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잘 어울리는 무료 전시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4.12.19. 17:46

수정일 2014.12.23. 18:30

조회 1,484

무료 관람이 가능한 두 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모두 한 번씩 거쳐 간 '생활 소재'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본 이색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흔히 박물관은 시대별로 유물들이 전시된 상설전만 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이와 달리, 최근 진행 중인 두 전시는 그동안 보여준 박물관의 기존 모습에서 변화한 건 물론, 삶에서 친숙하다 못해 흔한 '시험'과 '청바지'를 주제로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였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시험'과 '청바지'는 무엇을 의미하였는지 두 전시에서 만나보았다.

한국사회 뜨거운 교육열의 기원을 찾아볼까? - 시험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 특별전

우리나라 근대시험은 1894년 갑오개혁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갑오개혁을 계기로 과거제가 철폐되었고, 근대적 시험제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들어 학교시험과 국가자격시험 등이 시행됐는데, 아무래도 조선인들에게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제한된 만큼 각종 시험에서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전쟁 중에도 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계속 달궈졌다. 6.25전쟁 반발이란 민족 수난기에도 정부는 1951년 '전시하 교육 특별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 하에 피란학교 설치, 북한 피란학생 수용, 전시 연합대락 설치, 임시교사 양성, 교실건축계획, 전시 교재의 발행과 배부 등이 진행되었다.

일간지 1면을 장식한 87학년도 대입점수누계분포

일간지 1면을 장식한 87학년도 대입점수누계분포

광복 이후 대한민국 대학입시 제도는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광복에서부터 1953년까지는 대학별 자체 선발고사가 실시되었으나, 1962년부터는 국가고사제로 실시되다가 1964년부터 다시 대학별 자체 선발고사로 환원되었다. 1969학년부터는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국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 예비고사를 치른 후 대학의 본고사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1982학년부터 1993학년도까지는 대학입학학력고사가 시행되었다.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는 몇 가지 제도 변화 등이 있었으나 학력고사 성적과 내신성적을 기본으로 하는 제도의 큰 틀은 변화가 없었다.

1994학년도에 처음 도입되어 지금까지 실시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여러 제도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고, 국가시험과 대학별 평가가 절충된 형태로 대학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대학 등 진학시험 뿐 아니라, 각종 취업시험, 자격증시험, 어학시험의 비중도 사회적으로 커졌고, 우리 사회 특유의 시험 관련 문화도 확대되었다.

무엇보다 매년 입시장 교문 밖에나, 종교시설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기원 문화는 타 국가에서 보기 힘든 시험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 전시는 총 3부에 걸쳐 230여 점의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2015년 2월 18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www.much.go.kr)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각종 고시 등 여러 시험들이 치러지는 시험의 계절인 이 겨울, 시험 역사로 한국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대마다 거친 교육과 시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매일 입는 청바지 박물관에 걸린 까닭은? - 박물관에서 만나는 청바지 문화사

1960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청바지 전시한 국립민속박물관

1960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청바지 전시한 국립민속박물관

홍두표 KBS사장은 2기자간담회에서 "KBS는 앞으로 모든 연예오락 프로그램 시청률과 관계없이 공영방송의 정신이 깃든 건전한 방향으로 제작키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귀고리를 했거나 장발을 한 남자연예인, △찢어진 청바지나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 △왜색품이나 히피족차림을 한 연예인과 사생활이 문란한 연예인들은 KBS채널에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6월 26일 경향신문에 보도 속 '청바지'는 한때 왜색풍, 히피라는 족쇄에 갇혀있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벌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청바지'는 이렇게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삶을 이어왔다.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은 물질문화 조사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국내외 청바지 조사를 하였고, 그 연구 수집, 결과물을 기획전시인 '청바지 특별전'으로 선보였다.

한국을 넘어, 세계 인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청바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각 나라별 시대와 상황에 따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2015년 2월 2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청바지를 입는 행위 안에서, 세상을 보고 사회를 읽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특별전에선 청바지에 관한 시대별 영상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에선 청바지에 관한 시대별 영상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알고 보면 청바지는 여섯 가지가 없다 한다. 나이, 성별, 계급, 국가, 계절, 그리고(시간, 장소, 상황)에 대한 '차별'이다. 이 때문에 청바지는 인류가 만든 가장 민주적이고 평등한 물건이라 한다.

청바지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6.25 전쟁 시절로,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작업복으로 첫 대면한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후반까지 청바지는 청춘, 저항, 자유 등을 상징했고, 1980년대 이후에는 도전, 창의라는 상징을 거쳐 오늘날 해마다 세계적으로 18억장이 팔리는 인류 공통의 문화요소가 됐다.

전시 구성은 외국에서의 청바지 탄생과 확산, 우리나라의 청바지 첫 만남부터 청춘과 낭만의 상징, 점차 일상복으로 자리 잡아 가는 청바지 문화를 청바지와 광고 등을 통해 시대 흐름에 따라 소개된다. 이어 문화계 인사, 청바지 업계 종사자,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청바지에 대한 기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마지막 구간에선 2년 동안 박물관이 해외 조사 중에 만난 21세기 세계인들의 청바지와 단상이 펼쳐지며, 청바지에 관한 역사ㆍ생활문화 자료 등 257건 390점과 다양한 청바지 사연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를 통해 만난 청바지는 단순히 입는 옷을 넘어 문화를 담고 있는 소재로, 청바지를 통해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동질성을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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