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화교'들이 사는 세상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5.01.14. 10:18

수정일 2015.01.14. 17:46

조회 1,498

명동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환전소

명동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환전소

[서울 속 세계여행] ⑦ 명동의 화교 시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이 필요하고, 나아가 학교나 동사무소 등 나를 살아가게 하는 다양한 시설들도 필요하죠.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시설은 필요합니다. 명동에는 화교들이 살아가기 위한 시설들이 적게나마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요. 때문에 명동에 가면 그들의 사회와, 삶의 면면들을 엿볼 수가 있답니다.

화교들의 동사무소 역할을 하는 한성화교협회

화교들의 동사무소 역할을 하는 한성화교협회

중국어와 영어 간판이 즐비한 환전소들이 모여있는 명동의 중앙우체국 골목. 그 곳으로 들어서면 화교들의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서울중앙우체국을 지나 왼쪽에 보이는 길쭉한 모양의 '중정도서관 빌딩' 4, 5층에는 화교들의 동사무소 역할을 하는 한성화교협회가 자리 잡고 있지요. 이곳에서는 화교들에게 필요한 증명서류를 처리하거나 발급해주고, 대외 연락 역할을 하는 등 화교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줍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화교 개인의 삶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곳이라 볼 수 있어요.

붉은색 문이 인상적인 주한중국대사관

붉은색 문이 인상적인 주한중국대사관

'중정도서관 빌딩'을 왼쪽에 두고 걸으면 골목 끝에 독특하게 기와가 얹어져있는 커다랗고 웅장한 건물이 보입니다. 붉은색 문을 가지고 있는 이 건물이 바로 주한중국대사관 건물이죠. 작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올해 1월 23일에 개관식을 열고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어요.

2002년까지도 명동에 터를 잡고 있다가 종로의 효자동과 남산으로 나뉘어 이사를 했던 주한중국대사관. 다시 옮겨온 명동의 대사관 건물은 2개 동으로 24층과 10층 높이로 각기 지어져있는데요, 주한 외교공관 중에 가장 크며 주한미국대사관의 두 배라고 해요. 과거 명동에 자리 잡았던 7층짜리 그리 크지 않았던 주한중국대사관에 비하면 4배나 커진 크기라서, 11년 만에 대궐 같은 대사관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랍니다.

화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들려온다

화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들려온다

대사관을 왼쪽에 두고 골목을 꺾어 걸으면 다양한 향의 중국 차를 팔고 있는 노점이 보이고, 그 옆에 학교 입구가 보입니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한성화교소학교로 화교 아이들이 처음으로 갖게 되는 한국 속의 화교 사회가 여기 자리 잡고 있지요. 평일 낮 시간 한성화교소학교에 방문해 운동장으로 들어서면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화교 아이들을 볼 수 있답니다. 모습은 한국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좀 더 운동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부속 유치원도 있어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귀여운 화교 꼬마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화교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나는 그 공간에 서서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중국어를 듣고 있으면, 마치 정말 중국의 초등학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죠. 한 때 학생 수가 너무 적어져서 화교고등학교는 폐교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1948년 고등학교도 다시 문을 열었고 초‧중‧고등학교 모두 차츰 학생 수를 늘려갔다고 해요. 바로 이곳에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화교들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그들의 사회를 꾸리며 자라나는 것이지요.

화교 학교 앞에 늘어선 노점들

화교 학교 앞에 늘어선 노점들

소학교 앞에는 물건들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어요. 아주 예전부터, 학교에 아이들을 마중하러 나오는 부모님들은 소학교 근처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거나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 때문에 소학교 앞에는 화교들을 위한 생필품들을 파는 이 노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해요. 화교 생활의 중심이 바로 이 소학교였던 것이죠.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만큼, 한류스타들의 엽서나 달력들이 주로 보입니다.

이렇듯 화교 어린이와 학생들의 교육부터,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적 절차들을 책임지고 있는 명동의 중국대사관 거리. 이 거리에서 화교들의 생활과 섞이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화교들의 사회를 슬쩍 엿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여정이 될 거예요. 우리와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대사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변천사를 조금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곳이 조금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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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서울스토리 #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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