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맘 편히 못하는 반퇴 시대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5.02.09. 09:31

수정일 2015.11.17. 19:39

조회 974

재테크톡

경제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85

반퇴(半退) 시대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이는 '은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현직에서 퇴직하고도 은퇴하지 못한 채 수십 년 구직시장을 기울여야 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한 말이다.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은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을 하는 취지라면 박수를 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데 제대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퇴직에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흐름을 장기간으로 이어질 것 같다. 1955~63년생 1차 베이비부머 세대(710만 명)의 퇴직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2차 베이비붐 세대인 68~74년생(604만명) 퇴직이 바로 이어진다. 그 뒤엔 1차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79~85년생 에코 베이비붐 세대(540만명)가 기다린다. 55~85년생 퇴직이 30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쓸 수 없는 큰 자산보다 작더라도 고정 수입 중요

그동안 재테크는 돈을 모으고 크게 불리는 것을 의미했다.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투자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매수하기만 하면 자산이 오르는 부동산 불패 신화도 즐겼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상황을 가정해 노후를 대비했다가는 큰 일 난다. 잘 알려진 대로 금리는 1%대에 머물고 있고, 부동산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한국 기업 성장이 주춤하면서 주식시장도 그저 그렇다. 때문에 노후 대비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노후는 불안하기 그지 없다. 삼성생명 은퇴백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50대 한국인의 재산은 5억 원 쯤이다. 그러나 이 돈을 모두 노후설계에 쓸 수는 없다. 50대 평균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을 빼고 나면 2억 2,500만 원쯤 남는다. 퇴직자 월평균 생활비(238만 원)와 은행예금금리(지난해 11월 평균치인 연 2.1%), 물가상승률(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1.3%)을 적용하면 모든 노후자금은 9년 뒤면 다 떨어진다. 그나마도 병원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다. 62세가 되는 7년 뒤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30년을 살기란 불가능하다. 보수적으로 생각해 교육비나, 결혼자금을 한 푼도 안 쓴다고 해도 은행예금에만 넣어두면 16년 밖에 못 버틴다.

반퇴 시대 생존법 첫 번째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부담을 다소 안고서라도 투자에 나서야 한다. 예금 금리는 1%대에 허덕이고 있어도 금융 상품 중 원금을 보장하며 연 5%대의 수익을 내주는 상품이 없지 않다. 또 국내경제가 불안하면 해외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PB(프라이빗뱅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재테크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어 경제지식을 더 무장한 전문가를 키우려는 것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긴 기간 돈을 분산시켜 수입이 끊이지 않게 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쓸 수 없이 묶여 있는 큰 돈을 깔고 사는 것보다 작은 돈이라도 매달 통장으로 일정액이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짜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앞으로는 축적 자산의 규모보다 퇴직 후 30년 동안 어떻게 고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도록 만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보유주택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살던 집 한 채는 유산으로 여겨 정리하지 않았지만 이젠 유산이 아니라 노후 설계에 투입할 자원이라고 생각해야한다. 소유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주택연금은 좋은 노후 대책으로 꼽힌다.

#은퇴 #재테크 #명순영 #반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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