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공연과 전시…서울 시민청서 즐기는 알뜰데이트

조선닷컴

발행일 2013.03.26. 00:00

수정일 2013.03.26. 00:00

조회 1,613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정석찬(27. 서울시 성북구)씨는 곧 떠나는 영국유학준비 때문에 최근 여자친구 김채진(26. 서울시 성북구)씨와 제대로 된 데이트를 못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섭섭했을 채진씨를 위해 석찬씨는 특별한 데이트를 준비했다.

최근 그는 친구로부터 서울시 '시민청'에 볼 거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정말 그럴까?'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공연은 물론 다양한 전시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석찬씨는 바로 채진씨에게 연락했다.

'우리 오늘 오랜만에 데이트 할까?'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 있는 시민청은 공연은 물론 다양한 갤러리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들은 12시까지 서울시청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홈페이지 일정 확인)마다 시민청에서 공연이 열리는데 당일 12시부터 티켓을 선착순으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이들은 시민청이 있는 시청지하로 내려갔다. 시민청 안내데스크에서 티켓을 받고 공연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4시다. 남는 시간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이들은 주위를 살폈다. 

▶ 군기시유적전시실-톡톡디자인가게다누리-소리갤러리

고민하던 이들 눈에 유적지가 보였다. 들어 가보니 넓은 공간에 집터와 유물들이 전시돼있다. 이곳은 '군기시유적전시실'로 군기시(軍器寺)란 조선시대 무기제조기관을 말한다.

시민청에 이러한 전시실이 있게 된 사연이 참 재밌다. 경국대전(經國大典, 조선시대 기본법전)에 따르면 군기시에 근무하던 무기제조장인은 600여명, 제조기술 또한 수준급이었다고 기록돼있는데 그 위치를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청 신청사 건축을 위해 땅을 파던 중 그 터와 유물이 발굴된 것이다.

더불어 조선시대 화포인 불랑기자포(보물 861-2호)까지 발굴된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석찬씨는 "시청지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상상도 못했어요."라며 "우연히 발견한 유적을 활용해 전시관을 만들었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무기제조기관인 군기시(軍器寺)유적·유물이 전시된 '군기시유적전시실'의 모습.

전시실 구경을 마치고 나온 이들 앞에 알록달록한 가게가 나타났다. 사회적 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인 '톡톡디자인가게다누리'다. 채진씨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제품뿐 아니라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라며 마음에 드는 제품 몇 가지를 구입했다.

'다음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기대하며 찾은 곳은 '소리갤러리'. 깜깜한 공간에 멀리 프로젝터만 덩그러니 켜있는 이곳에서 석찬씨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쉿~! 무언가 들린다." 말 그대로 이곳은 '소리'를 전시하는 곳으로 서울의 시장, 서울의 자연, 서울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 활짝라운지-담벼락미디어

이번엔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석찬씨 일행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무지갯빛을 한 넓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이곳은 '활짝라운지'로 평일 2회(12시, 13시), 주말 4회(12시, 14시, 16시, 18시) 예술가들의 '활력콘서트'가 열린다.

톡톡디자인가게다누리(위)와 예술가들의 활력콘서트가 열리는 활짝라운지(아래).

석찬와 채진씨는 활짝라운지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이 끝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3시다. 아직 공연시간까지 1시간이 남은 석찬씨 일행은 시민청의 남아있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양한 시민들의 삶이 화면으로 전시된 '담벼락미디어'에 도착한 채진씨가 벽을 가득 메운 화면들을 구경하는데 빈 화면에 글자가 써졌다.

'채진아 안녕?♡'. 놀란 눈으로 둘러보니 석찬씨가 낙서테이블에 글을 쓰고 있었다. 이곳에선 낙서테이블을 통해 적은 글이 실시간 화면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곳에서는 대형화면을 통해 '서울레이스'라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서울레이스 앱을 받아 플레이하면 스마트폰을 핸들로 삼아 자동차를 조작할 수 있다. 석찬씨는 "자동차게임은 자신 있다"며 당당히 도전했지만 금세 화면엔 'Game Over'가 떠 주위에 웃음을 선사했다.

석찬씨가 낙서테이블을 이용해 '채진아 안녕?♡'글자를 쓰고 있다.

▶ 도란도란카페-바스락홀(공연)

시민청의 대부분을 돌아본 석찬씨와 채진씨는 공연시간 전까지 간단히 음료를 마시며, 쉬기 좋은 '도란도란카페'를 찾았다. 이곳의 특징은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원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공정무역커피라 비쌀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가격은 2천원~4천원 사이로 저렴하다.

2천원~4천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 공정무역 '도란도란카페'

어느덧 공연시간이 됐다. 석찬씨 일행은 공연장이 있는 지하2층 '바스락홀'로 향했다. 이날 공연은 '뮤지컬 기타라'로 음악을 통해 꿈꾸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가 라이브 연주와 콘서트 같은 이색적인 뮤지컬로 펼쳐졌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석찬씨는 "시민청 와보니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특히 공연이 인상 깊었어요."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이곳에서 문화생활도 즐기고 추억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채진씨도 "재미도 있었지만 평소와 색다른 느낌의 데이트여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석찬씨의 말에 동감했다.

석찬씨와 채진씨가 공연관람 후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민청 공간사용 문의와 예약, 조형물 '여보세요'

석찬씨와 채진씨가 데이트 하며 돌아본 시민청은 관람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사용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또한 토론회, 정책워크숍,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는 시민청은 홈페이지와 전화(02-739-9922, 120)로 문의와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공연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정보 확인과 선착순으로 신청이 가능하므로 공연 당일 12시까지 오지 않아도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비싸지 않을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관 비용은 공간별로 시간당 약 1만3천원~3만원으로 저렴하고 프로그램과 공연은 모두 무료기 때문이다.

시민청 입구에 설치된 경청을 상징하는 조형물 '여보세요'의 모습.

한편, 시민청은 지난 1월 12일 서울 신청사 지하 1~2층에 문을 연 시민들의 공간이다. 또한 BI(Brand Identity)가 사람의 귀 모양이고 이름도 관(官)의 느낌이 나는 '관청 청(廳)'이 아니라 '들을 청(聽)'자를 사용해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청은 개관 한달여만에 10만 방문객을 돌파했고 만족도도 83.9%로 높게 조사됐다.

더불어 지난 3일에는 시민청 입구에 경청을 상징하는 조형물 '여보세요'가 설치 됐다. 이 조형물도 단순 조형물이 아니다. 귀에 해당하는 곳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서 말하면 그 이야기가 시민청안에서 방송으로 나오는 원리의 조형물이다.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은 아이디어나 메시지가 있으면 이용하면 된다.

※ 서울시 시민청 관련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 문의 : 홈페이지(http://www.seoulcitizenshall.kr/)
         네이버카페(http://cafe.naver.com/simincheong/)
 * 공연 및 행사(02-739-5812), 전시 및 체험(02-739-5811), 결혼식(02-739-5813)
- 운영시간 : 09:00~21:00(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단, 유료진행 프로그램은 관람권을 받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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