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서울 장터는 그들의 삶터다

내 손안에 서울

Visit746 Date2015.02.13 15:54

혜화동 성당 앞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

혜화동 성당 앞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

[서울 속 세계여행] ⑩ 서울 속 글로벌 마켓을 가다

저는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가면 시장을 꼭 둘러보곤 해요. 왜냐하면 시장은 현지인이 살아가는 생활의 단면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죠. 시장에 가면 그 곳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는지, 또 어떤 군것질을 하고, 어떻게 장을 보는지,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요.

서울에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그들은 타지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한 곳에 무리지어 살아가기도 해요. 그들에게도 자신의 문화가 담긴 마켓이 필요하죠. 먼 해외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외국인들의 생활상을 가까이서 엿보고 싶을 때, 그들의 문화로 빼곡한 마켓을 찾아가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1. 혜화동 필리핀 마켓

혜화동 로터리, 혜화동 성당 앞에는 일요일마다 장이 선답니다. 성당에서 필리핀어로 진행되는 미사가 끝난 뒤에 나오는 필리핀 사람들을 상대로, 현지에서 가져온 물품을 파는 주말 장터죠. 장터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서로 고향 이야기나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랩니다. 길을 따라 쭉 늘어선 초록색 천막 아래는 필리핀의 슈퍼마켓을 옮겨놓은 듯한 물건들을 팔고 있어요. 필리핀에서 사용하는 세제, 화장품 등의 생필품과, 각종 통조림, 망고 등의 열대 과일, 필리핀 음식에 사용하는 소스 등의 식품들이 박스마다 쌓여있죠.

혜화동 필리핀 마켓

혜화동 필리핀 마켓

천막의 한쪽에는 필리핀음식을 팔고 있기도 해요. 이곳에서는 판싯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식 잡채와, 럼핑상하이라는 이름의 필리핀 식 춘권, 롱가니사라는 이름의 필리핀 소세지, 바나나잎에 익힌 밥, 튀긴 바나나 등 색다를 주전부리를 맛볼 수도 있죠. 천막 아래 궁금한 것들을 살펴보기나 구입하기도 하고, 색다른 이국의 주전부리를 맛보며 필리핀 사람들 속에 섞여있으면 그들의 생활 속으로 쏙 들어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필리핀음식과 색다른 주전부리들

필리핀음식과 색다른 주전부리들

#2. 왕십리 아시안마트

이렇게 장이 들어서는 곳이 있는가하면, 상시 갈 수 있는 이방인의 마켓도 있어요. 왕십리역 근처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데요, ‘아시안마트’라는 이름의 베트남 마트가 생기면서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고 해요. 이주 여성들을 위해 생겨나 외국인도움센터를 겸하고 있는 이 마트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이죠. 이제 이 거리는 아예 베트남 타운이 되었답니다. 초록색 간판을 보고 작은 마트 안으로 들어가면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 쌈에 필요한 라이스페이퍼, 말린 과일, 베트남 음식에 사용하는 향신료와 소스, 베트남 라면, 원뿔모양의 베트남 모자 ‘논’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마트에서는 그들이 어떠한 식생활을 하고, 그 식재료는 무엇인지, 또 우리나라에 와서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들의 문화는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죠.

왕십리역의 `아시안마트`로부터 베트남 타운이 생겨났다

왕십리역의 `아시안마트`로부터 베트남 타운이 생겨났다

#3. 동대문 네팔거리의 마야마트

동대문역 3번 출구 근처, 창신시장 골목에는 작은 네팔 음식점들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요. 네팔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단순히 식당이나 가게 골목이 아닌 서울 속의 ‘고향’이랍니다. 때문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하죠. 이곳에는 3,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모여 네팔에서 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들며 네팔 거리가 형성되었어요. 곳곳에 현지의 특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네팔 음식점은 음식의 맛도 뛰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곧잘 찾아오기도 하죠.

다양한 물건을 파는 네팔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네팔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네팔거리의 ‘마야마트’에는 네팔인들을 위한 향신료 등의 식료품과 더불어 한국에서 만든 담요나 옷 등 다양한 잡화들도 함께 팔고 있어요. 네팔인들이 한 곳에서 쇼핑을 마칠 수 있도록 다양한 물건들을 구비한 만물상 같은 느낌의 공간이랍니다. 네팔인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고향에 보낼 물건들도 마련한다고 해요.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따뜻한 공간이죠.

만리타향에서 자신들의 삶을 일구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비행기만 탄다고 생각해도 고추장을 꼭 챙겨야 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자신들만의 생활 문화를 잃지 않고 외지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곳곳에 엿보여 새삼 놀라웠고 언젠가, 어느 타지에 삶의 터전을 일군 우리 조상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많이 들었던 하루 동안의 알찬 여행이었답니다.

+ 관련글 보기 – ‘보따리상들의 실크로드 동대문’

서울 구석구석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서울스토리(www.seoulstory.org::링크바로가기)를 찾아주세요.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