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하모니카'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1.07. 16:59

수정일 2015.01.13. 16:38

조회 868

"도~는 맛있는 도너츠, 레~는 새콤한 레몬~" 밝고 깜찍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강당 밖까지 울려 퍼진다. 양천구 신월청소년문화센터 강당에 들어서자 율동을 섞어 도레미송을 부르는 아이들이 먼저 눈에 띈다. 엄마, 아빠와 함께여서인지 "쩌렁쩌렁" 울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지붕을 뚫을 기세다.

가족합창단의 연습 장면

가족합창단의 연습 장면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모여 만들어낸 화음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운다. 가족애와 이웃사랑으로 똘똘 뭉친 특별한 합창단, 신월청소년문화센터 가족합창단 '하모니카'를 만나봤다.

단원 모두의 얼굴에선 사랑이 묻어날 듯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들이 편안하다. 이웃 가족들이 여럿이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가족합창단 '하모니카'는 올봄 신월청소년문화센터가 마련한 '가족 성장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합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들이 각각 부모교육과 청소년성장교육을 병행해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은 합창 연습에 들어가기 전, 한 시간 동안 전문 강사를 통해 진행된다.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방법을 비롯해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이 주요내용이다.

청소년 성장교육 학습시간

청소년 성장교육 학습시간

같은 시간,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우리 가족의 연대표를 만들고 생일을 적어 넣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가족애를 다지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교육 과정이다. 금융기관과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경제교육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안성으로 다녀온 `음악체험여행`

지난해 여름 안성으로 다녀온 `음악체험여행`

지난 여름에는 멀리 안성으로 음악캠프도 다녀왔다.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 길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문화체험 시간도 가지면서 풍성한 소통의 시간도 나눴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도 두 차례나 치렀다. 지난해 9월27일에는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신나는 콘서트'에 초청돼 첫 공연을 펼쳤으며 10월 25일에는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열렸던 양천청소년 어울림마당 공연에서는 부모들이 한강수타령을 부를 때 아이들은 부채춤으로 흥을 돋워 많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합창단은 매주 토요일에 여러 가족이 만나 행복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초기엔 가족끼리만 모여 있어 서먹서먹했지만 두세 번 만나면서부터는 서로 대화 나누는 시간이 길어져 이젠 합창연습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친근한 이웃사촌이 됐다. 한 번 모였다 하면 제법 시끌벅적한 가족합창단을 지난 1년 동안 담당해온 신월청소년문화센터의 사회복지사 이태한(24)씨는 "비록 음악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어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화합만큼은 여느 프로합창단 못지않다"고 말했다. 지휘와 합창지도를 맡고 있는 서지나(24)씨도 "음악 전공자들이 아니어서 발성부터 애를 먹었지만 따뜻한 가족애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 소통을 위한 도자기 만들기 체험

가족 소통을 위한 도자기 만들기 체험

세 살배기 정후는 단원 박필수(50)씨의 둘째 아들로 천사 같은 미소로 단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합창단의 마스코트다. 천방지축 뛰어놀며 연습을 방해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웬걸, 피아노 반주만 시작되면 척척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재간둥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임건우군의 어머니 차승희(49)씨는 "아이가 사춘기라 걱정이 많았는데 가족이 함께 합창을 하면서 좀 더 보듬어줄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권경욱(47·양천구 신월동)씨는 쾌활한 성격의 딸이 엄마랑 합창을 하고 싶다며 손목을 붙잡아 끄는 통에 하모니에 합류하게 됐다.

권씨는 "올해 딸이 최고로 잘한 일 중의 하나"라면서 딸의 볼을 장난스럽게 꼬집는 특급칭찬(?)까지 선사해 단원 모두에게 웃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직장 생활에 바빠 현재 아빠 단원은 2명 뿐이지만 단원들은 아빠들의 참여율도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원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합창단은 총 28명이 됐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기자가 그들을 찾아갔을 때, 단원들은 연말 축제를 대비한 합창을 연습 중이었다. 그런데 노랠 부르다 말고 서로 의견이 분분해진다. 루돌프 사슴처럼 단원들의 코에 빨간 색칠 분장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서다. 열띤 토론에 노랫소리는 잠시 멈췄지만 강당 안 열기는 여전히 따스하다. 소중한'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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