 뜻 모아 일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더치커피'는 찬물을 이용해 한 방울 씩 장시간에 걸쳐 추출해 낸 커피로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적고 쓴 맛도 덜한 것이 특징이다.

`더치숲`에서 판매하는 더치커피 원액

`더치숲`에서 판매하는 더치커피 원액

손님들은 향이 깊고 부드러운 맛의 더치커피 한 잔을 2,500원에 마시고 정성껏 추출해낸 더치커피 원액을 저렴한 값에 사가면서 뿌듯해 한다. '더치 숲'이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사회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된 카페이기 때문이다. 더치커피 외에도 이곳에선 여러 가지 과일주스를 판매하는데 브랜드 커피 전문점의 절반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한다. 카페 수익금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창업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굳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아침이면 직장인들에게 모닝커피를 판매할 준비를 한다.

아침이면 직장인들에게 모닝커피를 판매할 준비를 한다.

아침이면 직원들이 문 열기 30분 전에 나와 반짝반짝 광을 내며 부지런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덕에 이곳의 따끈한 모닝커피는 벌써부터 직장인들이 찾는 인기메뉴가 됐다. '더치 숲' 카페의 바리스타 겸 직원으로 일하는 6인방은 손님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커피가 맛있다"라는 말이라고 했다.

이들은 작년 10월부터 강서자활센터 교육장에서 바리스타 교육과 손님 응대법 등의 직무 교육을 받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마친 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강서 희망가게 카페에서 다시 한 달 동안 실습을 거쳤다. 오랜 준비작업 끝에 문을 열게 된 것이다.

3년 넘게 해왔던 피부관리사 일을 접고, 새롭게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황씨는 "가게를 연지 얼마 안됐지만 그동안 내방한 손님들 통계를 내보았다"고 말하더니, "점심 무렵엔 회사원들이, 오후 서너 시엔 주부들이 찾는다"며 카페 손님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오빠와 단둘이 한국에 왔다는 이씨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오빠와 사업을 하려다 정착지원금을 몽땅 날려버린 기억을 어렵사리 끄집어냈다. 이씨는 북한이탈주민에게 그런 일은 다반사라고 전제한 뒤 "저희들이 더 많이 배우고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 일용직으로 근근이 버티는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고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녀는 "아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나만의 카페 창업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배워나갈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카페의 직원이지만 이곳을 발판으로 나만의 창업을 꿈꾸는 이 곳 바리스타들은 한국에 정착한지 모두 5년 이상 된 북한이탈주민들이다. 한국의 시장경제와 문화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는 진취적인 여성들로 피부관리사로 일했던 황씨 외에도 의류판매, 전통장류제조, 건축도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강서지역자활센터의 '더치 숲' 담당 사회복지사 강기연씨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딛고 자립하기엔 아직도 어려움이 많은 시점에서 '더치 숲'이 탈북민이 많은 강서, 양천, 구로 지역에서 좋은 성공사례가 되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더치 숲' 카페가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겪는 문화적인 이질감을 회복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형성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더치 숲' 카페 영업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이다. (일요일은 쉼)

○ 문의: 02-2062-4354

#더치커피 #북한이탈주민 #더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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