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일요 학교'가 만들어가는 작은 기쁨들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5.02.05. 13:25

수정일 2015.02.05. 13:33

조회 3,114

서울시에서는 매년 상·하반기에 나누어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을 위해, 시 홍보매체를 무료로 개방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내 손안에 서울'에서도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세 분의 시민기자님이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 함께 들어보시죠!

2015-1.희망광고기업 (1) 잃어버린 학창시절을 다시 찾아 주는 곳, 오뚜기 일요학교

이대 앞 5번 출구를 나와 좁은 골목길을 묻고 물어 찾아간 곳엔 연희유치원 간판이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오뚜기 일요학교를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는 필자의 질문에 "선생님으로 왔어요? 학생으로 왔어요?" 중년 여성이 돋보기 너머로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으며 4층을 가리켰다.

오뚜기 일요학교 입구

오뚜기 일요학교 입구

이상수(28세, 교무부장)씨는 오뚜기 일요학교에서 3년 4개월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선생님이다. 제대 후 봉사시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오뚜기 일요학교를 알게 되어 교사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오뚜기 학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오뚜기 일요학교는 고단한 삶의 현장에 매여 있지만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학교다. 1981년 종로에서 개교한 이래 서울역, 원효로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겨다니다, 1999년 지금의 마포구 염리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오뚜기 일요학교의 역사 수업 시간

오뚜기 일요학교의 역사 수업 시간

학생들은 대부분 40~50대 여성들로 산업화시대에 학업을 포기한 분들이 다시 꿈을 찾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평일에는 직장인으로, 주부로 바쁘게 살다가 일요일엔 이곳에서 학생이 된다.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수업 시간표도 즐겁다. 총 7명의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많은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대학교 과정까지 학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오뚜기 학교의 목표는 잃어버린 학창시절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이상수 선생님은 "검정고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가면서 '봄소풍','수학여행','일일호프' 등의 행사를 마련하고 문집도 발간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또한 "매주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것도 오뚜기 만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점심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유능한 요리사가 많이 모인 탓에 배에 살이 붙는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뭐가 제일 좋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냉가슴 앓던 공부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면서, "이른 아침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할 땐 누가 뭐래도 여고생이다"라고 답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학업을 하고 싶어도 이런 학교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상수 선생님은 "희망광고기업으로 선정돼 지하철 광고를 하게 되었을 때 우리학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될 기회를 얻게 돼서 기뻤다"라면서, "특히 2호선 라인이라 반가웠는데 노출효과를 꽤 본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2월 15일 교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이상수 교무부장 선생님

2월 15일 교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이상수 교무부장 선생님

실제로 지하철에 걸린 희망광고를 보고 오뚜기 일요학교를 찾은 학생도 있다. 생활하기 바빠 공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는 한 학생은 "눈이 열려 내 나라 역사를 배우고 이웃나라 역사도 배우고, you, is, book 영어도 배우고, 주어, 서술어도 알게 되어 행복하다"며 "나이 들어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뚜기 학교는 1981년에 개교했다

오뚜기 학교는 1981년에 개교했다

배움의 때를 놓쳤거나, 시간이 없어 공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앎의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서 잃어버린 학창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흔치 않은 학교,  바로 오뚜기 일요학교다.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에 대해 알게 되고, 잃어버린 학창시절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뚜기 일요학교는 학교를 졸업했거나 교사로 활동했던 분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업료는 무료다. 단, 현재 학교를 다니는 재학생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

 ※문의: 02-713-3478(오뚜기 일요학교 사무실)   

#희망광고기업 #오뚜기일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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