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한글날은 11월 4일입니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4.11.03. 11:14

수정일 2014.11.03. 18:10

조회 2,128

‘11월에 무슨 한글날이 또 있어?’ 그렇다. 한글날은 10월 9일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한글날은 11월에 있다.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반포하였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날을 ‘점자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으며, 올해는 88주년이 되는 해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처럼 시각장애인들은 ‘훈맹정음’을 창안하신 ‘송암 박두성 선생(이하 송암)’을 존경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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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박두성(1988.4.26~1963.8.25)

점자(點字)가 무엇이지? 점자란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게 만든 특수한 ‘부호글자’를 말한다. 1808년 프랑스의 육군장교가 야간전투에서 불을 켜지 않고도 작전명령을 주고받기위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는 점으로 된 문자를 사용한데서 유래했다. 그 후 1829년 루이 브라이유(Louis Braille)가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6점식 점자체계를 완성했고, 훗날 세계적으로 공인된 점자체계로 발전하였다. 한글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은 어떻게 창안되었는가? 1913년 현재의 국립 서울맹(盲)학교 전신인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한 송암 박두성은 한글점자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맹아부 교사생활 7년이 지난 1920년 마침내 이종덕, 전태환 등 8명의 제자들과 비밀리에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육화사)’를 조직하여 한글점자 연구를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1926년 11월 4일 드디어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했다. ‘브라이유(L. Braille)의 6점식 점자체계’를 적용한 훈민정음을 기반으로 만든 우리의 점자이다. 보통사람들에게 훈민정음이 있다면, 시각장애인들은 훈맹정음이 있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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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사용되고 있는 점자

한글점자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한글점자는 6개의 점이 모여 한 칸이 되며, 각 점에서 1~6까지 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이렇게 6개의 점의 조합을 통해 총 64개의 점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점들에 의미가 부여된 것이 한글점자이다. 오늘날 각종 점자책은 물론이고 지하철 심지어 등산로 안내에도 점자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점자콜센터 전화 1661-1104’나 인터넷 검색창에 ‘점자세상’ 또는 www.braillekorea.com을 입력하면 점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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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점자체계

  매년 ‘점자의 날’이 되면 시각장애인 단체별로 기념행사를 한다. 서울 서부권의 유일한 점자도서관인 방화동의 ‘손·소리 강서점자도서관’에서도 지난 13일 기념행사를 했다. ‘시각장애인 노래자랑, 점자 4행시 짓기, 오락 및 행운권 추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점자의 날을 기념 했다. “이제 점자의 날 행사도 한글날처럼 정부의 지원 아래 일반인들의 큰 관심 속에 기념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강서점자도서관 정미화 사무국장의 바람이다. 손소리 강서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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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리 강서점자도서관

“눈이 없다고 사람을 통째로 버릴 수 있겠어요? 앞 못 보는 사람에게 모국어를 안 가르치면 이중의 불구가 됩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후 일제가 급기야 조선어 과목마저 없애려하자 송암이 일본인들에게 한 말이다. 일제강점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선생의 애국정신(愛國精神)과 애맹사상(愛盲思想)에 머리가 숙여진다. 11월 4일, ‘점자의 날’ 하루만이라도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는 그들이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용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함께 서울, 따뜻한 서울’의 모습 아닐까! ■ 국립 서울맹학교 : http://www.bl.sc.kr/bl/index ■ 송암 박두성 기념관 : http://www.ibusongam.or.kr/index.php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사단법인) : http://www.kbuwel.or.kr

#박두성 #훈맹정음 #한글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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