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 1004] “영원히 사랑해, 너의 천사가”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11.05. 11:03

수정일 2014.11.05. 16:59

조회 1,426

갑작스레 세상 떠난 고 신해철 씨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그의 열혈팬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고 허망한 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30~ 40대에게 그는 그저 대중음악인이 아닌 청춘의 한 자락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의 발인식 날 찾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역사박물관이었다. 1층 기증유물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 '응답하라 1994, 그 후 20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90년대 그 시절을 돌아보며, 마왕과 우리들의 청춘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1994년 기억 속으로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를 가로질러 안쪽 깊숙이 들어서니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과 이 분의 일' '사랑과 우정 사이' '칵테일 사랑' 등 94년 최고의 히트곡들이다. 신해철(정확히는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94년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음반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음반들

전시장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등 LP판과 당시 최신가요 카세트테이프도 전시되어 있었다.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서울의 달, M 같은 당시 최고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나, 접속, 비트, 퇴마록, 넘버3 같은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도 볼 수 있다. 두툼하고 투박스런 모양새의 컬러티비와 비디오 기기도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x세대 전형적인 옷차림과 로데오거리, 신촌 독수리 다방 같은 주요 만남의 장소가 표시된 지도도 볼 수 있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강남역 뉴욕제과 간판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청춘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곳 전시장에서 그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삐삐였다. 드라마 응사(응답하라 1994)에서도 꽤나 중요한 소품이지 않았던가. '1004(천사로부터)','8255(빨리와)','0404(영원히 사랑해)', '2222(투덜투덜)' 따위의 숫자 언어(삐삐 문자)가 기억을 깨운다. 또한, 수능 1세대로 입학해 IMF 세대로 사회에 발을 디뎌야 했던 비운의 94학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시된 교과서나 수험서 등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는 성수대교 붕괴 사진과 함께 서울시민의 날 행사 사진 등 당시 시정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화폐와 함께 지하철 보통권 승차권도 보인다. 당시 지하철 1구간 요금이 350원이었다니, 20년 동안 오른 물가의 폭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각종 인구 통계와 차량 증가, 외국인관광객 수, 범죄 발생 건수 등 각종 통계 수치도 적어두어, 20년 전후 서울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서울천년타임캡슐에는 무엇이?

1994년 하면 여러 사건·사고도 떠오르지만, '서울천년타임캡슐'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의 생활, 풍습, 인물을 상징할 수 있는 문물 600건을 선정에 남산골 한옥마을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에 묻었던 것. 이는 서울 정도 600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진행된 행사로,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했다. 1994년은 조선이 한양, 지금의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600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서울시는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10월 28일을 서울 시민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응답하라 1994, 그후 20년> 전시 모습

<응답하라 1994, 그후 20년> 전시 모습

'응답하라 1994, 그 후 20년' 전시회에선 2394년에 공개될 예정인 '서울천년타임캡슐'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 1994년 당시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에 묻지 않은 나머지 하나를 선보인 것. 각도기 세트, 교과서, 각종 게임기, 스타킹, 전화기, 그릇, 수저, 분필, 주택복권, 구두약 등 타임캡슐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당시 진행했던 서울 600년 사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서울 옛 모습 모형 제작, 남산 제모습 가꾸기, 한강공원 가꾸기, 시민의 날 제정, 시립박물관 (현, 서울역사박물관)건립 등을 추진했던 서울 600년 사업에 대한 설명과 해당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당시 사업 계획 자료와 각종 발간물, 안내 책자와 리플렛은 물론, 기념 소고와 달력, 열쇠고리, 엽서 등 각종 기념물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서울천년타임캡슐 안에 넣었다는 이재용 감독의 '한도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94년 6월 9일 하루 24시간 동안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는 사진·영상물로, 당시 서울시민의 생각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35mm, 16mm 영화와 비디오, 사진은 물론, 6월 9일 발행한 신문과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 녹화·녹음 자료와 기상사진, 광고 전단지, x-ray 사진 등 당시 모든 기록매체가 동원되었다 한다. 사진작가 304명이 참여하여 최종 제작 작품 수만 총 67092컷에, 영화 비디오 부문 28개 팀 190명이 참여하여 56시간 30분 길이의 결과물을 만들었다니, 그야말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서울역사박물관 기증유물전시실 제2실에서 전시 중인 '응답하라 1994, 그 후 20년'은 2015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서울의 솜씨, 서울의 장인'이나 '성수대교 참사 20주년 1994. 10. 21′, '서소문·동소문 별곡' 등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응답하라 1994, 그 후 20년'을 전시를 통해 옛 기억을 떠올렸다면, 그때 그 시절 추억을 장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여전히 남아있는 오래된 맛집이나 옛 건물을 찾아 지난 시절 이야기와 꿈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이왕이면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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