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에서 마지막 가을의 향기를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11.13. 13:42

수정일 2014.11.13. 17:23

조회 1,843

"오우~ 이 향기, 참으로 감미롭구먼, 역시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야"
"그래 맞아, 과연 어느 계절에 길에서 이렇게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를 맡을 수 있겠어?"

서울둘레길 제6코스인 안양천 둑길을 걷던 일행들이 국화를 보자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 그랬다.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서도 모두들 진한 국화 향기에 젖어든 모습이다. 둑길 한편이 온통 샛노란 국화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꽃송이들이 흐드러진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귀엽다. 꽃송이가 작고 향기가 진한 걸 보니 산국이다.

작고 향기가 진한 것이 특징인 산국

작고 향기가 진한 것이 특징인 산국

국화는 그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 그래서 일일이 이름을 붙이지 않고 크기에 따라 대국과 중국, 소국으로 나눈다. 피어나는 계절에 따라 가을에 피는 추국, 겨울에 피는 동국, 여름에 피는 하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야생화로서 일반적으로 들국화라 불리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개미취, 감국과 산국처럼 특별히 이름이 붙여진 것들도 있다. 요즘 피어난 국화들은 모두 추국이다.

추국이며 소국 중에서도 산국과 감국은 구별이 쉽지 않다. 향기가 더 진한 것이 산국이고 조금 약한 것이 감국이다. 그리고 산국은 꽃송이 지름이 1.5cm, 감국은 2.5cm정도로 크기가 조금 다르다. 산국은 10원짜리 동전크기, 감국은 500원 동전 크기로 감국이 산국보다 크다. 사람들이 국화주나 국화차로 사용하는 것은 꽃에 단맛이 있는 감국이다. 산국은 조금 쓴맛이 난다. 특별히 구절초는 한방에서 약용으로 사용된다. 가을에 피어나는 국화를 보면 옛 시(詩)중의 하나가 떠오른다.

국화(菊花)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가,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조선 후기 문신(시인) 이정보의 '국화야 너는 어이'

흔히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다.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수확하는 계절이 가을이 아니던가. 어떤 사람은 단풍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나무들의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잎이 지는 과정에서 빨갛거나 노란색으로 물든 모습은 어쩌면 꽃보다도 더 곱고 아름다우니 어찌 단풍의 계절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꼭 하나 덧붙이고 싶은 계절의 표현이 있다면 '가을은 향기로운 국화의 계절'이다.

피어나는 꽃의 양과 종류로 본다면 누군가는 꽃의 계절이 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온산을 뒤덮는 진달래와 철쭉, 거리의 하늘을 가리는 벚꽃이며 향기로운 꽃의 대명사 아카시 꽃과 라일락, 꽃의 여왕 장미가 있으니까. 그러나 가을의 꽃 국화는 이들 봄꽃과는 다른 매우 특별한 멋과 매력이 있다. 이정보의 시구처럼 서리 내리는 계절에 피어난 고고한 품격이 그렇고, 달콤한 봄꽃의 향기와는 다르게 은은하고 고상함이 묻어나는 향이 바로 그것이다.

국화 중 ‘대국’의 일종

국화 중 ‘대국’의 일종

어느덧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서울시청을 비롯한 건물 앞과 거리에 놓여 있는 화분들, 그리고 작은 화단마다 피어난 국화꽃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다. 이 계절이 다가기 전에 가을의 멋과 향이 짙게 묻어나는 국화꽃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화 #국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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