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여왕’이라 불리는 나무

이장희

발행일 2014.11.07. 18:50

수정일 2014.11.07. 18:50

조회 1,609

우정총국 자작나무

이장희의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3 - 우정총국 자작나무

우정총국 옆으로 자작나무 공원도 새롭다. 수피가 하얀 자작나무는 사찰의 신성함과 우정총국의 고풍스러움 사이에서 조화롭기만 하다. 자작나무는 목재의 질이 좋고 부패를 막는 큐틴이라는 밀랍 성분의 방부제가 들어있어 잘 썩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경이라는 금강경도 자작나무 껍질에 쓰였고, 우리나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가 그려진 말안장의 재료에도 쓰였으며, 팔만대장경의 일부 목판도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 추위를 잘 견디기 위해 수피에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는다. 그래서 불쏘시개로 용이하고 젖은 채로 태워도 잘 탄다. 특히 타들어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하여 자작나무가 되었으니 나무의 느낌만큼 이름도 꽤나 감성적이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나무로 한반도에서는 중부 이북에서 자라는데, 북한에서는 이를 '봇나무'라고 부른다. 그래서 북부 지방에서는 자작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고 돌로 눌러놓은 집을 '봇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서도 북행 견문을 기술하면서 주검을 봇으로 싸는 풍습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결혼식 때 화촉(華燭)을 밝힌다는 말의 화(華)자는 자작나무란 뜻으로 예전에는 자작나무 껍질을 태워 불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숲 속에 많이 자생하며 눈처럼 하얀 껍질과 시원스럽게 뻗은 자태를 보고 '숲속의 여왕' 혹은 '숲의 주인'이라는 멋있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으니 멋진 나무의 대명사라고 할 만하다.

요즘에는 나무껍질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강원도 등지에 아예 수림을 조성하기도 하고, 도심지의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 추세라 주변에서 종종 눈에 띈다. 깊은 산 속에 살던 나무여서 그런지 도심에서 목격된 나무들은 하나같이 건강해 보이지는 않아 안타깝다.

이 우정총국 옆 나무들도 꾸민지 얼마 되지 않는 공원이건만 수세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심어졌고 삶의 터전이 된 마당에 이제는 뿌리를 박고 살아나가야 할 사명만이 남았을 터, 원시림 빽빽한 한대의 추운지방은 아닐지라도 우람한 빌딩 숲을 벗 삼아 꿋꿋하게 잘 버텨 살아남기만을 바란다.

자작나무 껍질에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그 옛날 종이가 없던 시절에 사랑을 담아 보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닐까 상상해본다. 게다가 옆에 있는 옛 한옥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이 아닌가. 비록 편지라는 매체 대신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흔해진 요즘 세상이지만, 자작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연인에게 편지 한통 써 보내는 낭만이라면 어쩌면 그 사랑,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출처 :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 이장희

※<사연있는 나무이야기>는 서울시 E-BOOK(http://ebook.seoul.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장희 #나무이야기 #사연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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