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대박에도 불행한 이유 있다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4.12.29. 19:52

수정일 2015.11.17. 19:42

조회 1,605

로또복권

경제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78

인간은 살면서 운수(運數)가 좋기를 바란다. 그리고 성인 누구라도 한번쯤은 로또 1등 당첨을 꿈꿔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현상이 있다. 800만분의 1(국내 나눔로또의 경우)의 확률을 뚫고, 평생 한 번 경험하기 어려운 1등 ‘대박’을 맞은 당첨자들은 반드시 행복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뒤 그들을 수소문해보면, 로또에 당첨되기 전보다 훨씬 더 불행해진 사례가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정말 많다.

김모씨(52)는 40대 초반이었던 2003년 242억 원의 거액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189억 원이 남았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이었다. 갑작스레 큰 돈을 쥔 김씨는 당황했다. 평소해 오던 주식투자 금액을 크게 늘렸다. 무계획적 투자는 실패로 이어졌다. 병원 설립에 35억 원을 투자했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살다보니 5년 만인 2008년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다. 그러나 충동적인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사채를 쓰다 빚을 크게 얻었고 사기까지 쳐 감방 신세를 지게 됐다. 로또 1등 당첨이 ‘인생 역전’이 아니라 '패가망신'이었다.

2006년 경남 진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돼 14억 원을 챙긴 30대 황모 씨는 도박과 유흥비로 흥청망청 살다 4년 만에 빈털털이가 됐다. 역시 헤픈 씀씀이를 유지하느라 사기치고 절도하다 교도소로 향했다. 적지 않은 로또 1등 당첨자의 후일담이 이렇다. 이쯤 되면 로또 1등이라는 엄청난 행운(?)이 나에게 오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할 지도 모른다.

돈의 가치와 올바른 소비법 모르면 도로 가난

2014년 이 칼럼을 통해 재테크에 대한 많은 얘기를 했다. 2% 안팎에 불과한 은행 금리보다 좀 더 이자를 많이 받기 위한 투자 아이디어를 건넸고, 현명하게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법도 다뤘다. 또 꾸준히 돈을 모으는 소소한 지혜도 나눴다.

필자가 2014년을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은 ‘성실하게 번 돈’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재테크 차원에서 주식투자로 번 1,000만 원보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 100만 원이 더 의미 있는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주식투자로 적절하게 수익을 내려면 공부, 현장 탐방, 사색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식투자에 임한 투자자는 충분히 수익을 누려 마땅하다. 또 이렇게 번 돈의 가치를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경계하는 주식투자는 충분한 노력 없이 그저 돈을 더 벌고자하는 마음에 ‘묻지마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본업에서 벌어들인 월급에는 일의 가치가 녹아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한, 땀과 정성, 추억이 배어 있는 것이다. 이 의미를 알기에 월급 100만 원을 지출하는데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내가 어떻게 일해서 번 돈인데…'라는 마음으로 돈을 쓰기 전 한 번 더 생각한다. 이렇게 일과 돈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 절제된 소비생활이 가능해진다.

2014년 헤픈 씀씀이는 없었는지 반성해볼 때

다시 로또 얘기로 돌아가보자. 로또 당첨이 패가망신으로 결론 난 사례의 공통점은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쉽게 벌었으니 쉽게 써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많은 부자들이 “돈을 벌기도 어려웠지만 절제해 사용하기는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부자’라는 타이틀을 오래도록 달고 있는 사람은 버는 법과 함께 ‘쓰는 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이들이다. 아무리 많이 벌어봐야 헤픈 씀씀이를 버텨낼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이 저물어간다. 한 해의 삶을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때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올 한해 피땀 흘려 번 돈을 쉽게 쓰지는 않았는지 지출 습관을 돌아보는 게 먼저다. 분명한 목적 아래 지출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 헤프게 돈을 쓰는 한 내년 재테크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 #명순영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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