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궁궐 뒤에 숨겨진 황제의 눈물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5.02.04. 14:30

수정일 2022.11.23. 16:43

조회 1,964

지난해 10월 13일, '대한제국역사관'이 탄생했다.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회복한다는 취지로 2009년에 석조전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2014년에 완성된 것이다. 개관일을 10월 13일로 정한 것은 고종(광무황제)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로 즉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조선시대의 수도였던 한양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의 5개의 궁궐이 있었다. 임금님과 신하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궁궐은 역사적인 순간을 간직한 곳이다.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불리게 된 궁궐도 선조와 광해군의 역사부터 조선시대 말, 어지러웠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궁궐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에 따라 지어졌지만, 덕수궁 안의 석조전은 서양식 건축물이다. 석조전 1897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돌아온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1900년에 착공하여 1910년에 준공된 건물이다. 대한제국 최대의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철골 콘크리트 건물로, 당시 영국인들에 의해 설계, 시공이 되어서 건축의 모습이 영국의 분위기가 풍긴다.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의 1층 중앙홀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의 1층 중앙홀

원래 석조전은 고종황제와 순헌황귀비의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에서 주로 생활했고, 석조전은 공식 행사에만 사용하였으며 게다가 순헌황귀비는 준공 이듬해 1911년에 홍거하여 정작 석조전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 이후 영친왕이 국내 귀국할 때 임시 거초로 사용되다가 1933년 일제의 의해 덕수궁 '중앙공원화 정책'에 따라 '덕수궁미술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그 후, 1938년 '이왕가미술관', 1946년 미소공공위원회회의장, 1955년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면서 본래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 후 만찬을 베풀었던 1층 대식당

공식적인 행사 후 만찬을 베풀었던 1층 대식당

이번에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석조전은 크게 지층과 지상1,2층으로 구분되어있다. 접견실, 귀빈실, 대식당으로 이뤄진 1층은 공적인 업무를 보던 공간이었으며, 황제와 황후의 침실과 서재가 있는 2층은 황실 가족의 사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지층은 고종의 근대적 개혁을 정책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와 석조전 복원에 관련된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대한제국 여권 탁본 찍기, 스탬프 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황제의 침실로 사용하던 방

황제의 침실로 사용하던 방

대한제국역사관은 공간이 협소하고 공간에 마련된 가구, 소품들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소중한 문화재라서 예약이 필요하다. 지층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만 1,2층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전날까지 홈페이지에서 예약(1회에 15명)을 하고 방문하면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관람할 수 있다. (외국인과 65세 이상 어르신은 현장에서 5명 선착순 관람 가능)

예약 확인 후 1층으로 올라가면 중앙홀을 처음 만나게 된다. 석조전은 좌, 우 대칭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아칸서스 잎과 과일 띠주름, 장식 기둥이 이국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중앙홀의 탁자는 창덕궁 대조전에서 보관하던 것을 옮겨온 것으로 석조전 내에서 가장 화려한 유물이다. 가구나 유물 중에서 당시의 것이 남아있는 진품은 안내문에 빨간색 글씨로 표기되어 있다. 중앙홀의 좌,우 벽면에는 거울이 사람 키보다 높게 걸려있다. 그 당시에는 조명시설이 발달하지 않아서 실내가 침침하고 어두워서 거울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중앙홀의 오른쪽에는 귀빈대기실이 있다. 황제를 만나기 전에 대기하는 관리들이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황실에서 제공하는 비스킷, 샴페인과 같은 다과를 즐겼다고 한다. 귀빈대기실 인테리어는 1918년 사진에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참고하여 재현하였다고 하는데, 다만 흑백사진이라서 색을 구분할 수 없어서 황실에서 많이 사용하던 붉은색을 기본으로 하고 붉은색과 어울리는 색을 조화시켰다고 한다.

황제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었던 1층 접견실

황제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었던 1층 접견실

접견실은 황제를 만나는 공간으로 석조전 실내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곳이다. 다른 방과 달리 대한제국의 상징인 오얏꽃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대식당은 공식적인 행사 후 만찬을 베푸는 장소로 사용되었는데, 서양문물에 관심이 많았던 고종황제는 외국사신들을 정성껏 대접했다고 한다. 외국인이 참석하는 연회에는 서양식 코스요리가 제공되었다고 하고, 대식당의 한쪽 벽은 유리로 마감해서 석조건 건물의 구조를 볼 수 있다.

2층은 황제와 황후 침실, 서재 중심으로 꾸며져 있는데, 지금 현재 가구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그 당시 시공과 가구 납품을 맡았던 영국회사의 1910년대 카탈로그를 바탕으로 재주문해서 배치하였다고 한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바닥에 타일이 있었던 점을 추측해서 욕조와 세면대가 있는 공간도 재현해 놓았다.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욕조와 세면대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욕조와 세면대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공간은 대한제국시대의 고종황제를 중심으로 한 황제일가의 사진과 가계도, 일본침략에 저항한 애국지사들의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겨울을 제외한 때에는 2층 테라스에서 덕수궁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황실 가계도와 애국지사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황실 가계도와 애국지사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희망을 담고 시작되었지만 끝내 부흥을 이루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함께한 궁궐이다. 화려함 뒤에 슬픔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건물인 것 같다.

궁궐은 특별한 기간이 아니면 내부에 직접 들어가 볼 기회가 별로 없다. 대한제국역사관 복원 개방으로 서양식으로 변모한 궁궐의 내부도 직접 살펴보고, 그 때의 시대상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덕수궁 내 위치 (덕수궁 매표 후 입장) / 매주 월요일 휴관

○ 지하층 : 자유관람

○ 1층, 2층 : 인터넷 예약 (한 회당 15명 / 만65세 어르신, 외국인 5명까지는 예약없이 선착순 입장 가능)

○ 문의전화 : 02-751-0753

○ 홈페이지 : http://www.deoksug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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