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를 뒤덮은 의료사고의 공포

하재근(문화평론가)

Visit304 Date2014.12.02 10:45

2014 대학가요제 고(故) 신해철 추모영상 (ⓒ뉴시스)

2014 대학가요제 고(故) 신해철 추모영상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73

연말을 맞아 다음카카오가 2014년에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 검색어 열 가지를 공개했다. 1위 세월호 침몰, 2위 6.4 지방선거, 3위 소치 동계올림픽, 5위 브라질 월드컵 등인데, 이런 국가적 사건들 사이에서 월드컵을 밀어내고 4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신해철 사망 사건이었다. 신해철 사건이 이렇게 국민적 화제가 된 이유는, 신해철의 음악적 위상과 함께 바로 의료사고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 사이에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 병원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었는데 유명 가수인 신해철마저도 ‘병원에 걸어 들어갔다가 쓰러져서 나온’ 일을 당했다고 하니까 관심이 폭발한 것이다. 인터넷에선 ‘남의 일 같지 않다’, ‘유명 연예인마저 병원이 이런 식으로 대했다면 일반 국민에겐 어떻게 하겠느냐’는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신해철의 사망 이후 유명 가수들이 일제히 나서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방송사들이 연이어 진료기록부를 분석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병원을 압박한 것은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의 통쾌감을 줬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병원의 의료행위에 의혹이 있어도 풀 길이 없다. 그래서 ‘신해철 정도 되니까 이렇게 밝혀지는 것이지 우리 같았으면 벌써 화장하고 끝났을 일이다’, ‘신해철 유가족만이라도 통쾌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반응이 나오며 국민적 응원의 열기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 탤런트 박주아가 신우암으로 로봇수술을 받다가 십이지장에 작은 천공이 생겨 사망했었다. 그녀가 수술 직후부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진통제 처방만 받았고, 25시간이 지난 후에야 CT 검사를 통해 천공이 발견됐다. 그러고도 마취과 의사가 없어 5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수술을 받았고 결국 사망한 사건이다. 뒤늦게 발견된 천공으로 인한 사망이란 점에서 신해철 사건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박주아 유족이 의료진을 고소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의사협회 감정결과를 토대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정확히 의료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일반인이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사람들 사이에 의료계에 대한 불신,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가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결국 의사협회가 같은 의사편을 들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런데 신해철 사건엔 방송사의 의사 출신 전문기자까지 나서서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하니까 사람들이 통쾌감을 느꼈다.

의료소송은 2010년 876건에서 2013년 1,300여 건으로 늘었는데, 환자가 전부 승소할 가능성은 1~2% 정도 수준이다. 소송기간이 평균 26개월에 달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아예 소송할 엄두조차 못 낸다. 한 주간지는 ‘한 해 약 4만 3,000명이 의료사고로 사망하는데 이중 1만 9,000명 정도는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면서, ‘매달 세월호 5척이 침몰하는 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7년에 서울 지역 8개 대학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선, 소속 병원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52.4%, 더 심각한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라는 응답이 82.5%, 의료 실수를 항상 보고하지는 않는다는 응답이 66.5%로 나온 적도 있었다. 대학병원이 이 정도라면 일반 병원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병원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건 상업성 강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병원은 국민의 보건복지를 위한 준공공기관 같은 느낌이었지만 최근 들어 영리기업의 느낌이 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환자를 인격체가 아닌 돈으로만 보고 무리한 시술을 하면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흐름이 반영돼 신해철 사건이 여러 국가적인 사건들 사이에서 올해의 사건 검색어 4위에 올랐다고 하겠다. 정말 의료사고가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 의료문화의 신뢰성이 강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부도 의료사고 공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개선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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