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걸어야 들리는 가을이야기

시민기자 서형숙

발행일 2014.10.21. 11:15

수정일 2014.10.21. 14:52

조회 1,135

고산자교 인근의 청계천 가을풍경

고산자교 인근의 청계천 가을풍경

지금의 이름이 붙기 전까진 '맑은 개울'이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던 청계천. 서울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빨래터이기도 했던 그 청계천에도 성큼 가을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 늦은 오후시간, 가족과 함께 청계천을 찾았다가 억새풀과 붉게 물들은 담쟁이넝쿨, 수면까지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 유유히 헤엄치는 청둥오리떼 등의 가을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산책한 청계천은 청계천문화관이 있는 고산자교부터 다산교에 이르는 구간이었다.

고산자교는 청계천 복원 구간의 끝지점인지라 도심에서도 멀어 찾는 이들도 한적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시골냇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자연생태공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청계천에는 스물두개의 다리가 있다. 그 중 마지막 다리인 고산자교의 주변에는 청계8경의 하나라 불리는 좋은 경치가 있다. 봄, 여름에 와도 나름 운치 있는 이 풍경은 바로 버들습지이다. 가을에 오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억새풀까지 만날 수 있어 한결 가을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청계천의 끝자락인 이곳은 갯버들이나 매자기, 꽃창포 같은 수생식물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청계천구간에서도 가장 자연친화적인 생태지라 허리를 굽혀 청계천 물속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맑은 수면아래 큰 잉어떼부터 쉬리, 버들치, 피라미 같은 다양한 어류들도 발견할 수 있다. 저만치 앞쪽에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둥둥 떠다니고, 중대백로가 길고 흰 날갯짓을 퍼득거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도심 속에서만 자라난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서정과 호기심을 절로 일으켜주는 풍경이다. 버드나무 아래 작은 피라미떼 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의 몸을 청계천 바닥에 절로 엎드리게 만든다.

물속의 어류들을 살펴보는 어린이들

물속의 어류들을 살펴보는 어린이들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청계천 복원 구간의 마지막 지점이기도 한 두물다리 구간에 금세 이르렀다. 두물다리는 과거 청계천의 지류가 합류하던 지점. 그 의미를 살려 '두 개의 물이 만나는 다리' 라는 뜻으로 '두물다리' 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다리 형상도 두 개의 물줄기가 손을 잡듯 곡선을 그리며 만나는 모습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마치 돛단배를 연상시킨다.

붉게 타오르는 담쟁이넝쿨들

붉게 타오르는 담쟁이넝쿨들

두물다리에 이르니 또 다른 절경이 환호성을 내지르게 한다.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벽을 붉게 물들이며 타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다. 산책 나온 시민들의 카메라가 그 풍경을 담느라 찰칵거리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버들습지와 억새풀길이 어우러진 산책로를 걸으며 절로 흥이나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는데 아홉 살 아들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묻는다.

"엄마, 저기 부서진 다리는 뭐야?"

"응, 지금은 청계천이 이런 형태로 물이 흐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덮여져 있었단다. 그리고 저 부서진 교각위로 고가도로가 있었어. 그 도로로 차들이 막 달렸었지. 그런데 지금 이렇게 청계천이 복원되고 난 후, 저 고가도로가 없어진 거지. 그 때의 상황을 후손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남겨진 유적이라고 알고 있단다"라고 설명하며 이제는 옛날이 되어 버린 청계천 고가도로의 흔적을 바라봤다.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진 소망의 벽 타일작품들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진 소망의 벽 타일작품들

이렇게 청계천 개발이 이뤄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지난날의 청계천 이야기도 들려주고, 청계천의 생태식물이나, 물고기 얘기를 나누다보니 소망의 벽에 이르렀다. 시민들의 염원과 마음을 타일 하나하나에 담아 만든 소망의 벽. 소망의 벽은 황학교와 비우당교 구간 50m에 걸쳐 있는데 그 작품마다 개성 있고 재미난 글귀와 그림들이 많아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다산교까지 이르러 내친김에 청계광장까지 쭉 걷고 싶었다. 하지만, 아홉 살 아이와 함께 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아쉽지만 다산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이후의 청계천 산책길은 다음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청계천에서 헤엄치는 청둥오리들

청계천에서 헤엄치는 청둥오리들

다음에는 다산교에서 배오개다리, 배오개다리~모전교로 지점을 나눠 걸어볼까 한다. 그동안 청계광장에서 가까운 청계천 주변만 맴돌며 공연이나 문화활동을 즐겼는데, 이렇게 청계천의 끝지점부터 시내로 거슬러 올라오는 청계천 산책길을 코스로 정해보니 은근히 재미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청계천의 역사를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청계천 생태해설사의 설명이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우리가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청계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청계천 도보관광
○도보관광 1코스: 총거리: 2.9km /소요시간: 3시간
청계광장-광통교-삼일교-오간수교-새벽다리-수표교

○도보관광 2코스: 총거리: 2.6km / 소요시간: 2시간 30분
청계천문화관-고산자교-두물다리-맑은내다리-오간수교

○도보관광예약문의: 02-2290-7134 (문의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청계천 #고산자교 #다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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