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공무원의 인생 ‘즐기기’

서울시 김 은미

Visit3,896 Date2015.01.21 17:30

주택정책실 김장성 주무관

패러글라이딩 장시간 국내 신기록 보유(7시간 52분, 공인 최장 기록)
스쿠버다이빙 국제라이센스 보유(283회 다이빙)
승마대회 통과장애물 1위 수상(13년간 254회 기승)
5,000여 종류 와인 시음, 7년간 50회 와인 강의

이력만 봐서는 무림의 고수나 정글의 달인 같죠?, 위 이력은 어느 서울시 공무원의 이력이랍니다. 지난 주부터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의 달인(김홍기 소방장), 서울의 고수(안영수 팀장)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서울의 고수를 만나다] 마지막 시간으로, ‘다이나믹’한 취미생활을 통해 딱딱한 직장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김장성 주무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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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글라이딩, 승마, 스쿠버다이빙, 와인감별 등 두루두루 재주가 많아서 별명이 ‘팔방미인’
– “한 번 사는 인생 즐기고 싶었습니다.” 일도, 취미생활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해

[서울의 고수를 만나다] 주거재생과 김장성 주무관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 주거재생과에서 근무하는 김장성 주무관은 패러글라이딩뿐만 아니라, 승마, 스키, 스쿠버다이빙, 암벽등반, 실탄사격, 와인감별 등 두루두루 재주가 많아서 별명이 ‘팔방미인’입니다.

막상 만나보니 미인(?)까지는 아니었고요(웃음), 평범한 공무원 아저씨였습니다. 무림 세계에서 나올 법한 고수의 면모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입수한 그의 프로필에 따르면 각종 취미를 그냥 즐기는 것이 아니라 프로 수준으로 하고 있다하여 그 사연부터 들어봤습니다.

Q. 남들은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긴 힘든 취미를 프로 수준으로 즐기고 계세요, 특별한 사연이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계기를 꼽자면 2003년에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했던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나서부터예요(그는 4남 4녀 중 막내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사실 그 전까지는 딱히 취미생활을 즐기지 않았습니다. 때 마침 당시 도시관리과장으로 계셨던 김효수 과장님이 어느 날 주말에 등산을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생애 처음 등산을 해봤고 그 매력에 빠져 매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키, 승마, 암벽등반 등 분야를 넓혀 나갔어요.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Q. 주말에, 그것도 직장 상사와 같이 취미를 즐긴다고요?

“혹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으세요?”

뜬금없는 그의 질문에 대답을 주저하자, “만약 좋아하는 배우가 정우성이라면, 내일 정우성 보러 같이 안 갈래요?”라며 그가 제게 다시 물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당연 가야죠!”라고 힘주어 대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를 같이 보러가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저한테 당시 등산은 정우성이었죠. 미치도록 좋아서 했습니다. 하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과장님과 띠동갑(원숭이띠)이었는데 비슷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네요.”

원숭이띠라는 얘기를 듣고 그에게 재주 많은 팔방미인의 끼가 흐르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주택정책실 김장성 주무관

“등산에 이어 승마에 입문하게 된 것도 사실 과장님 덕분이에요. 과장님 소개로 뚝섬 승마장에서 ‘폴로’라는 말을 처음 만났어요. 폴로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죠. 폴로와 나눈 교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Q. 이러한 취미를 가지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솔직히 궁금했습니다. 그는 과연 신의 아들인가?

“이 많은 취미를 한꺼번에 하는 건 아닙니다. 승마를 어느 정도(그는 ‘어느 정도’란 표현을 썼지만 ‘프로’ 수준이다. 뭐든 한 번 시작하면 프로급으로 즐기는 듯 보였다.) 탈 줄 알게 되니깐 또 다른 걸 걸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암벽을 시작했고, 그 다음엔 스키를… 새로운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하다 보니 결국 이렇게 됐네요. 하하.”

“하긴 주변에서 묻곤 합니다. 집이 부자냐, 업무가 편하냐… 절대 그런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누가 밤새서 할래? 아님 주말에 나올래? 물어본다면, 전 그냥 밤새서 일을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어찌됐든 일이라는 것이 남아 있거나, 해결이 안 되면 걱정이 되고, 걱정이 되면 뭐든 제대로 즐길 수가 없잖아요.”

현재 김 주무관이 하는 일은 주거재생 정책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뉴타운·재개발 업무도 총괄하고 있습니다(실제 시 내에서도 업무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해요). 야근도 많고 급한 사업이 진행될 때는 집에도 못 가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주말에 단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려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

이어서 취미 생활에 따르는 비용 이야기를 꺼내니, 대뜸 신고 있는 신발을 쭉 내밀더라구요. 그리고 제법 오래돼 보이는 신용카드 한 장을 보여줬어요. 신발은 십년이 넘었고 밑창만 갈면 얼마든지 더 신을 수 있다고 했고, 신용카드는 나중에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 항공 마일리지 적립되는 이 카드만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택정책실 김장성 주무관

“배우고 싶은 종목은 직장인 대상 동호회에 가입해서 저렴하게 배웠어요. 패러글라이딩도 지하철 무가지 신문에서 서울시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고, 스쿠버다이빙도 서울시 소방관 동호회원분들에게 배웠죠. 장비는 죄다 중고품이에요. 100만 원이 넘는 스키복도 중고로 사면 20만 원도 안 해요. 10년 전에 산 스키복을 얼마 전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물려줬어요.”

그는 8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더욱 알뜰하게 살아야했다고 고백하더라고요. 남들 다 해외로 가는 신혼여행도 강화도로 가야했을 정도로, 그의 팍팍한 인생살이도 의도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 생활 20년차, 지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쌓은 시간과 노력이 그를 고수로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시절, 꼭 그런 친구가 있잖아요. 놀 거 다 놀고도 공부는 항상 1등 하는… 그에게 진정한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Q. 와인 얘기를 깜박했네요. 와인은 다른 취미와 성격이 많이 달라요.

“대학시절, 친구네 집에서 놀다 ‘마주앙’이란 화이트 와인을 먹어보고 그 맛에 반했죠. 그 맛을 잊지 못해 ‘마주앙’을 사들고 쌀과자와 LP음악을 안주삼아 즐겼습니다. 세상의 모든 근심이 녹아내리듯 어찌나 행복해지던지…”

그가 잠시 회상에 잠기는 듯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나갔습니다.

“대학졸업 후 배낭여행을 가서 다시 한 번 와인을 접하게 됐어요. ‘마주앙’을 먹던 그 때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을 배우게 된 계기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참 소박한 사람이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추억하기 위해 자신 방식대로 삶을 일구는 그가 참 아름답게 보였고요. 왜 그를 팔방미인이라고 부르는지 그 진짜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는 고수답게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을 추천했지만 지면에 소개할 수 없어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혼자만 들은 것 같아 죄송하지만 와인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더라고요.

“진짜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좋은 사람들과 그저 와인의 향과 맛을 즐기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오늘도 치열하게 일하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저는 한 번 사는 인생 즐기고 싶었습니다. 웃으면서 후회 없이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말고 즐기세요!”

서울시가 음악, 사진, 미술, 레포츠 등 일상·취미 생활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공직자를 가리켜 ‘고수’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고 해서 고수인가?’란 의문이 들긴 했죠.

인터뷰를 마치고, ‘업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공무원들의 가치관이 결국 행정력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래, 그래서 ‘고수’라 부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

누구나 한 번쯤 뱉어 봤을 이 말, 하지만 이젠 ‘하기 싫은 일’에서 진짜 내 모습을 구제해 보세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꿈을 이루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함께 동반되는 법이라고, 그리고 꿈의 성공 여부는 그 진짜 하기 싫은 일에서 결판이 난다고…

어느덧 1월도 보름이 지나고 있습니다. 새해 품은 당신은 꿈은 아직 안녕하신가요? 올해 하고 싶은 계획이 있으나 아직 시작하지 않으셨다면, 도전해보세요. 무림에만 고수, 정글에만 달인이 있으란 법 있나요? 당신도 삶과 일에 있어서 고수,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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