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스팔트 사나이`를 만나다!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21 Date2014.09.26 13:28

`장애인 먼저 곰두리 케어센터`의 홍남호 씨(왼쪽)와 김영섭 씨(오른쪽)


[서울톡톡] 강서구 등촌3동의 골목길 한 모퉁이에는 낡은 ‘비닐하우스’가 하나 서있다. 흔히 말하는 그런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지붕을 덮은 비닐은 반쯤 찢어져 날아갔고, 바닥은 아스팔트 도로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곳은 1,600여명 강서구 장애인들의 보장구(補裝具, 휠체어)를 수리해주는 소문난 ‘휠체어 종합병원’이다. 정식명칭은 ‘장애인 먼저 곰두리 케어센터’,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는 물론이고 노약자용 실버카트(Silver Cart), 자전거 등도 이 병원의 단골고객이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기름때 묻은 손으로 바쁘게 휠체어를 수리하는 두 봉사자, 홍남호·김영섭 씨를 만났다.


`장애인 먼저 곰두리 봉사대`의 낡은 비닐하우스 봉사장


홍남호 씨는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10여 년 전에 ‘곰두리 봉사대 전국회장’을 마치고 고향인 충북 음성으로 내려갔다. 농사일을 하면서 선반 공업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기계수리 기술을 익혔다. ‘보람된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수리봉사를 결심했다. 왜냐하면 장애우(友)들의 고충을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2010년 초 서울로 올라온 후 휠체어 수리 봉사를 시작했고,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또한 ‘장애인 먼저 곰두리봉사대’를 결성하고, 회장으로서 장애인 권익향상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수리를 하는 홍남호씨, 수리 중 고통이 느껴지면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다


또 한 명의 봉사자는 김영섭 씨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일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등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러나 동네에서는 ‘맥가이버(MacGyver)’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손재주 하나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문을 듣고 홍남호 회장이 찾아왔다.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해 봅시다?”라고 제안했다. “술만 끊을 수 있다면 평생 무료봉사라 해도 반대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부인의 허락을 받아 시작된 봉사활동은 4년이 되었다. 이후 술은 완전히 끓었고, 그의 맥가이버 손 기술은 휠체어 수리에 ‘마술손’이 되었다.


휠체어를 수리 중인 `맥가이버` 김영섭 씨


이 ‘병원(케어센터)’은 주 6일제 근무를 한다. 그래서 휠체어 수리가 토요일도 가능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장장 11시간 이상 문을 연다. 아무도 이들의 근무 요일과 시간을 통제하지 않는다. 봉사자 스스로가 정한 자율근무규칙이다. “휠체어는 장애인의 몸의 일부여서 만약 고장이 난다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이른 아침부터 토요일까지도 문을 열 수 밖에요.” 홍남호 회장의 말이다.


센터에서 홍남호·김영섭 씨가 하루에 수리하는 휠체어는 평균 10여 대 정도. 실로 많은 숫자이다. 장애인들로부터 이처럼 큰 사랑을 받아온 데는 숨은 이유도 하나 있었다. ‘수리비용 전부 무료’가 그것이다. 다만 값비싼 부품을 교체한 경우 예외적으로 실비의 부품 값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무료수리가 가능한 것은 홍남호·김영섭 씨의 헌신적인 무보수 봉사와 버려지는 폐장비를 재활용해 수리하기 때문이다.


수리 순서를 기다리는 휠체어들, 쓰레기 더미 같지만 모두 귀중한 수리용 부품으로 재활용된다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세요?”
“장애우(友)와 병약한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한은 계속해야지요, 우리가 안 하면 이런 휠체어는 고칠 곳이 없어요. 공장으로 가면 너무 비싸고…”


보기에는 허름하고 낡은 비닐하우스지만, 이곳엔 음료수, 과일, 빵 등 먹을 것은 떨어질 날이 없다. 휠체어 수리를 받았던 장애인들이 고맙다며 먹을 것을 수시로 사오기 때문이란다.


“혹시 구청이나 시에 바라는 것은 없나요?”
“장애인과 병약한 어르신들이 매일 찾아주는 것이 큰 기쁨인데, 더 이상 뭐를 바라겠어요?”


홍 회장의 대답이다. 그때 마침 휠체어 수리를 맡기러 온 분이 말을 받았다.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튼튼한 비닐하우스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곧 찬바람도 불어올 텐데…”


이런 비닐하우스에서 5년이나 묵묵히 봉사활동을 했구나!, 기름때 묻은 봉사자들의 거친 손이 마음을 짠하게 울렸다. ‘장애인 먼저 곰두리 케어센터’, 서울 도심 아스팔트 위에 피어오른 ‘장애인 행복발전소’ 아닐까!


장애인 먼저 곰두리 케어센터 02-716-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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