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선유도’에서

시민기자 허혜정

발행일 2014.10.13. 14:18

수정일 2014.10.13. 14:26

조회 484

2014 선유도 거리예술마켓

2014 선유도 거리예술마켓

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자연 친화적인 작은 섬 선유도, 시원한 바람이 있어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시간마다 준비되어 있는 흥겨운 공연. 세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곳에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거리 예술 마켓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3회째 맞이하는 거리예술축제로 우리나라의 거리예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 9편이 전시되고, 6개의 특별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2014년 거리예술 마켓 선유도는 다양한 형태의 거리예술 공연과 함께 공연 창작자, 관계 기관의 홍보부스를 운영해 거리예술 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을 촉진하는 다양한 교류의 장이 되었다.
비눗방울 공연 '버블드래곤'

비눗방울 공연 '버블드래곤'

공연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다. 무지갯빛을 띄고, 방울방울 하늘로 올라가는 버블 드래곤의 비눗방울공연이 첫 공연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분홍 양복을 입고,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며 만들어 내는 비눗방울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탄성 소리에 환상적인 비눗방울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인근 유치원에서 산책을 나온 아이들은 공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비눗방울을 쫓아 자유롭게 뛰어 다녔다.
종이컵 인형극 <망태 할아버지 오신다>

종이컵 인형극 <망태 할아버지 오신다>

저 멀리 어디선가 음악과 함께 '망태할아버지 오신다'의 외침이 들린다. 선유도에서 양화대교와 한강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선유정 앞에는 작은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극단 문(門)의 작은 무대에는 종이컵을 인형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를 선사한다. 추억의 망태할아버지는 어릴 적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거나, 늦은 밤 어린이들이 잠을 자지 않을 때 많이 들어 보았던 가상의 인물이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잡아다가 혼내주고, 밤늦게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을 올빼미로 만들고, 떼쓰는 아이들을 새장 속에 가둔다.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는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했다. 공원의 중간 지점인 녹색 기둥의 정원에는 거리예술 마켓에 참여한 문화기획자와 축제 담당자들이 모여 관람객과 관련 전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일 거리예술 마켓 첫날에는 이번 축제를 축하하는 무대가 준비되어 거리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공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또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과 소통하며 거리극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었다. 이 축제에는 브라스통, 서울문화재단, 안산거리극 축제, 명랑거울, 음악당달다, 예술불꽃화, 인천아트플랫폼, 팜시어터, (사)한국소극장협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이 참여했는데, 여러 부스 중 '공쓰재(공연 쓰레기 재활용)'가 인상적이었다. '공쓰재'는 공연 후 사용하지 않는 무대 소품과 세트, 의상, 도구, 각종 장비를 나눠 쓰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com/twr.or.kr)에서 '나누미'와 '구하미'의 참여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2013년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선정된 '공쓰재'는 공연계의 유일한 환경캠페인 단체다. '공쓰재'를 매개로 공연단체 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담당자의 이야기에 공연계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공연 소품을 공유하는 단체 '공쓰재'

공연 소품을 공유하는 단체 '공쓰재'

흥겨운 공연을 관람하고 난 후, 공원에서의 한가로운 휴식이나 즐기려는데 갑자기 재미있는 자전거가 눈에 띈다. 일반 자전거에 차와 쟁반 주전자를 하나 가득 싣고, 공원을 빙글빙글 도는 예술가 유목연 씨의 퍼포먼스다. '차 한 잔 합시다.'의 주제로 관람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맛있는 차 한 잔을 권하고 있었다. 표지판에는 4시부터 시작이라고 적혀 있어 잠시 기다렸지만 그는 관람객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네주는 예술가였다. 보통 공연이 끝난 후에야 이루어지는 무대에서의 대화가 이 곳 '차 한 잔 합시다.'에서는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전거 공연 '차 한잔 합시다'

자전거 공연 '차 한잔 합시다'

공원의 잔디밭을 활용해 만든 시민참여 프로그램 '게으름의 조건'은 선유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년 365일 현대인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특히, 일을 하는 평일에는 더더욱 바쁘고 복잡하다. 1인용 텐트와 잔디밭 위의 매트는 피곤에 지친 현대인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게으름의 시간과 공간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자연의 바람을 느끼며 잠시 쉬었다가는 한 시간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마운 휴식처가 된다.
지친 현대인을 위한 휴식 공간 '게으름의 조건'

지친 현대인을 위한 휴식 공간 '게으름의 조건'

폐기된 공장 시설을 재활용하여 만든 도시의 섬 '선유도'와 청명한 가을, 그리고 공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관객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흥겨운 예술 무대는 10월의 멋진 가을의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선유도 #거리예술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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