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세계여행] ⑤ 200년 전 명동에 중국이 있었다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4.12.26. 16:50

수정일 2014.12.26. 17:02

조회 1,992

명동에서 만난 또 다른 화교의 옛 모습

명동에서 만난 또 다른 화교의 옛 모습

익숙한 공간의 역사를 알게 되었을 때, 그 공간이 새로이 보이기 시작하죠. 이번 주말에는 눈에 익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어요. 바로 독특한 역사를 가진 공간, 명동이 그곳이지요.

연남동 일대, 가리봉동, 대림동 등 중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것은 아니예요. 명동의 "콴첸루(官前街)"는 말 그대로 '대사관 앞 거리'를 뜻하는데, 화교민들이 서울에 삶의 터전을 꾸렸던 최초의 장소랍니다.

명동의 초입. 드높게 하늘로 뻗은 빌딩들 사이로 언제나 그렇듯 명동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어요. 영어와 한자와, 일본어로 유난히 빼곡하게 쓰여진 간판들, 귓가를 울리는 중국어와 일본어. 그 사이로 마치 시간을 거슬러 가듯 천천히 걸으며 200년 전의 명동을 상상해보았죠.

명동의 빼곡한 간판들 속에서 중국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명동의 빼곡한 간판들 속에서 중국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쇼핑을 온 수많은 중국인들로 명동이 들썩이고 있지만, 200년 전 명동은 중국에서 온 화교들의 터전이었어요. 1882년 조선과 청나라의 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었고, 청나라 병사 3500명이 우리 땅 조선으로 들어왔죠. 그 병사들과 함께 들어온 군역상인들은 서울 일대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어요. 화교들의 중심 상권이 바로 이 명동이었던 것이죠.

당시의 화교들은 세 자루의 칼을 들고 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요. 청나라 특유의 변발(앞머리를 밀고 뒷머리만 길게 땋아 늘인 머리)를 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체도(剃刀·면도칼), 그리고 주요 품목이었던 포목점을 운영하기 위해 천을 자르는 전도(剪刀,가위), 마지막으로 요리를 하기 위해 가져온 육도(肉刀,식칼)가 바로 그것이죠. 화교들은 이 세 자루의 칼을 '삼파도(三把刀)'라는 이름으로 부른답니다. 이 세 자루의 칼은 화교들이 각기 이발과, 재봉, 요리 기술을 가지고 이주해 왔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 기술들을 발판 삼아 명동에서의 상권을 점차 확고히 해 나갔던 것이지요.

조선과 청나라

1882년 조선과 청나라의 수호통상조약 이후, 명동 정착한 화교들은 포목상을 중심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쳤다.

당시 화교들이 자리 잡았던 이 명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바로 유네스코 빌딩의 옥상정원이 그곳입니다. 유네스코 빌딩의 옥상정원으로 올라 명동 일대를 내려다보니 한성화교소학교를 비롯해 쇼핑거리와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선 명동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꼽는 명동. 그런데 런데 이 유네스코 빌딩을 비롯한 명동 대부분의 땅이 한 때, 화교들이 정착해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며 부를 쌓았던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명동에 자리 잡은 화교들은 비단과 마포 등의 천을 판매하는 포목점을 중심으로 유리나 피아노, 망원경, 전축 등의 선진문물을 이 곳에 들이기도 하며 부를 축적했죠. 명동 일대의 땅 역시 거의 그들의 소유였다고 하니 한 때 화교들이 이 곳 명동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죠?

다시 명동 거리로 내려와, 과거의 명동 속으로 한 번 걸어 들어가 보았어요. 수많은 패션 상품들을 파고 있는 거리에는 포목점에서 가위로 천을 자르던 상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주로 건물의 위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미용실에서는 군인들의 머리를 변발로 정리해주던 이발사들의 모습이, 다양한 냄새를 풍기는 수많은 음식점들에서는 통통통 야채를 썰고, 화르륵 치솟는 불길 위에서 불 맛 좋은 양파를 익히던 요리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답니다.

명동

명동은 더 이상 화교들의 땅은 아니지만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등을 찾아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이고 있다.

이번 주말, 활기가 넘치는 명동에서 먼 옛날의 이 곳에 자리 잡았던 또 다른 중국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구석구석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서울스토리(www.seoulstory.org::링크바로가기)를 찾아주세요.

#명동 #서울스토리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